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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도로 위로 오토바이 떼가 쉼 없이 지나간다. 매캐한 매연과 열기, 거친 경적이 맞물려 아침을 재촉한다.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으로부터 자동차를 타고 40여분을 달렸다. 철문이 열리고 회색 외벽 너머로 인도네시아어로 새겨진 ‘자카르타웨슬리신학대’ 간판이 눈길을 붙잡았다.
누군가에겐 낯선 이름의 신학교일지 모르지만,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소속 어성호(66) 선교사에게 이곳은 기도로 쌓아 올린 복음의 전초기지이자 30여년 사역의 열매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고난주간이었던 지난 4월 17일. 단기 부동산 전망 방학 기간이라 캠퍼스는 한산해 보였다. 하지만 교정 한편 그늘에서 성경을 읽는 학생들, 합주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릎 위에 가방을 놓고 말씀 묵상에 몰두하는 학생을 통해 이 학교가 단순한 교육 기관을 넘어 신앙 훈련 공동체임을 알게 됐다.
지상 4층 높이의 학교 건물에는 강의실과 사무실, 기숙사와 채플 한국 공간이 어우러져 있다. 계단을 오르자 콘크리트 벽 너머로 자카르타 시내가 한눈에 펼쳐졌다. 강의실 한편엔 오래된 나무 탁자가 놓여 있었다. 반질반질해진 표면은 그간 수많은 손길이 이곳을 거쳐 갔음을 증언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500여명으로 대부분 목회자로 활동 중이다.
가족명의핸드폰 어성호 선교사가 웨슬리신학대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어 선교사 제공
웨슬리신학대는 기감 총회와 협력해 세운 인도네시아 현지 신학교다. 인도네시아 교육부 정식 인가를 받아 신학과와 교회음악과를 비롯해 신학대학원까지 운영하고 있다.
설립 초기엔 어 울산신용회복 려움이 많았다. 정부의 건축 허가 전까지 여러 장소를 전전해야 했다. 어 선교사의 자택과 교회를 오가며 교실 없는 강의가 이어졌다. 그는 “처음에는 교실 없이 수업해 어려웠지만, 지금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한 걸음씩 길을 여셨고 그 과정을 통해 현지 사역자들이 자라났다”고 회고했다.
복음의 씨앗 농협 마이너스통장 서류 , 나무로 자라나다
까르니아브카시인도네시아감리교회 교인들이 성금요일이었던 지난 4월 18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대부분이 검은 옷을 입었는데, 예수님을 애도한다는 의미로 입었다고 했다.
성금요일이던 이튿날엔 로모 수긍 목사가 목회하는 까르니아브카시인도네시아감리교회를 찾았다. 재래시장을 지나자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십자가도 달지 않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정집처럼 따뜻한 예배 공간이 펼쳐졌다.
검은 옷을 입은 교인들이 하나둘 예배당으로 모여들었다. 자리는 금세 부족해져 간이의자까지 놓아야 했다. 예배당을 가득 메운 300여명은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예배에 빠져들었다. 이날 예배는 120분 가까이 진행됐다.
성금요일 예배엔 등록 교인 246명보다 많은 이들이 나왔다. 교회학교부터 청년부와 남·여선교회, 7개 소그룹까지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수긍 목사는 “지난해만 해도 16명이 세례를 받았다”며 “하나님이 해마다 새로운 이들을 보내주실 걸 믿고 있다”고 말했다.
어 선교사와 웨슬리신학대 출신인 수긍(오른쪽) 목사가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수긍 목사는 웨슬리신학대 재학 시절 사도 바울의 전도 여행 경로를 손으로 직접 그리며 정리했던 과제가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그때 배운 신학이 목회의 든든한 뿌리가 되고 있다”며 “어 선교사님은 신학교에 들어간 순간부터 지금까지 제게 늘 멘토 같은 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교지에서 묵묵히 복음을 전하시는 어 선교사님의 모습을 보면 저도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말했다.
어 선교사는 “수긍 목사는 학생 때도 성실하고 공동체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신학도였다”며 “목회자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수긍 목사는 현지에서 귀감이 되는 리더”라고 화답했다.
일터에서 피어난 예배
어 선교사의 하루는 바쁘게 흘러간다. 학교 사역뿐만 아니라 자카르타중앙교회 담임 목사로서 목회도 병행한다. 그는 강의실과 사무실을 오가며 설교 원고를 다듬고 동역자들과 메시지를 공유한다. 주일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교인들을 위해 영상 설교도 촬영한다.
최근에는 사역 영역이 ‘일터’로 확장됐다. 자카르타 인근 레곡 지역에 있는 신성델타그룹 인도네시아법인 공장에서 한국인 직원 등을 대상으로 성경공부 모임을 인도하고 있다.
“선교라면 뭐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다 해봤습니다. 일터 선교도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을 매달 만나 예수님을 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더 소중합니다. 복음이 없는 곳이야말로 목회자가 있어야 할 자리 아니겠습니까(웃음).”
어 선교사가 레곡 지역에 있는 신성델타그룹 인도네시아법인 공장에서 한국인 직원 등을 대상으로 성경공부 모임을 인도하고 있다.
일터 예배는 신앙이 없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30분 정도 진행됐다. 일방적 설교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었다. 일터에서 삶의 무게와 피곤이 묻어나는 자리, 그 안에서 복음은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어 선교사는 부활절을 앞두고 다시 사신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했다. 그는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결국 부활을 믿는 것”이라며 “이는 곧 언젠가 우리도 부활하게 된다는 믿음의 고백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어 “죽음을 넘어 생명을 선포하신 예수님을 믿는다면 우리도 죄와 죽음을 이기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무슬림 국가, 보내는 선교지로
한스 게니 아르탄토 알루시아 사무총장이 단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엔 2억8000만여명 인구 중 87%가 무슬림이다. 종교의 다양성은 보장돼 있지만, 개신교 인구는 정부 추산 2000만명으로 7% 남짓이다.
개신교가 비록 소수이지만, 복음의 씨앗은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단순히 ‘받는 선교지’로만 여겨졌던 인도네시아 교회는 이제 ‘보내는 선교’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2024년 세워진 인도네시아선교협의체 ‘알루시아(Alusia)’가 구심점이다.
이 단체는 오순절 교단을 필두로 4개 교단과 30여개 대형교회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600여명의 선교사를 국내외로 파송했다.
한스 게니 아르탄토 사무총장은 “어 선교사와 강대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의 도움이 컸다”며 “한국 선교단체를 보며 영적인 도전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교회도 선교에 나서야겠다는 마음을 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교회가 함께 협력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선교의 바람이 일어나도록 한국교회 성도들도 함께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교로 뛰어 들게 된 이유는…
어 선교사의 선교 여정은 믿음이 없던 청년 시절 무작정 떠난 무전여행에서 시작됐다. 어 선교사는 “증조부부터 부친까지 모두 장로셨기에 자연스럽게 교회에 다녔지만,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구원의 확신이 없었다”며 “원하는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복음에서 더 멀어졌고 현실 도피를 위해 무전여행을 떠났다”고 말했다.
어성호 선교사가 자신의 목회 여정과 관련해 설명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우연히 들른 인천 용유도의 숙소에서 젊은 전도사를 만났다고 했다. “그런데 그분이 제게 ‘하나님을 믿느냐’고 물었어요. 그 순간 왠지 몰라도 가슴이 무너졌고 그 자리에서 회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회심한 어 선교사는 더 나아가 신학을 하기로 했다.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협성대에 편입하고, 감신대에서 선교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농촌교회에서 목회 경험도 쌓았다.
어느 날 한 대학 선배가 건넨 말이 어 선교사의 삶을 다시 한번 바꿨다. 인도네시아에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선교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어 선교사는 “그 말을 듣는데 ‘내가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하나님께서 제게 그 마음을 주신 것이라 믿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1990년 인도네시아에 첫발을 내디뎠다. 언어나 문화 모든 게 낯설었지만, 복음을 전하겠다는 다짐으로 버텼다. 언어를 익히기 위해 시장통에서 사람들을 만나 어울렸다. 파송교회의 후원이 끊겨 사역과 생계가 모두 막혔던 때도 있었고 동역자로부터 배신을 당했던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기도했다.
어 선교사에게 인도네시아는 제2의 고향과도 같다.
“이 땅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요. 인도네시아는 제 사역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가 편히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신 곳에서 순종하며 살다 가는 게 소원입니다.”
자카르타·브카시·레곡(인도네시아)=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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