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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독특해",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오'/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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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어떤 날,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고,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납치당해지고 싶어진 적 없으신가요. ‘엘리오’는 그런 여러분을 위한 영화입니다. 제가 관람하던 날, 제 옆옆에 있던 여성 관객은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펑펑 우시더군요. 그 분이 비켜주셔야 통로를 지나갈 수 있었는데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저도 이상가구 앉아있었습니다. 영화관은 그런 곳. 생면부지의 누군가의 울음이 그치기를 말없이 기다려주는 곳이기에.
영화 시작부터 엘리오는 여느 꼬마와 좀 다릅니다. 식당 테이블 밑에 쭈그리고 앉아있어요. 고모랑 같이 왔는데 메뉴를 주문해주려는 고모의 말은 듣는둥 마는둥 테이블 아래 웅크리고 신발만 만지작거려요. 전 이미 이때부터 맘이 쓰이더군요. 애 창업사이트 얼굴에 써있거든요. “난 짐일 뿐이야. 내가 없어져야 해.” 저 아이를 어떻게 안아줄 수 있을까. 네 잘못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엘리오의 부모님은 자세히는 설명되지 않는 어떤 일 때문에 세상을 떠나고 엘리오는 고모에게 맡겨졌습니다. 테이블 아래 웅크린 첫 장면은 항공우주박물관인데 거기서 엘리오는 저 멀리 우주 항해를 떠난 보이저호의 이야기를 주택담보대출계산기 알게 돼요. 이때부터 엘리오는 외계인에게 납치될 계획을 세웁니다. “우주에 많고많은 5억개 별 중 하나는 날 원하겠지.” 누군가는, 어딘가는 나를 원하는 사람, 원하는 곳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들뜬 꼬마는 여차저차한 모험 끝에 정말로 외계인을 만나게 됩니다. 쨔잔. 그런데.
영화 '엘리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엘리오가 만난 외계인들은 고등생명체들의 은하단체인 커뮤니버스에 살아요. 거기엔 이름이 ‘우우우우’인 액상형 슈퍼컴퓨터가 뭐든 척척 안내해주고, 이 세상의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는 ‘우주 사용자 매뉴얼’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모든 답을 얻을 수 있는 척척박사에게 뭘 물어보고 싶으세요. 우주의 기원? 인생의 의미? 이번주 로또 번호? 엘리오의 질문은 그야말로 엘리오다웠습니다. “방망이를 든 고릴라와 침팬지 10마리가 싸우면 누가 이겨?” 아, 이 소중한 기회를 이렇게 허비하다니. 마치 세 가지 소원만 빌 수 있는 램프 요정 지니에게 생수 한 병을 부탁한 듯한 이 안타까움. 저 같으면, ‘생텍쥐페리는 마지막 비행에서 어린왕자를 다시 만났나’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 실제 모델은 누구인가’ 이런 걸 물어보고 싶어요. (엘리오의 질문에 대한 척척박사의 답은? 고릴라가 이긴다고 합니다)
엘리오는 커뮤니버스에서 꽃게 성운 하일러그의 폭군이자 분노의 전사인 그라이곤 전하를 만나게 됩니다. 커뮤니버스를 파괴하려는 그라이곤과 협상에 나서는 엘리오, 예상치 못한 우군을 만나는데 다름아닌 그라이곤의 아들, 하일러그의 왕자, 글로든입니다. 여러분이 영화 스틸에서 보시는 저 오동통한 녀석.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아, 보기엔 애벌레 같아 보인다고요. 영화를 보시면 생각이 바뀌실걸요. 힘으로 지배하려는 아버지 그라이곤과 달리 아들 글로든은 마냥 섬세하고 상냥한 아이입니다. 엘리오를 처음 만났을 때도 포대기를 만들어 포옥 감싸줘요. (아, 나도 그런 포대기 하나 있었으면) 둘도 없는 친구가 된 글로든에게 엘리오가 말합니다. “난 지구가 문제인줄 알았는데, 근데 말야, 만약 진짜 문제는 나면 어떡하지?” 글로든의 답. “난 너가 좋은 걸. 내가 보기에 넌 좋은 애야.(Well, I like you. You seem fine to me.)” 이렇게 평범한 말로 세상 최고의 위로를 전해주는 친구, 여러분 곁에도 있으신가요.
"넌 독특해",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오'/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꽃게 행성에선 어른이 되면 다들 개인맞춤형 갑옷을 입는다는 설정도 무척 의미심장하죠. 우리가 어른이 되고 회사에 다니게 되면 사회적 자아를 장착하게 되는 것과 같은 거니까요. 꽃게 왕자 글로든에겐 화염방사기와 염산 대포, 회전 톱이 달린 어마무시한 갑옷이 이미 준비돼 있습니다. 그런데 글로든은 그 갑옷을 너무 싫어합니다. 싸우고 남을 해치는 게 싫거든요. 아버지 그라이곤에겐 차마 말을 못하고 엘리오에게만 털어놓습니다. 과연 글로든은 무시무시한 갑옷을 입고 모두를 공포에 떨게할 공포의 꽃게 전사로 거듭나게 될까요. 엘리오는 커뮤니버스에서 내내 사랑받으며 지내게 될까요.
뒷부분 꽃게대왕의 변신에 저는 당장 달려가 픽사의 이야기 창고 열쇠를 훔치고 싶어졌습니다. 모두가 모성애를 강조하는 세상에서 그런(!) 전개라니. 꼭 직접 보시고 확인을. “넌 독특해, 독특하면 때론 외롭지. 하지만 넌 혼자가 아냐(You are unique. Unique can sometimes feel like alone. But you are not alone).” 엘리오에게 외계 생명체가 들려준 인사를 여러분께도 전합니다. ‘그 영화 어때’ 구독해주시는 독특한 여러분을, 그 소중한 독특함을 응원하며,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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