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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의 클래식 수퍼스타즈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중앙포토]







9월 라 스칼라 필하모닉에 이어, 11월 빈 필·베를린 필·로열 콘세르트헤바우의 내한을 앞두고 10월에도 세계 정상 악단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는다. 런던 필하모닉, NDR 엘프필하모닉, 체코 필하모닉이 차례로 서울 우체국카드 무대에 오르지만, 에너지와 원숙함을 겸비한 가장 역동적인 조합은 단연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21~22일, 예술의전당)이다. 이번 공연은 두다멜의 국제적 명성이 어디서 비롯됐고, 그것이 어떤 상업적 효과로 이어지는지 서울 관객이 직접 확인하는 현장이 될 것이다.


주빈 메타처럼 부모님신용불량 LA 필서 뉴욕 필 수장으로









두다멜의 말러 교향곡 9번 앨범. 말러 교향곡의 서사 표현 능력이 특출나다. [중앙포토]

은행 구조조정





2025년 현재 미국 클래식 시장을 대표하는 절대 지존은 두다멜이다. 올가을 그는 LA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최종 시즌을 보내면서 동시에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 지명자로 ‘허니문’을 즐긴다. 그의 이동 현대증권 매각 은 단순한 자리 교체가 아니라, 1970년대 말 주빈 메타가 촉발했던 두 도시의 문화적 긴장을 다시 불러왔다. 스타를 두고 서부와 동부가 맞붙는 구도는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를 연상시킨다.

그를 ‘백 년에 한 번 나오는 재능’이라 극찬했던 ‘흥행 여왕’ 데보라 보르다가 이미 LA 필에서 뉴욕 필 행정감 학자금대출자격 독으로 옮긴 터라 LA 문화계의 상실감은 더 깊다. 거장 부재 시대를 메울 인재로 두다멜이 지금 위치에 오르기까지, 업계가 치러온 분투의 세월이 곧 21세기 클래식 비즈니스의 역사라 할 만하다.









후원자를 자임한 명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왼쪽)와 두다멜. [사진 두다멜 인스타그램]







1981년 베네수엘라 바르키시메토에서 태어난 두다멜은 열두 살에 음악 공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로 지휘봉을 잡았고, 18세에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가 되었다. 2004년 말러 지휘 콩쿠르 우승으로 국제 무대에 공식 데뷔하기 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 도이치그라모폰, 매니지먼트 아스코나스홀트가 그를 일찍이 주목했는데, 그 배경에는 전 베를린 필 수석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존재가 있었다. 아바도는 1990년대 후반 카라카스에 머물며 라틴 음악가들과 교류했고,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투어 중 두다멜의 리허설을 지켜본 뒤 2000년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를 베를린에 초청했다.

베를린 필 후임 수석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아바도 소개로 두다멜을 만나 2004년 자신의 조수 지휘자로 불렀다. 두다멜은 베를린 외곽의 친구 집에 머물며 밤낮없이 필하모니에 드나들었고, 때로는 홀에서 잠을 잘 정도로 단원들과 가까워졌다. 2006년 도이치그라모폰 데뷔 앨범이 나왔고, 아바도와 래틀이 품질 보증을 섰다. 열정적일 뿐 아니라 마디 번호까지 또렷이 기억하는 ‘준비된 지휘자’라는 평가가 공연 전부터 유력 관계자의 입에서 전해졌다. 아스코나스홀트는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데뷔, 루체른 페스티벌 빈 필 지휘를 주선했고, 2009년 마침내 LA 필하모닉 수장에 올랐다.
2015년, 래틀의 후임 베를린 필 수석지휘자 인선 과정에 두다멜의 이름이 오르는 것은 당연했지만 그는 후보 등록을 사양했다. 1차 투표에서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안드리스 넬손스가 경합하고, 2차 투표에서 제3의 후보 키릴 페트렌코가 선출되는 순간부터 그의 이름이 다시 차기 후보군에 오르내렸다. 최고의 음악 엘리트들 사이에 두다멜의 존재감은 예술성에 기반해 평가받고 있다. 지금도 매 시즌 한두 개 프로그램을 베를린 필과 정기적으로 선보이고, 야외 공연인 발트뷔네 콘서트를 수시로 지휘하며 베를린 필의 ‘얼굴’ 역할을 분담한다. 과거에는 수석 지휘자 외에는 해외 투어를 자제했던 베를린 필이 올여름 두다멜과 함께 일본 단독 투어에 나선 사실이 양측의 유대 관계를 선명히 보인다.
두다멜의 음악적 장점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오케스트라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남미 레퍼토리부터 베토벤, 번스타인에 이르는 다양한 사조를 생동감 있고 서정적으로 결합하는 해석력이 두드러진다. 특히 말러 교향곡에서 격정적인 에너지와 세밀한 감정선을 결합해,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서사를 청중이 온몸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능력이 특출하다. LA에서는 YOLA로 상징되는 교육 프로젝트와 팝 페스티벌 ‘코첼라’ 무대에 등장하는 대중적 행보를 통해 전통적 관객층을 넘어 새로운 세대와 만나는 최전선에 서 있다. 최근에는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웸블리 구장 공연에 직접 등장해 화제를 뿌렸다.
성공뿐 아니라 좌절과 논란 역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같은 수퍼스타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다. 두다멜은 2021년 파리 오페라 음악감독에 임명되며 오페라를 축으로 한 유럽 거점을 꿈꿨지만, 2023년 ‘개인적 사유’를 이유로 돌연 사임했다. 표면적 이유는 가정이었으나, 실제로는 관료제에 익숙한 프랑스식 운영 문화와 스타형 리더십의 충돌이 본질이었다. 뉴요커 평론가 알렉스 로스가 지적했던 ‘예측 가능하며 성숙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파리에서도 되풀이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데이비드 머멜스타인은 그의 바그너 해석을 “서투르고 모호하다”고 평하며 “스타성은 탁월하나 오페라 해석의 깊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LA 필하모닉 갈라 콘서트에 참석한 두다멜과 부인 마리아 발베르데. [AFP=연합뉴스]







사생활 또한 가십의 대상이다. 2006년 발레리나 엘로이사 마투렌과 결혼해 아들을 두었으나 2015년 이혼했고, 2017년 배우 마리아 발베르데와 재혼하면서 영화계와의 접점이 넓어졌다. LA에서 두다멜 부부의 일상은 언제나 파파라치 카메라에 포착되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당사자의 스트레스는 극심할 터다.

두다멜을 둘러싼 가장 큰 리스크는 베네수엘라 정권 부역 논란이다. 엘 시스테마의 상징이자 대표적 수혜자로서 차베스와 마두로 정권과의 관계에서 ‘침묵하는 협력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2017년 반정부 시위에서 경찰 발포와 자경단 폭행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두다멜이 마두로 참석 공연을 강행한 사실은 시민사회의 거센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뒤늦게 성명을 내 정권을 비판했지만,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발언이 엘 시스테마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음악은 만인의 것”이라 외쳐왔지만 엘 시스테마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딜레마 속에 자신도 휘말린 셈이다. 이런 모순된 이력이 두다멜을 단순한 스타가 아닌, 예술과 정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시대의 인물’로 부각시킨다. 향후 마두로 정권과 일정한 선을 긋지 못한다면, 공정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베를린 필같은 악단이 차기 수석 지휘자로 그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달 21~22일 LA 필과 내한 공연 2020년대 후반 두다멜의 음악적 미래는 일단 뉴욕 필과의 동행 성과에 달려 있다. 음악감독에게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뉴욕 문화계는 객원 시절의 호감과 실제 음악감독으로서의 평가가 전혀 달라진다. 번스타인 이후 흥행과 비평을 동시에 거머쥔 뉴욕 필 음악감독은 전무했다. 두다멜이 카리스마에 기대어 ‘LA 필 2기’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뉴욕 반응은 냉정할 것이다. 뉴욕 필 단원의 세대 교체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각 파트에 자율과 신뢰를 폭넓게 부여하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거장 부재의 시대, 마흔넷의 두다멜은 이제 누구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할 수 있을까. 아바도와 래틀이 그에게 기대와 후원을 건넸던 이유가 타고난 재능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미래 오케스트라가 생존하기 위해 요구되는 리더십의 적합성 때문이었는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는 지금 과거의 글로벌 거장 제조 시스템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예술감독직과 음악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후계자 육성이 단순한 ‘재능의 발굴’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레이블, 매니지먼트가 교차하는 권력 구조를 읽어내는 작업이라면, 두다멜은 아바도와 래틀이 구현했던 ‘연대적 리더십’을 이어갈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 후계자의 필요성 자체를 논하지 않는 지금의 양태가 거장다운 행보인지 자문할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두다멜은 카라얀과 번스타인 같은 거장의 시대가 지고, 래틀과 메켈레 사이에 놓인 전환기적 스타로 볼 수 있다. 상업성과 정치성, 글로벌성과 지역성 사이에 끊임없이 균열을 드러내면서도, 여전히 음악의 보편성을 믿고 최고의 지휘대에 그를 서게 한다는 점에서 두다멜의 커리어는 동시대 클래식 음악의 모순과 희망을 압축한다.














한정호 공연평론가·에투알클래식 대표. 런던 시티대 대학원 문화정책 매니지먼트 석사. 발레리나 박세은, 축구인 박지성 등 예술 체육계 명사의 에이전시와 문화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에투알클래식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다양성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