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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11-06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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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란 (맘다니)! 조란 (맘다니)!"
4일(현지시간) 밤 9시37분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후보의 뉴욕시장 당선이 확정적이라는 방송 보도가 나온 순간 300여명의 맘다니 지지자들이 모여 있던 뉴욕 맨해튼의 주점은 순식간에 환호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얼핏 보기에도 인종, 출신, 연령이 마구 뒤섞인 이들은 미국 정치에서 금기로 꼽혀온 사회주의와 무슬림, 친팔레스타인이라는 정체성을 모두 넘어선 서른네살 젊은 시장의 이름을 밤새도록 연호하며 자축했다. 4년 전 프랑스에서 뉴욕으 서브프라임결과 로 건너온 대학원생 줄리엣은 "이제 뉴욕은 다시 이민자와 다양성의 도시"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전선에서 물러서지 말라고 맘다니에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이날 뉴욕 브루클린 파라마운트 극장에서 진행된 당선 연설에서 지지자들의 이런 바람에 그대로 화답했다. 그는 "오늘 밤 우리는 하나의 정치 왕조를 무너뜨리고 세계에서 서울 직장인 밴드 가장 비싼 도시에서 밀려난 요리사, 배달원, 택시 운전사에게 힘을 실어줬다"며 "뉴욕은 앞으로도 이민자들의 도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반(反)이민 정책으로 기울어가는 '아메리카 퍼스트'의 심장부에서 뉴욕을 다시 이민자와 서민, 노동자의 도시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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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4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에서 열린 선거 밤 집회에서,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후보 조란 맘다니가 그의 어머니 미라 네어와 함께 무대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뉴스1
1년 전만 해도 정치적 존재감이 희미했던 정치 소기업확인서 신예 맘다니의 '반란' 같은 승리를 두고 뉴욕 시민들은 '뉴욕이 계속 뉴요커의 도시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유권자들의 응답이라고 입을 모았다. 맘다니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임대료 동결 △최저임금 인상 △5세 미만 아동 무상보육 △버스 무료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주거비와 교통비 부담에 밀려나는 시민들의 불안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2017년에 증권사 이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한 민주당에서도 생계와 경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자성이 나왔지만 이를 실천에 옮긴 것은 맘다니가 유일했다.
이날 뉴욕시청 앞 페이스대학 내 투표소에서 만난 대학생 레이는 "맘다니의 슬로건 '감당할 수 있는 도시'(A City We Can Afford)는 뉴욕 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의제"라며 "뉴욕은 언제나 다양성과 포용성의 도시였고 이제 다시 이런 가치를 지켜줄 수 있는 시장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직장인 알렉스는 "미국과 뉴욕은 다양성과 포용력,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발전했다"며 "당장의 현실에 급급해 그동안의 성공이 무엇 덕분이었는지를 망각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역대급 투표 열기는 뉴욕 시민들의 이런 불안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뉴욕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까지 진행된 사전투표에 73만5317명이 참여한 것을 포함해 총 2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한 것은 존 린제이 전 뉴욕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던 1969년 이후 56년 만에 처음이다. 사전투표자 수는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면 뉴욕시 역사상 가장 높았다. 개표율 97.9% 기준으로 맘다니는 50.4%의 표를 받아 41.6%에 그친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후보를 제치고 당선이 확정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적이라는 방송 보도가 나오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 왼쪽 TV 화면에 맘다니의 당선 확정을 알리는 방송 자막이 보인다. /사진=심재현 특파원
뉴욕 금융가는 초긴장 상태다. 월가의 큰손들이 지난 6월 민주당 경선 이후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맘다니의 기세를 꺾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이변은 없었다. 월가에서는 맘다니의 정책이 뉴욕을 얼마나 바꾸려 하고 얼마나 받아들여지는지에 따라 뉴욕이라는 금융도시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해에 대한 민심을 가늠할 풍향계라는 점에서도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뉴욕시장을 비롯해 뉴저지 주지사, 버지니아 주지사까지 민주당이 싹쓸이한 선거 결과를 두고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1년 만에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을 심판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개표 결과가 발표된 뒤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두가지 이유는 트럼프가 출마하지 않았고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됐기 때문"이라며 선거 패배 책임과 거리를 뒀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선거 개표 행사에서 민주당 후보 조란 맘다니가 당선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맘다니가 앞으로 맞닥뜨릴 현실이 순탄치는 않다. '좌파와의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맘다니를 좌파 정책 실패의 상징으로 몰아붙이면서 민주당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선 선거 막판까지 맘다니 지지 선언조차 망설였던 민주당 지도부가 맘다니와 선을 그을 수도 있다. 맘다니 당선을 막기 위해 뉴욕시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 중단 등 선거 개입 발언을 불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자금 지원을 끊어 맘다니의 공약을 흔들 가능성도 높다.
맘다니의 당선으로 미국 정치권의 양극화가 한층 더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양당이 상대방의 텃밭에서 경쟁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각자 지지 기반이 뚜렷하지 않은 지역의 이익과 관점을 무시하는 경향이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시청 청사. /사진=심재현 특파원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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