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센스] 찬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다이어리를 펼칩니다. 12월, 한 해의 끝자락은 사람을 그리워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안부를 묻고, 소원했던 이들과 얼굴을 마주하기 위해 '송년회'라는 이름의 약속들을 하나둘 채워 넣습니다.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치고 야인이 되었을 때, 혹은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나 명함 한 장 없이 온전한 '나'로서 세상에 섰을 때, 끝까지 내 곁에 남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스마트폰 속 수천 개의 연 바다신릴게임 락처를 훑어보다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직급이나 이해관계로 얽혀 건조하게 업무 용건만 주고받던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결국 남는 이들은 하나같이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며 개인적인 고민을 공유했던 '밥 친구'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고은 시인의 명시 <그 꽃>에는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라는 구절 모바일야마토 이 나옵니다. 저는 감히 이 시구를 관계의 언어로 다시 써보고 싶습니다.
"밥 먹으며 보았네, 일할 때 못 본 그 모습."
성공적인 커리어와 삶의 균형을 꿈꾸는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최근 누구와 밥을 먹었습니까? 그리고 그 식탁 위에는 어떤 대화가 오고 갔습니까?
'언제 밥 한번'이라는 말의 릴게임꽁머니 서늘한 진실

한국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언제 밥 한번 먹자" 일 것입니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혹은 메신저로 안부를 물을 때 우리는 습관처럼 이 말을 던집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봅시다. 그 말의 이면에는 '지금은 굳이 시간을 내서 당신을 만날 상황은 아니다'는 완곡한 표현이거나, 바다신2게임 '내 스케줄이 비는 막연한 언젠가가 오면 봐요. 그러나 기약은 할 수 없다'는 마음이 배어 있지는 않은가요?




세계적인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혼자 밥 먹지 마라(Never Eat Alone)>의 저자 키스 페라지(Keith Ferrazzi)는 누구나 밥은 먹으 야마토릴게임 니 그 시간을 혼자 보내지말고 동료,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의 기회로 삼으라고 합니다. 관계는 거래가 아니라 나눔이므로 먼저 다가가라고 합니다. 관계는 저절로 맺어지는 우연의 산물이 아닙니다. 잡초를 뽑고 물을 주어야 예쁘게 다듬어지는 정원처럼, 관계 역시 의도적인 노력과 시간 투자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만약 당신의 마음 한구석에 '이 사람과는 꼭 한번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막연한 '언제(Sometime)'를 구체적인 '오늘(Today)'로 끌어와야 합니다.
"언제 시간 되면 봐요"라는 기약 없는 인사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이번 주 점심 어때요? 회사 근처에 국물이 끝내주는 전골집을 알아요."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를 제안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위해 내 삶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겠다는 가장 확실한 호의의 표시입니다. 그 작은 용기와 구체성이 형식적인 관계를 살아 숨 쉬는 인연으로 바꾸는 시작점이 됩니다.
여성 리더에게 '점심'이 가지는 전략적 의미
특히 여성 리더들에게 '식사 리더십'은 더욱 중요하고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에서는 퇴근 후 이어지는 늦은 술자리나 회식이 관계 형성의 주무대였습니다. 하지만 육아와 가사, 혹은 자기계발 등 퇴근 후의 삶이 중요한 현대 직장인들에게, 그리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원들에게 저녁 회식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점심 식사'는 가장 강력하고 부담 없는 네트워킹 수단으로 떠올랐습니다. 술 없이도 맨정신으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업무 시간의 연장이 아닌 휴식과 충전의 시간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구(食口)'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밥 식(食)에 입 구(口). 한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을 가족이라 부르듯, 밥을 함께 먹는 행위는 타인을 나의 심리적 울타리 안으로 들이는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의식입니다.
심리학적으로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어 긴장이 풀리고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다고 합니다. 이를 '오찬 효과(Luncheon Effect)'라고 하죠. 딱딱한 회의실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팀원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곳도 바로 식사 자리입니다. 회의 시간에는 꿀 먹은 벙어리 같던 김 대리가 맛있는 파스타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수다쟁이가 되기도 하고, 늘 냉철해 보이던 박 팀장이 자녀의 입시 걱정을 털어놓으며 인간적인 한숨을 내쉬기도 합니다.
상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렵기만 한 임원에게 "상무님, 저 오늘 점심 한 끼 사주세요"라고 말해보세요. 밥 사달라는 후배를 마다할 선배는 세상에 없습니다. 그 한 끼의 식사가 수십 번의 보고서보다 당신을 더 깊이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밥을 자주 먹은 사람이 오래 남습니다.
질문 하나가 바꾼 관계의 온도: "요즘 행복하세요?"
저는 팀원들과 식사할 때마다 습관처럼, 하지만 진심을 담아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요즘 가장 행복한 일이 무엇이세요?"
업무 성과나 목표 달성, 혹은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밥 먹는 자리에서까지 일 이야기를 하는 상사는 최악입니다. 이 엉뚱한 질문을 받으면 팀원들은 처음엔 숟가락을 멈추고 잠시 멍해합니다. 회사에서 '행복'을 묻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내 봇물 터지듯 각자의 삶을 쏟아냅니다.
주말에 아이들과 캠핑 가서 불멍을 할 때, 퇴근길 러닝 크루들과 한강 변을 달리고 맥주 한 캔을 마실 때, 혹은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웃을 때…
일과 관련된 대답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자신의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눈빛은 생기로 반짝입니다. 그 반짝임은 업무에 지친 뇌를 깨우고, 다시 오후를 살아낼 에너지가 됩니다.
저는 그 대답들을 흘려듣지 않고 돌아와 노트에 적어둡니다. 그리고 다음에 만났을 때 "지난번 말한 러닝화는 샀어?"라고 묻거나, 생일에 그들이 좋아한다고 했던 캠핑 용품을 슬쩍 선물합니다.
한 번은 어느 팀장이 "이번에 받은 특별 인센티브로 아내가 평소 갖고 싶어 하던 선물을 사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남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혹은 상사 앞에서 아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쑥스러울 법도 한데, 당당하게 말하는 그 모습이 참 근사해 보였습니다. 문득 '내 남편도 밖에서 나를 생각하며 저런 표정을 지을까?' 하는 생각에 그 팀장의 아내가 참 부러워지더군요.
몇 달 뒤, 그 팀장의 결혼기념일에 작은 꽃바구니와 손편지를 보냈습니다.?"○○ 팀장님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아내분이 원하던 선물을 해준 날을 꼽더군요. 그 말을 듣는데 제가 다 감동했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의 아내이기에, 밖에서 그런 말을 하는 남편을 둔 팀장님의 아내분이 참 부러웠답니다. 두 분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다음 날 아침, 그 팀장은 상기된 얼굴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아내가 꽃바구니를 받고 "당신이 회사에서 내 얘기를 이렇게 애틋하게 했다니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는 것입니다. 그는 "어떻게 지나가는 말을 기억하고 챙겨주실 수 있냐"며 감격해했습니다. 밥상머리에서의 질문 하나가 그 부부의 행복에 작은 보탬이 되었고, 저와 그 팀장 사이에는 그 어떤 업무 결과보다도 더 단단한 '신뢰의 끈'이 생겼습니다. 밥상의 대화가 만드는 조용한 힘입니다.
뒤늦은 후회: '입'은 닫고 '귀'를 열 것을
리더십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워렌 버핏은 "가장 가치 있는 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했고, 그 사람들과 식사를 즐겼다고 합니다. 스티브 잡스 역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반드시 참모들과 산책을 하거나 식사를 하며 교감했다고 합니다. 식사는 직급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는 그나마 유일한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저에게 뼈아픈 후회가 남습니다. '더 자주 밥을 먹지 못한 것', 그리고 그 소중한 시간 속에서조차 '제 말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리더의 자리에 오를수록 우리는 '말하는 것'에 익숙해집니다. 가르치려 하고, 조언하려 하고, 나의 경험을 공유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잔소리나 주입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진정한 소통은 내가 말을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경청(Listening)'과 '공감(Empathy)'은 여성 리더가 가진 최고의 무기입니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무용담 대신, "요즘 당신을 힘들게 하는 건 무언인가요?", "당신을 웃게 하는 건 무엇이예요?"라는 질문을 더 많이 던졌어야 했습니다. 조직원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그들의 감정에 주파수를 맞출 때 심리적 거리는 좁혀집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드슨 교수는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꼽았습니다. 내 의견을 말해도 무시당하지 않고, 실수를 해도 비난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은 회의실도 가능하겠지만,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나누는 사소한 대화에서 더 싹트기 쉽습니다. 일을 떠나, 그 사람의 인간됨과 장점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이 연결이 되어 일에 대한 피드백도 더 현명하게 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리더가 사람에게 애를 쓰고 공감하면, 조직원들도 리더를 위해, 그리고 조직을 위해 애를 쓰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고스란히 조직의 성과이자 가치로 쌓이게 됩니다.
당신의 식사 파트너가 곧 당신을 말해준다
미국의 저명한 기업가이자 동기부여가인 짐 론(Jim Rohn)은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다."

이 말은 식사 자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당신의 점심과 저녁 약속 자리에? 앉은 사람이 곧 당신의 현재이자, 당신이 나아갈 미래입니다. 매일 똑같은 동료, 매일 똑같은 부서 사람들과만 어울리고 계신가요?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혼자만의 동굴에 갇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샌드위치를 먹고 있지는 않은가요?




올해가 가기 전에 구글 캘린더를 열어, 지난 1년간의 점심,저녁 약속을 복기해 봅시다. 새로운 영감을 주는 사람을 만났는가?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과 식사했는가? 그리고 부하 직원들과는 진실한 마음의 시간을 가졌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의 올해를 정의하고, 다가올 새해를 설계할 것입니다.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는 회의실의 보고보다 깊고, 진실하며, 오래 남습니다.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신뢰가 되고, 그 신뢰가 쌓여 당신만의 리더십 브랜드가 됩니다.
아직 12월이 다 지나지 않았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사람, 혹은 꼭 한번 가까워지고 싶었던 그 사람이 떠오른다면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내보세요. 막연한 언젠가가 아니라, 구체적인 날짜와 함께 말이죠.
"이번 주 언제 시간되요? 제가 살 테니,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당신이 나누는 그 밥 한 끼가,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위로가 되고, 당신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지도 모릅니다. 밥심으로 일하고, 밥정(情)으로 통하는 멋진 리더가 되기를 응원합니다.CREDIT INFO




김희연 전 LG디스플레이 전무.??은행원에서 시작해 증권사 IT 애널리스트를 거쳐 LG디스플레이 최초 여성 전무까지 오른 33년 경력의 리더십 전문가입니다. 다양한 업계를 넘나들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AI 시대 인간의 가치에 대한 통찰을 담은 '공감 지능 시대'를 출간했으며, 현재는 작가이자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성과에서 조직의 성과로, 차가운 데이터에서 따뜻한 공감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그만의 리더십 철학을 전합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