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브랜드 해외 프로모션. 사진=삼양식품 제공


글로벌?K푸드 열풍을 주도하는 대장주인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앞세워 ‘면비디아’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실적과 주가가 동반 상승세다. 소비 부진 여파로 신음하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호실적 행진을 벌이는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다. 불닭 브랜드가 해외에서 각광 받아 수출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호황 속에서도 정작 내부에선 근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신수종 사업 중 상당수가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사업 다각화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진한 사업들 대부분이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오너가(家) 3세가 주축이 돼 진행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야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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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 주가는 최근 3년간 무려 16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만 1조원이 넘어설 정도로 실적이 고공행진 하면서다. 불닭 시리즈 인기가 전 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붉닭 챌린지' 열풍으로 이어질 정도로 글로벌 트렌드가 된 덕분이다. 해외 외신에서도 삼양식품 주가 폭등을 집중 조명하이상급등종목
기도 했다.
반면 오너가가 의욕적으로 키우려 했던 신제품 라인과 비(非)라면 계열 사업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새로 내놓은 매운 라면 브랜드 '맵탱'은 출시 후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한 편의점에 따르면 흑후추소고기·마늘조개·청양고추대파 등 맵탱 시리즈 3종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4% 줄었다.바다이야기 릴게임
또 다른 편의점들에서도 같은 기간 각각 매출이 15%, 12.8% 감소했다.?
공격적 할인 프로모션이나 전용 푸드트럭을 통한 마케팅 확대 등 판매량 증진에 공 들였지만 소비자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 주요 마트에서도 매출 감소세가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닭볶음면보다 더 매운 라면이라는 콘셉트로 내놓AP시스템 주식
은 맵탱은 삼양식품이 불닭 인기를 이을 '전략 상품'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제품 기획, 네이밍, 디자인, 광고 등 전 과정을 오너 3세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상무)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맵탱의 성패가 전 상무의 첫 '경영 성적표'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업계에선 삼양이 맵탱을 제2의 불닭볶음면으로 성장시켜 3세 경영을 연착륙시키겠다동국제강 주식
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됐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상무)이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1994년생인 전 상무는 전인장 전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손이다.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삼양식품에 입사했다. 이후 해외전략부문장을 거쳐 그룹 경영전략을 맡고 있다. 그는 작년 9월 비전 선포식을 통해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밀어내기식 마케팅으로 초기 판매량을 반짝 올리긴 했지만 이후엔 판매 수치가 영 나오지 않는 분위기”라며 “농심, 오뚜기, 팔도 등에서 잇따라 비슷한 콘셉트의 매운 라면 제품을 내놓으면서 맵탱 브랜드가 불닭만큼 인지도를 얻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 상무가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조직 초기 세팅에 관여했던 삼양애니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양애니는 설립 첫해인 2022년 매출액 15억원, 당기순손실 7억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매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도 약 3억6000만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양식품이 특수관계자와 맺은 매출 거래의 약 90% 이상이 삼양애니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특수관계자 매출의 대부분이 삼양애니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삼양애니가 사실상 그룹 내부에서 받은 주문·거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전 상무는 대표이사직에 오른 지 약 2년 만인 지난해 삼양애니 대표직을 자진 사임했다. 내부에선 3세 승계를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적자 계열사의 대표직을 이어가는 것이 부담이라고 판단해 대표직을 털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노화와 디지털헬스 관련 연구개발(R&D) 조직을 꾸리고 인재를 영입하는 등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도 투자를 시작했지만 성과가 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술 개발과 인허가 등 장기 과제가 많아 단기간 수익화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 사업은 소스 부문이다. 삼양식품은 △불닭 오리지널 △까르보불닭 △핵불닭 △불닭마요 △불닭스리라차 △불닭치폴레마요 등 불닭 소스를 중심으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덕분에 소스 제품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불닭볶음면으로 확보한 매운맛 레시피를 활용해 기업간거래(B2B)·개인(B2C) 소스 시장 확대를 추진 중으로 해외 수출 비중도 커지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대로 아직 주력 라면 사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향후 라면 편중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삼양식품 제품. 사진=연합뉴스


투자업계에선 삼양식품이 의욕을 갖고 뛰어든 신사업들이 잇따라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그룹 미래 성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불닭볶음면이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 높은 상황에서 ‘불닭 이후’의 신사업이 필요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단일 브랜드에 매출이 집중되면 호황기에는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지만 반대로 브랜드 성장세가 꺾일 경우 회사 전체 실적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불닭 시리즈가 삼양의 기둥 축으로 활약하며 글로벌 푸드 기업으로 성장시켰지만, 반대로 말해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과거 삼양라면 하나에 의존했던 시절 우지파동 여파로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경험을 재현하지 않으려면 사업 다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