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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올해도 고수온 피해를 걱정하는 남해안 어민의 한숨이 깊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는 지난 2~4일 통영 금호마리나리조트와 거제·통영 양식장 일대에서 ‘기후위기와 해양 수산 현장’ 탐방 전문연수를 진행했다. 거제·통영 일원 양식 현장을 찾아 경남 해역의 고수온 피해 현황과 대응책을 살펴보는 취지다. 어업인들은 한결같이 고수온 피해 재현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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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거제시 동부면 어구리의 한 멍게 작업장에서 1년산 멍게를 출하하기 위해 세척작업을 하고 있다. 멍게는 지난해 고수온 이후 이식한 것으로 올해 고수온 피해를 우려해 조기 수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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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 피해가 두려운 어업인= 지난 3일 거제시 어구마을 앞바다의 한 멍게 작업장. 수확한 멍게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김태형 멍게수협 조합장은 “지금 생산하는 멍게는 지난해 고수온 이후 10~11월 이식한 것들이다. 보통이라면 1년 더 키워 출하하지만 올해는 고수온도 걱정되고 기본 경비라도 건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조핸드폰바다이야기
기에 수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멍게는 10~18℃ 수온에서 가장 잘 자라는 저수온성 생물이다. 20℃가 넘어가면 높은 수온을 견디기 위해 먹이 섭취와 대사량을 줄인 채 쪼그라든 상태를 유지하다가 26℃ 이상 수온이 지속되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속에서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통영 383㏊, 거제 300㏊의 양식장에ISC 주식
서 전국 생산량의 70%가 출하되는 멍게는 지난해 최악의 고수온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에는 30℃를 넘나드는 고수온이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수확을 앞둔 성체는 물론 산란과 채묘에 필요한 어미와 새끼 멍게까지 모조리 죽었다. 공식 집계된 폐사량만 97%에 이른다. 멍게양식 기반 자체가 초토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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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거제 저구마을의 한 어류양식장. 약 2㏊ 규모의 이 양식장에는 가로세로 5m로 구분된 칸마다 크기가 다른 쥐치 약 60만 마리가 자라고 있다.
어장주인 김성필씨는 “예전엔 적조와 태풍이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몇 년 전부턴 고수온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햇빛을 가리기 위해 양식장 위로 그늘막을 치고 가두리에 산소를 주입하기도 하지만, 드넓은 바다에서 광범위하게 밀려드는 뜨거운 바닷물에는 대책이랄 게 사실상 없다”고 했다.
도내 어류양식장에선 지난 2012년 처음 고수온 집단폐사 피해(165만 마리)가 집계된 이후 매년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다. 2016년 704만 마리, 2017년 343만 마리, 2018년 686만 마리, 2021년 1042만 마리가 떼죽음했다. 2023년엔 1500만 마리, 지난해에는 2828만 마리가 폐사했다.
지난해 8월 통영시 한 멍게 양식 어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에 내장이 터져 뿌옇게 보이는 폐사한 멍게를 건지고 있다./연합뉴스/
◇해마다 뜨거워지는 바다= 9일 오전 9시 도내 사천만·강진만 해역에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졌다.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28℃에 도달하거나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해역에 내려진다. 올해는 장마 조기종료, 폭염 지속으로 지난해(8월 2일)보다 24일 정도 앞당겨졌다. 동해안 냉수대가 소멸하면서 다소 낮았던 수온이 급상승할 우려가 있어 도내 전 해역에 고수온 예비특보가 확대됐다.
바다의 수온은 해마다 오르고 있다. 산업화 이후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면서 대기와 해수 온도가 함께 상승한다. 특히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수온 상승폭이 크다. 지난 57년(1968~2023년) 동안 전 세계 평균 바다 수온이 0.74℃ 상승한 반면 한국 주변 바다는 약 1.58℃ 상승했다.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난류의 세력이 강화하고 있는데다 중국과 일본에 막혀 있는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바다 수온 상승과 함께 바닷속 환경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우선, 표층과 저층의 수온 차이가 커지면서 해수가 수온에 따라 층층이 나뉘는 성층(成層)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산소와 영양염류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서 플랑크톤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해양생태계 전반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
또 수온이 상승하는 만큼 바다의 ‘등온선(等溫線)이 북상하는 속도도 해마다 빨라지고 있다. 2010년대 등온선 북상 속도는 10년당 20.9㎞였지만 최근 10년 동안 49.5㎞로 두 배 이상 빨라졌다.
바다 생태계도 큰 폭으로 변하고 있다. 한류성 어종은 점점 사라지는 반면, 난류성 어종이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는 바다의 대이동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수온의 등온선이 올라가면서 극지방 생물량은 늘겠지만, 저위도와 중위도는 점차 감소할 전망”이라며 “한국 해역은 2100년이 되면 지금보다 수산자원 생산량이 10~15%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수온으로 양식어류 폐사가 급증했던 지난해 8월 거제시 한 양식장 냉동창고에 폐사한 넙치가 상자에 담겨 있다./경남신문DB/
◇고수온 대응책 찾기= 거제시 둔덕면의 한 굴 양식장. 일반 굴양식과 달리 ‘플립팜 개체굴양식’을 하는 곳이다. 기존 굴양식은 굴 종패가 다닥다닥 붙은 줄을 부표 밑으로 내려 키우는 수하식인 반면, 이곳에서는 굴을 낱개로 담은 사각 상자를 바다 위해 띄워 키우는 방식으로 양식하고 있다. 연중 출하가 가능하다는 점과 껍데기째 판매하기 때문에 해양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 외에도 산소 공급이 원활해 고수온에 강한 내성을 보인다.
해양수산부와 경남도는 지난 2022년부터 기후대응 전략 품종으로 친환경 개체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30년까지 굴양식장의 30%인 1000㏊를 개체굴 양식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거제시의 굴양식장 1071㏊ 중 개체굴양식은 73㏊에 이른다.
멍게의 경우 수심이 깊은 외해 양식장 개발에 나서고 있다. 통영·거제 지역 멍게양식장은 수심 10~20m 해역에 분포해 있어 수온 변화에 따른 피해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25m 이상 깊은 수심의 양식장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한여름 고수온을 피해 멍게 양식장을 일시적으로 수심이 깊으면서 수온이 낮은 해역으로 옮기는 멍게 월하장(越夏場)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경남수산안전기술원·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통영시·거제시·멍게수하식수협이 함께 수심별 멍게 생존율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 고수온에 강한 멍게 인공종자 개발에도 나섰다.
김태형 멍게수협 조합장은 “지난해 고수온에서 유일하게 거제에 위치한 양식장 한 곳만 살아남았다”며 “멍게를 기르는 수심이 30m인 깊은 어장이었다. 심해어장 개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어류양식 분야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책을 어종 전환에서 찾고 있다. 경남도수산자원연구소는 아열대 어종인 능성어 수정란 대량보급 체계 구축에 이어 30℃ 이상 고수온에서도 생육이 가능한 벤자리 양식을 위한 치어 생산에 성공했다. 또 흑점줄전갱이, 바리류 양식을 위한 어미 후보군을 확보해 양성 중이다.
글·사진=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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