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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7-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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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7일 SK하이닉스 주가가 9% 가까이 떨어지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19조원이 사라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대거 주식을 팔았던 탓이다. IB의 보고서 하나가 국내 증시를 뒤흔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19일에는 모건스탠리가 공급 과잉 우려를 이유로 SK하이닉스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고, 주가는 하루 만에 6% 급락했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 8월에도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는 제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낮추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당시 주식가치투자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0조원,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5조원 증발했다. 같은 해 5월에는 크레디트스위스(CS)가 LG화학에 대해 기대 이하의 실적(Underperform)이 예상된다며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내 LG화학 주가가 하루 만에 6% 이상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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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 정보가 나와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외국인 많은 대형주일수록 쉽게 요동쳐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의 영향력이 큰 이유는 기본적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코스피 전체에서 외국인 비중은 약 32%지만, 삼성전KT서브마린 주식
자(50%)와 SK하이닉스(55%) 등 대형 우량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훨씬 높다.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는 주요 고객인 전 세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외국계 증권사는 대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영업망으로 보유하고 있고, 이들의 리포트는 글로벌 투자가들의 투자 전략 지침이 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대개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만큼 대주식매수타이밍
형주들은 외국인의 매매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보고서의 품질 역시 인정받는 분위기다. 정보 수집 네트워크가 글로벌 차원에서 구축된 만큼, 주로 기업 IR 담당자에게 의존하는 국내 증권사와 데이터의 질과 양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고서의 언어 문제로 인한 접근성에서도 차이가 난다. 여러 이유로 인해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계 릴게임추천사이트
기관투자가들은 세계적인 정보 네트워크와 전달력을 갖춘 글로벌 증권사의 보고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증권사가 내놓는 보고서가 매수 일색인 점도 외국계 증권사가 내놓는 보고서의 영향력을 키우는 이유다. 국내 증권사가 내놓는 리포트의 90%는 '매수' 추천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발표된 국내 증권사 보고서의 투자 의견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는 0.1%에 불과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평균 15% 정도라고 한다.
국내 증권사가 기업에 불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쉽게 내놓지 못하는 배경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시장에서는 기업은 물론이고 주주도, 연구원이 소속된 증권사도 모두 매수 의견을 원한다. 굳이 나쁜 보고서를 써야 할 이유가 없다. 매도 보고서를 쓴 연구원에게 투자자들의 집단 공격이 쏟아지는 일도 흔하다. 회사의 실적이 나빠 주가가 하락해도 비난은 증권사가 받는다. 매도 의견을 제시해 예상대로 주가가 내렸다고 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매도 의견은 투자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펀드 운영자들에게도 환영받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상장기업이 증권사의 잠재 고객이라는 점이다. 보고서를 쓰는 연구원도 증권사 직원이고, 수익 창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 IB 고객이 될 수 있는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기는 어렵다. 지난해 9만원에 육박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로 떨어지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의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 의견을 냈던 국내 증권사는 없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맥쿼리가 '매수'에서 '중립'으로 투자 의견을 바꿨을 뿐이다. 좀 더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이는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에 신뢰가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는 외국 증권사의 모든 보고서가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할 수는 없다. 보고서를 참고한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이 시장을 흔드는 것은 맞지만, 그 영향은 일시적이다. 보고서의 폭발력은 사실 시장 참여자가 잠재적으로 느끼고 있는 우려나 기대를 확인시켜줄 때 나타난다. 주가의 급등락은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두려움이 잠재적으로 시장에 퍼져있는 상황에서 관련 보고서가 이를 자극하며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을 때 보고서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1994년 삼성전자는 외국계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보고서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당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이후 최대 호황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13만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메릴린치가 반도체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뒤 8만원대로 추락했다. 그러나 다음 해 삼성전자 주가는 다시 상승해 17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위치한 골드만삭스 부스 ⓒEPA 연합
국내 증권사 영업 구조부터 손봐야
국내 증권사든, 글로벌 증권사든 보고서의 한계는 같다. 보고서는 미래를 전망하지만 대부분 시장에 후행해 이뤄진다. 제시되는 목표주가도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국내 증권사가 리포트를 낸 코스피 기업의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인 '목표가 괴리율'은 평균 50%에 육박한다. 미국에서도 목표주가는 증권사별로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 엔비디아만 해도 주가 전망치는 250달러에서 100달러까지 극단적으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좋은 보고서란 정확하게 주가를 예측한 것일 뿐, 주가가 보고서의 영향을 받아 움직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 보고서의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보고서를 대하는 투자자들의 태도 변화도 필요하지만, 일단 기업금융이나 금전신탁 등 영업 부문과 보고서를 내는 조사연구 부문 사이에 '방화벽'이 존재해야 한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요구되지만 간단한 일이 아니다.
2년 전에도 국내 증권사 보고서의 품질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금융감독원이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다. 연구원의 성과 평가 체계 개선과 독립 리서치 회사(IRP·Independent Research Provider)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소신 있고 균형 잡힌 보고서를 낼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성과는 없다. 양질의 리포트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국내시장의 환경적 요인은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 주식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도 국내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성 저하와 영향력 하락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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