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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2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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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검찰 개혁’의 시간이다. 검찰권 남용을 막아 일그러진 검찰 국가를 바로 세우면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범죄 피해자 약자들을 대변해 온 변호사, 일선 형사부 검사, 현장 경찰, 법률 전문가의 진단과 제언을 종합해 성공적인 검찰 개혁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시스템 구축의 방향과 조건을 모색했다.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날 국정기획위가 밝힌 123대 국정과제에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권력기관의 권한 개혁이 포함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키운증권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검찰 개혁은 난제 중의 난제다. 문민정부 이후 거의 모든 정권이 개혁을 외쳤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정치 검사들을 활용해 검찰 공화국 강화에 일조하거나, 검찰에 굴복해 개혁을 포기했거나, 어설픈 시도로 부작용만 남겼다. 검찰권 남용과 봐주기 수사의 말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코스피추천주
김건희 여사의 헌정 유린 및 국정 농단으로 이어졌다.
3대 특검 수사가 한창인 지금, 이재명 정부가 검찰 개혁 의지를 분명히 밝힌 이 때가 개혁의 적기라는 기대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권력기관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약자 곁을 지독새주식
켜온 변호사들의 성토가 심상찮다. 검찰 비판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학계와 법조인들의 시선도 예사롭지 않다.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전례 없는 혼란과 비효율을 지켜본 실무자들도 할 말이 많았다. 이들은 수사 현장에 대한 세밀한 진단, 공론화 과정, 현실적 대안 없이 탁상공론으로 밀어붙이면 제대로 된 검찰 개혁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정치 검사의 삼광유리 주식
칼을 빼앗으려다 일반 국민들의 피해만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범죄 피해자와 약자들을 대변하는 국선 변호인, 서민 사건들을 변호해온 법조인, 일선 형사부 검사, 경찰, 법률 전문가의 목소리로 현장을 들여다봤다. 정치 검사의 출현은 막으면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검찰 개혁의 방향과 조건을 따져봤다. 오션파라다이스 다운
협력 대신 동상이몽
#1. 도대체 언제 끝을 볼 수 있을까. 사기를 당한 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지 1년째, A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사 초기에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8개월간 소식이 없다가 돌연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길래 어리둥절했던 것도 잠시. 수사가 미진하다고 사건이 경찰로 돌아왔단다. 몇 가지 서류를 보탠 경찰이 생각보다 빠르게 같은 내용을 송치했다. 검사는 다시 보완수사를 요청했다.
검찰과 경찰의 '핑퐁'도 혼란스러운데 담당 경찰과 우리 쪽 변호사도 옥신각신이다. "계좌 확인은 안 하나요?" "피의자 조사도 빨리 해주세요." 따져 묻는 변호사에게 지친 수사관이 답했다. "제가 이런 사건이 낯서니까 조금 기다리시고. 변호사님은 저쪽에 가 계세요. 자꾸 그러시면 조사 방해가…" 사기로 잃은 돈도 적잖은데 내야 할 수임료는 계속 쌓여간다.
#2. "또 내려왔어?" 지역 일선서에 근무하는 B경위는 막 출근해 킥스(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 화면을 살펴보다 한숨부터 내쉬었다. 검사로부터 벌써 세 번째 내려온 보완수사 요구. 피의자 진술, 진단서, 피해 현장 기록 등 구할 수 있는 자료는 다 넘겼다. 검사는 관련 서류가 피해자의 일방 주장에 치우쳤다는 걸 문제 삼았다.
'도대체 검찰에선 뭘 하지?' 수사 지휘를 안 하고 보완 수사 지양한다니 이해도 가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왔다갔다만 해선 답이 없다. 가뜩이나 장기 사건 정리하라고 위에선 난리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피해자도 눈에 밟힌다. '차라리 검사실에 전화해서 필요한 걸 한꺼번에 말해보라고 해볼까' 전화기를 들고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내려놓는다. '일단 해달라는 대로 해보고 넘기자.'
#3. '아니, 이걸 이렇게 송치했어?' 킥스를 확인한 수도권 검찰청 형사부 C검사의 하루도 탄식으로 시작됐다. 몇 번째인지. 피해자가 다수인 전세사기 사건. 경찰이 보낸 기록에 이번엔 피의자의 계좌추적 내역이 빠져있다. 전세금을 받아 어디에 썼는지는 사기죄 구성요건인 고의 입증을 위해 필수다. 피의자 진술은 바뀌면 그만이다. '이대로는 기소해도 유죄 입증이 어려운데.' 그렇다고 경찰에 연락해 법리랑 증거를 설명했다간 사라진 수사지휘권 논란이 일어 고달파질 게 뻔했다.
이달에 끌어안고 있는 사건만 200건. 한 건당 기록이 수십 권이다. 불송치 사건은 또 어떤가. 90일 내 재수사 요청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사건도 쌓였다. 꼼꼼히 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보니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건 경찰이니 알아서 책임져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치솟는다. '곧 인사가 나면 후임자가 승계하겠지' 결국 손은 '보완수사 요구' 버튼으로 향했다. 그렇게 전세사기 사건번호는 화면에서 사라졌다. 다시 경찰의 시간이다.
2025년 대한민국 수사 현장의 단면이다. 당사자들이 복기한 '핑퐁 대란'의 이면에는 수사 지휘권과 함께 사라진 책임감, 어정쩡한 검경 관계의 서먹함이 얽혀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 직접 수사범위 축소 △경찰에 수사 종결권 부여 △검경을 지휘관계가 아닌 상호협력 관계로 개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추진했다. 특히 검사의 수사 지휘권 삭제와 경찰에 수사 종결권 부여는 검찰권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현장을 '아노미' 상태로 만들었다.
범죄 피해자들을 울리는 '핑퐁 대란'은 검경 어느 한쪽의 무능이나 부패의 문제라기보다 잘못된 설계에서 비롯됐다. ①검사의 사건 지휘 책임을 희석시킨데다, ②보완수사를 지양하게 하고, ③검경 관계를 애매하게 설정한 뒤, ④경찰 수사 인력 보강과 지원을 소홀히 한 구조적 문제라는 얘기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위 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책임은 모호, 관계는 어정쩡
"예전에는 지휘 구조가 명확해 송치받으면 내 사건,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요새는 관점 자체가 달라요. 수사권 욕심 낸다고 오해 받으니 보완수사하지 말고 내려보내요. 게다가 검사 수도 많이 줄었고, 수사할 계장들도 없고, 사건은 끝없이 쌓이죠. 수사기록 다 확인해서 보완수사 요구 내리기조차 버거워요."
일선 검찰청 형사부 검사의 토로다. 머뭇거리다 보완수사 요청 기한(30일)을 넘기면 증거 불충분 상태에서 기소 여부를 따져야 하니, 경찰 기록을 최대한 빠르게 보고 모자란 게 있으면 보완수사부터 내리는 일이 잦다. 경찰은 경찰대로 "어차피 보완수사 요청 올 거니까, 70% 정도만 수사해서 보내자"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 상호 불신 속에 핑퐁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현장 경찰의 고충도 만만찮다. "우리는 피해자 입장에서 재범 우려나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을 감안해 빠르게 송치했는데, 검찰은 이 상태로는 법리적으로 안 맞아서 구속이 안 된다며 돌려보내는 일이 많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꺼리다 보니 예전처럼 자기 사건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이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해 강제수사를 하지 않은 배경에도 이런 '핑퐁'이 자리한다. 경찰은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고, 압수수색 영장을 세 차례나 신청했지만 반려되면서 강제수사를 포기한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영장 발부 요건에 맞추려고 보완수사를 요청했는데 그대로 다시 신청했다. 반려할 수밖에 없었고 수사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검경이 협력하라'는 주문이 현장에선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 검사는 이런 얘기도 했다. "무면허 운전 사건인데, 면허 여부에 대한 서류가 없이 사건이 올라오기도 한다. 과거엔 전화해서 '팩스 보내세요'했는데, 지금은 경찰에서도 공문이나 공식 요청 처리를 해달라고 한다. 결국 보완수사 요구가 몇번씩 내려가게 된다"고 했다. 사건을 직접 지휘하면 어떤 부분이 유죄 입증에 필요한 증거인지 전화로 혹은 직접 만나서 자세히 설명하거나 그 자리에서 영장을 다시 써주기도 하는데, 지금은 직접 손을 못대고 보완수사 요구만 하다 보니 경찰이 알아서 해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사건 평균처리기간. 그래픽=강준구 기자
6개월 걸리던 수사 2, 3년씩
검경의 핑퐁이 일상이 되다 보니 6개월이면 기소되던 사건들이 2, 3년씩 기관을 떠돈다. 실제로 전체 사건 처리 기간은 2020년 142.1일에서 수사권 조정 이후인 2024년 312.7일로 2.2배 증가했다. 그나마 2배만 늘면 아주 양호한 편이라고 변호사들은 입을 모은다.
재판연구관을 지낸 판사 출신의 정인진 변호사는 "검경의 지휘 관계가 깨져 있다보니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현장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직장에서 유사강간, 강간미수, 강제추행을 당한 사건 의뢰인과 상담 끝에 가해자가 중형을 받을 심각한 사건으로 보여 고소했지만, 경찰에선 불송치 결정이 나왔던 일을 떠올렸다. "검찰에서 일주일도 안 돼서 바로 보완수사 요구를 내렸는데 나흘 만에 경찰이 거의 같은 서류를 그대로 송치하더라고요." 정 변호사는 "검사들은 법원으로 사건만 들고 다니는 '지게 검사'로 놀고, 똑똑한 경찰들은 비수사부서로 탈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0년 경력의 한 경찰 간부는 "업무량은 폭증하는데 경력이 짧은 수사관은 많아지다 보니 담당자들도 미칠 노릇"이라며 "베테랑 수사관 상당수는 업무를 감당하기 힘들어 일찌감치 지역이나 기획 부서 등으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사건 처리를 미루다가 공소시효를 넘겨 버린 일도 있다. 2023년 수도권에서 벌어진 자동차 담보 대출사기 사건 얘기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사의 재수사요청이 있었지만 1년 3개월간 아무런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공소시효를 넘긴 뒤 피의자 소환 조사를 했지만 결국 기소되지 않았다. 담당 경찰은 징계를 받았다.
수사, 포기하기가 상책?
현장 상황이 버겁게 돌아가다 보니, 수사기관에선 최대한 사건을 밀어내려는 분위기도 심각하다. 인권 변론에 앞장서 온 한 변호사는 "한 마약사범이 찾아왔길래 경찰에 자수를 권했다"며 "구속될까봐 겁을 먹길래, 자수하면 머리카락 뽑아주고 잘 조사받고 오면 될 거라고 보냈는데 경찰이 '당신 말을 어떻게 믿느냐'며 오히려 돌려보냈더라"며 황당해했다. 검찰청 민원실에 연락했더니 "그건 경찰 담당"이라는 답이 왔다.
그는 "아동 학대 사건을 수사하는데도 '바쁘다' '사건이 많다'는 호소가 반복돼 2년째 진행 중인 사건이 있다"며 "오죽 답답했으면 '우리나라 아동학대 사건은 아동이 죽어야만 수사하냐', '죽기를 기다리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담당 경찰은 "이게 학대인지 몰랐다. 제가 변호사님처럼 전문가는 아니잖아요"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경찰도 사건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할 때가 있다고 인정한다. 일선서 여성청소년계에 근무하는 팀장급 경찰은 "사건이 지나치게 많으면 앉은뱅이 수사를 하다가 수사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폐쇄회로(CC)TV 설치 현장도 가보지 못하고 버겁게 진술받고 종결시키거나, 피해자에게 CCTV 영상을 찾아오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변호사들은 사건을 오랫동안 묵히다 인사로 탈출하는 경찰을 '수포자', 즉 수사 포기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범죄 피해자를 대리해온 김재련 변호사는 "과거엔 검찰로 송치되고 나면 검사가 경찰 문답 조서에서 빠진 부분들을 추가 조사하거나 하나의 작품으로 '빌드업' 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모든 법률적인 질문은 경찰이 묻지 않으면 기록에 남지 않는다"며 "수사를 왜 저렇게 할까 말하고 싶어도 다른 데로 가버리는 바람에 일반 시민들은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사기 피해 의뢰인을 위해 고소장을 접수했던 한 변호사는 담당 경찰에게 들은 말을 떠올리며 분을 삭였다. "이런 건은 그냥 신고하지 말고 민사소송하세요."
검찰 개혁 관련 전현직 대통령 주요 발언 및 관련 조치. 그래픽=박종범 기자
변호사가 수사 지휘를?
변호사들 사이에선 검사 공백을 채우고 바쁜 경찰 업무를 비집고 들어가느라, 사건 변호를 하는 건지 경찰 수사 지휘를 대신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라는 자조도 들린다. 특히 학대, 성범죄 사건처럼 수사 의지가 중요하거나 다단계, 유사수신, 증권범죄 등 복잡한 경제범죄 사건은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가 '수사 요청서'를 계속 내밀어야 사건이 굴러간다는 토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출신의 이선경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통신기록 조회해주세요, 휴대폰 압수수색해주세요, 참고인 조사해주세요 등을 전화가 아니라 등기 우편 등 서면으로 계속 하나하나 요청해야 담당자가 움직인다"고 말했다. 청소년 법률 대리에 앞장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박인숙 변호사는 "담당자가 '저는 민사 지식이 없고 내용을 모르니 설명을 해달라'고 한다거나, 피해자가 이것저것 직접 증거를 내지 않으면 진행 자체를 해주지 않는 사건이 많다"며 "각종 서민 피해 사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와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금융피해자연대 고문인 이민석 변호사 역시 "사기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대응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런 핑퐁과 수사 지연이 계속되면 범죄자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검찰개혁' 법안 주요 내용. 그래픽=박종범 기자
김예원(왼쪽) 변호사가 9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검찰개혁 법안 관련 공청회에서 진술하고 있다. 이날 김 변호사는 "(민주당 안대로 개혁 시) 수사를 개시하기조차 힘들고, 이의신청 관련 절차가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해져서 평범한 서민들의 법률 비용을 폭증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힘 자랑을 못하게 인지수사권은 뺏고, 존재 이유인 수사 통제를 충실히 하도록 하면 된다"며 "그래야 제도 변화에 대한 혼란이 줄고 거대한 조직을 새로 꾸리는 데 들어가는 혈세 낭비도 방지된다"고 했다. 고영권 기자
검경 제대로 일 시키는 개혁 없나
사건 핑퐁과 수사 지연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이런 절차를 견디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나,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기 버거운 서민들이다.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 자문위원 등을 지낸 서혜진 변호사는 "지금 같은 형사사법시스템이 유지되면 법률 비용, 갈등 해결 비용이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예전 같으면 간단히 고소하거나 신고하고, 송치나 지휘, 기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변수가 워낙 많아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수사 지연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최근엔 사건을 빨리 처리하는 게 변호사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수임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검찰 개혁 논의를 지켜보는 법조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 미성년자, 장애인, 강력 범죄 피해자 등에 대한 고려는 빠져 있고,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논의조차도 이념이나 정치적 싸움으로 변질돼 공론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15년째 여성, 아동, 장애인 등을 위한 무료 변론을 해온 김예원 변호사는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1% 특수부 검사를 견제하겠다고 모든 검사의 두 손 두 발을 묶기 시작하면서 현장 상황이 심각해졌다"며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조차 막으면 피해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한다. 100년 이상 사용할 시스템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과정에서 오로지 검찰이 싫어서 모든 걸 뒤집어 놓겠다는 식으로 개혁이 추진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검찰의 인지 수사와 수사 개시권은 폐지하고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은 복원시켜 책임을 지우고 △전건 송치로 기소 전 단계에서 검경이 충분히 검토하고 보완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법조인들은 검찰 개혁과 관련한 법안 마련을 위해선 수사 현장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은의 변호사는 "입법하는 분들이 제발 서민들 입장에서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3건만 수임해본 변호사라면 지금 수사 현장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인진 변호사도 "현장에서 제기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선 눈감고 여기에 다시 졸속으로 처리한 법안을 더한다면 우리나라 형사사법시스템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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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뒷전으로 밀린 현장 대란
?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2380003217)
? "현재 검찰 개혁안, 범죄자만 살판 나는 세상 될 우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5050000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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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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