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윤석열과 동조 세력을 철저하게 처벌하고 단죄해야 한다. 당이 앞장서서 내란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검찰과 사법, 언론 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도 즉시 구성하겠다. 궂은 일, 험한 일, 싸울 일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께선 국정에 전념하시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2일 전당대회 당선사에서 이처럼 포부를 밝힌 지 100일째. 그의 리더십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일단 정권 교체 초기에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을 몽골기병처럼 속도감 있게 몰아붙이며 강성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연이은 자기 정치 행보와 당정 엇박자 논란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부담을 키우고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등 '과속 리스크'까지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李대통령 '호위무사' 자처한 鄭…일각선 '엑스맨' 지적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강성 당원 표심을 끌어 모아 '61.74%' 득표율로 당선된 정 대표. 그는 그간 100일 동안 개혁 완수를 목표로 쉼 없이 달려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78년 만에 검찰청을 해체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동력 삼아 사법개혁에도 박차를 가했다. 조희대 사법부를 공격해 개혁 명분을 얻는 동시에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도입, 법관평가제 도입을 몰아치듯 추진했다.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우는 내용의 언론개혁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 과정 에서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굿캅(온건파)-배드캅(강성파)' 역할 분담을 자처하며 제1 야당인 국민의힘에 맞서 대통령의 호위군단 역할을 이행하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의힘을 향해선 '내란 정당 해산' 경고에 이어 수사 범위와 기간을 연장하는 이른바 '더 센 특검법'을 통과시키며 강경하게 대응한 반면, 이 대통령에 대해선 이른바 재판중지법까지 예고하며 철통 엄호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속 리스크'도 만만찮게 노출됐다. 전 국민을 통합해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대통령실에선 정무적 이유로 여당의 일부 개혁에 대해 제동을 걸며 당정 간 엇박자가 발생했다. 특히 일각에선 강경 개혁이 계속 추진될수록 정 대표가 이슈를 독점해 대통령의 성과나 행보마저 가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례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슈퍼위크 주간에 여당이 꺼낸 대통령 재판중지법은 오히려 이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희석시켰다는 평이 나온다.
당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이 보였다. 실제 정 대표는 같은 당의 김병기 원내대표와 여야 간 특검법 합의를 놓고 '투톱' 갈등을 일으킨데 이어, 이후에도 사법개혁 등 크고 작은 현안을 놓고 이견차가 노출됐다. 당내 일부 지지층조차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며 당과 이 대통령에게 외려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비토를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정 대표 체제에서 당 지지층이 점차 분열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9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있다. 좌우는 전현희 최고위원, 김병기 원내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40%대' 벽에 갇힌 與…鄭은 100일 기자회견 '패싱'
해당 기간 민주당 지지율도 40%대에서 계속 답보 상태다. 지난 6·3 대선을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룬 후 민주당 지지율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수직상승했고 국민의힘은 10%포인트 안팎으로 지지층 대탈출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 지지율은 주요 여론조사인 한국갤럽, 전국지표조사(NBS), 리얼미터 등에서 반사이익을 얻기는커녕 40%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한때 30%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친명(親이재명)계로 꼽히는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시사저널에 "정 대표 리더십은 '양날의 검'"이라고 비유하며 "당원주권시대에 맞춰 당원들의 요구 사항인 각종 개혁들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고 내란 청산을 공백 없이 진행하고 있는 점은 장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의 성과 띄우기에 집중한 나머지 이 대통령에게 오히려 부담을 지우고 당은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도 외연 확장을 못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당내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정 대표도 이례적으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금은 이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대통령 임기 초에 내란청산과 개혁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APEC?성과 확산 및 관세협상의 후속조치 등에 대해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할 때다. 국정을 뒷받침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일 때"라고 강조했다.
대신 정 대표는 취임 100일 당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유기견 보호소를 찾은 후 본인 유튜브 채널에 봉사 장면 등 쇼츠 영상을 이틀에 걸쳐 13개를 게재했다. 또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20건에 달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영상 및 글들에는 "정청래 파이팅, 지금처럼 뚝심 보여달라"는 지지자의?글과 "당대표라는 사람의 행보가 기가 막힌다. 대통령에게 해를 끼치는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지칭 은어)"는 비판 반응들이 명암처럼 혼재된?상태다.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