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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9-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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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 속 이야기들
chapter 1 우리 집 고양이를 소개합니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호자님과주식미수거래
'토르, 도도, 퐁이'를 소개해주시겠어요!안녕하세요! 저는 '홍이'라고 합니다. 붉은 홍(紅)과 기쁠 이(怡)로 완성한 제 두 번째 이름입니다. 붉은색을 좋아하기도 하고, 번영과 길함의 뜻도 담았기에 오랫동안 쓰고 있어요. 진짜 이름보다 더 익숙한 두 번째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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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한 첫째냥 토르
저희 고양이 식구들을 소개할게요. 첫째 고양이 '토르(8살)'는 고등어 태비로 수컷입니다. 지난 2018년 남편 회사 농장에서 길을 잃은 아기 고양이였는데,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키웠더니 역대급 냥차반으로 자랐습니다. 저에겐 무척 귀엽지만, 남이 보면 8kg 거대 냥아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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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냥 도도
둘째 '도도'(6살 추정)는 삼색이 암컷으로 지난 2021년 산책로에서 구조한 아이라 정확한 나이는 모릅니다. 임보 중인 '퐁이'는 터키시 앙고라 믹스로 추정되며, 당근에 올라온 아이였습니다. 사진 속 퐁이알라딘릴게임장
의 눈빛은 "저 좀 구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듯 보였고, 외면하지 못해 구조했습니다. 수컷이며,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 수의사 선생님께서 나이 추정이 불가능하다고 하셨어요.
임시보호 중인 하숙생, 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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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건강하게만보였던 내 고양이에게내려진 진단
Q. 고양이 집사님에게 묘연을 빼놓을 수 없죠. 고양이들과 어떻게 가족이 되셨나요?
대구에서 20대를 보내고 결혼한 뒤 30대에 충북으로 오게 되었어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저를 위해 '동물은 동물일 뿐'이라 말하던 남편이 고양이 한 마리를 냥줍해 왔어요. 회사 농장에서 어미 잃고 빽빽 우는 고등어 태비 아기 고양이었고, 첫째 고양이 토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작았던 첫째, 토르!
지금은 거대냥이 됐답니다.
도도는 제가 쉬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났어요. 초등학생 여러 명이 "도도야~ 도도야"라고 부르며 고양이 한 마리를 손 태우고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산책로라 신경이 쓰였고, 상황을 살펴보니 애교가 엄청 많은 임신한 고양이였어요.
배만 보았을 때는 만삭인 것 같았고, 초등학생들이 알뜰살뜰 챙겨주고 있었죠. 하지만 산책로 주변에 도도를 위한 박스, 사료 비닐, 캔들이 굴러다니고 있었기에, 조만간 민원이 들어갈 걸로 보였습니다.
도도와 새끼들
다음날 비까지 내리기에 남편에게 선전포고했습니다. "나 지금 도도를 찾으러 갈 건데 내 눈앞에 나타나 순순히 이동장에 들어온다면 출산 때까지 임보할 생각이고, 오늘 만나지 못하면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라고요. 산책로로 갔더니 도도가 제 눈앞에 나타났고, 이동장으로 스스로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임보가 시작된 거죠.
만삭처럼 보였으나 병원에서는 배 속에 8마리 아기가 있어서 그렇게 보인 거라며, 임신 초기라고 하셨어요. 출산하고 아기 고양이들을 케어하다 보니 오랜 기간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도도의 새끼 8마리는 모두 입양 보냈고, 도도는 길에 방사하려 했는데 그게 되나요 도도는 우리 집 둘째가 되었습니다!
도도가 낳은 8마리 새끼 고양이들입니다.
Q. 퐁이를 구조한 이야기가 인스타에서 화제를 모았죠! 퐁이가 마치 구해달라는 눈빛이었고, 이를 외면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요. 퐁이 구조부터 현재까지 사연이 궁금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당근에 올라온 글을 보았어요. 가족을 찾는 글이었는데, 품종묘로 보이는 고양이의 모습이 정말 처참해 보였죠. "누구든 나 좀 구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예전이었으면 구조부터 하고 뒷일을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아기 집사(딸 아이)가 태어났고 제가 일을 쉬고 있었기에 여러모로 환경이 달라진 상태였어요. 잠시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습니다. "나 이 아이 구조하고 싶다"라고 말했죠. 남편은 고민 없이 "구조하러 가자"라고 했습니다.
길에 살던 퐁이의 과거 모습
실제로 본 퐁이의 모습은 더 심각했어요. 당근에 글을 처음 올리신 분은 "어느 날 갑자기 동네에 나타난 고양이"라고 말했죠. 미용이 되어 있는 걸 보니 유기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동물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해보니 심장사상충과 고양이 면역부전 바이러스(FIV),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Felv)는 다행히 음성이었으나, 피부염, 구내염, 치주염, 외이도염, 결막염까지 종합 질병 세트였습니다.
처음에는 힘이 없었는지 목욕도 수월하게 했고, 병원도 데리고 다녔지만...잘 먹고 잘 자며 컨디션을 회복한 퐁이는 헤드번팅도 하며 먼저 다가오면서도 성깔이 장난 아니게(?) 변했어요. 병원에 가기 위해 이동장에 넣으려 하면 완전히 흥분해 패닉 직전이더라고요. 조금 밀어붙였더니 오줌까지 싸며 구석에 숨어 하루 꼬박 곡기를 끊고요. 결국 다음을 기약하며 이동장에 익숙해지도록 연습부터 했습니다.
현재 퐁이는 무사히 동물병원을 방문해 중성화 수술을 마쳤고, 구내염 주사도 맞아 통증이 줄었는지 애교가 폭발했어요. 토르와 도도와 합사도 진행 중인데, 트러블도 없어서 안심하는 중입니다.
구조 후 쉬는 중인 퐁이예요.
많이 예뻐진 퐁이!
Q.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둘째 도도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진단을 들으셨다고요.
둘째 도도는 지난 2022년 다낭성 신장 질환(이하 PKD, 신장에 낭종이 생기는 유전성 질환)을 진단받았어요. 도도가 낳은 아깽이 8남매는 모두 입양 보냈었는데, 그중 '자반이' 집사님께 연락을 받았었죠. 자반이가 PKD 1기를 판정받았고, 이 질환이 유전성이라 어미냥인 도도도 PKD가 의심된다는 거였어요. 저는 도도의 새끼를 입양한 다른 집사님들께 모두 연락드렸습니다. 결과는 4마리가 PKD 진단 받았어요. PKD는 치료 방법이 없고, 당장 잘못되는 건 아니라 만성 신장병처럼 식단 관리를 통해 꾸준히 관리를 하며, 6개월마다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도도도 검사를 받아보고 PKD 확진을 받았어요. 그때 남편이 병원에 데려갔는데 진료 후 문자가 왔었죠.
도도도 PKD인데, 초음파 사진을 보는데 눈물 나더라.
충격받을까 봐 초음파 사진은 퇴근하면 보여줄게.
구멍이 너무 많고 심각하다고.
3개월마다 내원해 상황을 지켜보자네.
큰 병원으로 가는 것도 생각해 보라고 하셨어 .
2022년 도도의 초음파 사진. 구멍(시스트)이 너무 커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겉으론 너무나 멀쩡한 도도, 그래서 가끔 도도의 병을 잊곤 합니다.
이 문자를 받고 무슨 정신으로 근무한지 모르겠어요. 이후 원주에 있는 대형 동물병원을 방문했고, 검사 결과는 역시 좋지 않았어요. 혈액 검사 수치는 모두 정상인데, 낭종의 크기는 너무 컸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초음파 사진만 보았을 때는 PKD 고양이 중에
안 좋기로 원탑이지만,
혈액 검사 수치는 모두 정상인 걸 보면
이겨내고 있는 거예요.
아니 버티고 있죠.
정말 대단한 고양이예요.
육아템을 육묘템으로 사용 중인 도도
6개월 후 재검을 진행했는데...PKD 진행 속도는 너무나 빨랐습니다. 일반적으로 PKD는 고양이가 7~8살 정도 됐을 때 발견되고, 진행이 빠르지 않아 1년에 한 번 정도의 검진을 하며 경과를 지켜본다고 해요. 도도는 보기 드물게 진행이 빠르다고 하셨어요. 다른 고양이와 비교하면 12살 수준의 고양이와 비슷하다고 하셨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지만, 꾹 참았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안타깝지만 도도에게 남겨진 시간이 1~2년이라고 하셨어요.
초음파 결과만 아니라면 도도는 누가봐도 아픈 고양이가 아닙니다. 식욕도 좋고, 꾹꾹이도 잘하고, 매일 저를 졸졸 따라다니며 캣휠도 잘 타거든요. 세상 해맑고 사랑둥이인 우리 도도가 부디 많이 아프지 않기를, 우리 곁에 오래 머물러 주길 바랄 뿐입니다.
??다낭성 신장질환(PKD) 앓는 고양이 도도의 투병 일기
chapter 3조금만 더 같이 있자
Q. 먼 훗날 반려생활 이야기를 책으로 낸다면, 첫 문장은 어떤 문구로 하고 싶으신가요?
"이별 앞에선 무너지겠지만 함께 한 모든 순간이 행복이었기에, 다시 돌아가도 변함없이 너의 집사이고 싶어"
도도와 토르야, 과거로 돌아가도 너네들의 집사로 살고 싶어!
Q. 만약 딱 한 번만 고양이와 말이 통할 수 있다면, 어떤 걸 물어보고 싶으신가요?
우리와 함께한 시간이 너에게 행복이었니?
고양이 그림을 감상 중인 고양이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고양이에게 사랑 가득 담긴 편지를 써주세요.
둘째 고양이 도도에게 유난히 마음이 쓰여서, 도도에게 편지를 남기고 싶어요.
고양이 도도에게, 작년에 그렇게 슬퍼해 놓고선 잘 지내는 너를 보니 그새 아픈 환묘라는걸 잊고 지냈어. 초음파로 보았을 때는 낭종이 커서 무서웠지만, 혈액검사 결과는 3년 동안 좋았기에 믿었나 봐. 1년 사이 '우리가 너의 나이를 잘못 알고 있나' 착각이 들 정도의 진행 속도로 신장 기능을 잃어가고 있대. PKD와 신부전은 달라서 크게 의미는 없지만, 신부전 1기도 아닌 수치였다가 갑자기 중증 신부전까지 와있다는 게 말이 되니?
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예쁨 받으며 자유롭게 살던 너였는데, 내가 도와준답시고 데리고 와서는 너를 행복하게 해준 게 맞을까. 사람만 보면 달려 나와서 마중하던 고양이가 집고양이 4년 차에 낯선 사람만 오면 화장실 뒤에 숨어 두려움에 떠는 고양이가 되어버렸는데, 나 잘한 거 맞을까. 1년 사이 너에게 무슨 스트레스가 있었을까.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이사한 게 너에게는 스트레스였을까?
도도야, 나는 병원 다녀온 날 만 아니면 네가 얼마나 아픈 고양이인지 자꾸 잊어버리곤 해. 잘 먹고 잘 놀다가 햇살 샤워 받으며 뒹구는 넌데, 그러다가 눈 마주치면 "냥" 하고 내 품에 달려오는 넌데 어떻게 아픈 고양이라고 인지하겠니. 수의사 선생님께서 너와 함께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대. 나는 당장 너를 잃을까 봐 많이 무서워.
우리 그냥 지금처럼 살자. 냥차반 토르 오빠랑 놀면서, 아빠랑 엄마랑 꼬맹이랑 그렇게 계속 함께 있자. 우리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보자. 응? 사랑해 도도.
위 내용은 반려생활 이야기, 트렌드, 동반 장소, 의학 정보 등을 담은 동그람이의 뉴스레터 에 소개된 내용을 일부 소개한 콘텐츠입니다. 모든 내용이 궁금하다면 뉴스레터 구독 후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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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인 동그람이 에디터 hi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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