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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로 무장한 혁신 스타트업들이 국내 규제 장벽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신기술과 아이디어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려는 창업자들의 시도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다. 정부는 기술 발전에 대비한 제도 정비라는 명분으로 오히려 새로운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새 정부에서 과감한 규제 혁신이 절실한 이유다.
제주도 소재 기후환경 기술 스타트업 제클린은 5성급 호텔이나 사업장에서 나오는 침대 시트와 작업복을 파쇄해 재생섬유를 생산하는 곳이다. 제클린은 사업이 번창하나 싶었지만 순환경제사회법 규제에 막혀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침대 시트와 작업복을 산업폐기물로 분류하는 바람에 이를황금성갈가리
재활용하려면 '종합재활용사업자' 지위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종합재활용사업자가 되려면 별도 공장과 설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차승수 제클린 대표는 "흰색 폐섬유 자원만 파쇄해 섬유를 뽑아 의류로 재생산하는 구조인데, 국내에 이 같은 재생섬유 시장이 크지 않다 보니 여기에 맞는 법이 없다"며 "이제 막 시장이 태동하는주식달인정보
단계인데 현행법이 요구하는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자율주행로봇(AMR) 기업 A사도 사정이 비슷하다. A사가 개발한 로봇은 팔이 붙어 있어 음식점에서 음식물을 담아 실외로 주행한 뒤 고객이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집 앞까지 배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A사의 서비스는 건물 1층 삼천당제약 주식
로비까지만 배달하고 고객이 직접 내려와 음식을 받는 데 그친다. 국내에 팔이 달린 자율주행로봇이 실외 주행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로봇 팔 없이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택배를 직접 택배 차량에서 꺼내 실은 뒤 아파트 현관 바로 앞까지 배송할 수 있다"면서 "포지티브 규제 방식의 한국에서는 관련 법이 없어 이 같은행복투자
혁신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국내 법령상 규제 방식은 법·제도적으로 허용되는 사항만 나열하고 그 외에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포지티브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혁신적인 신기술을 담아내지 못하고 신산업 활성화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도심항공교통(UAM) 기업 B사는 싱글엔진 헬리콥터 알라딘체험머니
기반 여객운송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시행령과 시행규칙 간 충돌로 사업 개시조차 못했다. 현행 항공사업법 시행령은 주간 시계비행 조건하에서 별도 장비 설치를 요구하지 않지만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은 이를 필수로 규정하고 있다.
닥터나우를 비롯한 원격의료 스타트업들은 비대면 진료가 여전히 시범사업의 틀에 묶여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한다. 한 원격의료 스타트업 대표는 "해외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접목해 비대면 진료의 정밀도를 높이고 있는데, 한국은 수년째 시범사업에만 머물러 있다"며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비대면 진료 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비대면 진료의 핵심인 약 배송이 막힌 상태에서는 반쪽짜리 혁신일 뿐"이라며 "미국·일본·인도네시아처럼 적극적인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소재·신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들은 표준산업분류 공백이라는 또 다른 규제 장벽에 부딪혔다. 신소재 기업 C사 대표는 "비불소 발수가공 섬유소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표준산업분류상 직물제조업으로 분류됐다"며 "신소재라는 혁신성을 설명하기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표준산업분류 공백으로 인해 정부 지원 사업 신청이 불가하고, 산업단지 입주도 지연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한시적으로 '스타트업 코드'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최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차기 정부에 바라는 '3대 정책 방향 9대 핵심 과제'를 발표했다. 코스포는 현재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과도한 서류 요구, 짧은 유예기간, 긴 심사 절차 등으로 혁신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포는 단순한 유예를 넘어 실증→정책→제도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규제샌드박스 2.0'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민간이 직접 참여해 실시간으로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 '규제 액셀러레이터' 도입도 제안했다.
송 협회장은 "미국·영국·독일 같은 주요 선진국에는 없는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먼저 '규제혁신 기준 국가' 목표를 설정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반 신산업 스타트업들은 공공데이터 접근성 문제를 지적한다. 공공데이터 개방 수준이 부처별로 달라 활용이 어렵고, 데이터가 비구조화돼 검색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공공데이터를 통합·구조화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신산업 창출 기반이 마련된다는 지적이다. 벤처 업계에서는 신산업 진입을 위한 '사전 허용·사후 규제' 원칙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윤식 기자 / 서정원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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