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공릉산 남쪽의 옛 미군기지 내 계곡에 커다란 글씨를 새긴 바위가 있다. ‘政丞山(정승산)’ ‘海?(해풍) 尹澤榮(윤택영) 謹書(근서, 삼가 쓰다)’라는 글씨는 윤택영이란 인물을 알아야 제맛이 난다. 그는 조선 마지막 임금인 순종의 장인, 순정효황후 윤씨의 부친이었다. 씀씀이가 헤픈 데다 딸을 태자비로 앉히는 과정에서 거액 빚을 졌다. 순종 사망 후 빚 독촉을 못 이겨 중국으로 달아났고 일제가 하사한 후작 작위까지 박탈당한 채 죽었다. ‘채무왕’이란 별명을 지닌 그가 파주 선산에 멋 부려 남긴 흔적이 100년 후 저자 같은 ‘바위 글씨 덕후’LG상사 주식 를 사로잡을 줄은 몰랐을 거다. 정형외과 의사인 저자는 산책길에서 만난 바위 글씨에 호기심을 느껴 전국 방방곡곡 110여개 바위·비석·비문 사연을 채집했다. 서울 국립현충원에 자리한 중종 부인 창빈 안씨 묘역과 신도비를 찾았다가 덕흥대원군(선조 아버지) 후손의 땅 싸움 사연까지 탈탈 터는 식이다. 역사학자 아닌 역사애TIGER모멘텀 주식 호가로서 정사(正史)와 야사, 신문기사 속에서 찾아낸 실존 인물들의 풍진 인생을 쫀득하게 풀어냈다. 때로 출입제한 구역도 불사한 발품 팔이 덕에 수록한 사진들이 훗날 또 다른 사료가 될 듯하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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