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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해심 재결서는 세월호 선체 인양 이후 조사를 벌인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세월호가 선체 자체의 결함으로 침몰했다는 ‘내인설’을 공인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앞서 지난 2018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는 복원성 불량을 핵심으로 하는 ‘내인설’과 외력 가능성을 언급한 ‘열린안’을 함께 실은 종합보고서를 내놨고, 카드모집인조회 지난 2022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모호한 결론만 남기고 활동을 마친 바 있다.??
▲ 지난해 11월 26일 목포해심이 공표공표된 목포해심의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 재결서’
하나은행 마이너스통장
‘목포해심 재결서’ 입수 분석…사실상 ‘선조위 내인설’ 공식 채택
뉴스타파가 목포해심 특별심판부의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 재결서’를 국회를 통해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세월호가 급선회해 쓰러진 뒤 침몰하기까지의 과정 전반에 대해 사실상 2018년 선조위 내인설 보고서의 결론이 그대로 채택된 것으로 예적금담보대출 확인됐다.
목포해심 재결서에 따르면, 세월호는 2013년 10월 일본에서 중고선으로 도입된 뒤 승객 정원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선체 상부를 증축했다. 이에 따라 무게중심이 높아져 복원성이 악화되면서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이 대폭 줄었다. 그러나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승인된 화물량을 늘 크게 초과해 화물을 실었고 고박도 규정대로 하지 않았다. 농협신용카드연체 선사와 선원 모두 이런 문제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근본적 개선 조치 없이 변침을 조금씩만 하는 방식으로 1년여 동안 운항을 계속했다.
사고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경 조타수가 타를 우현으로 돌릴 무렵 조타기의 비정상적 작동으로 의도와 달리 타가 우현으로 과도하게 돌아갔고, 이에 따라 선체가 급격히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폐차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곧이어 오전 8시 49분 30초경을 전후해 선체가 20도 정도까지 기울자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들이 쏠려 내려가면서 선체는 50도까지 급격히 기울어진 뒤 1시간 40여분 만에 침몰했다.?
▲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34분경 세월호의 모습
이처럼 목포해심 특별심판부는 2018년 선조위 종합보고서가 ‘내인설’과 ‘열린안’으로 나뉜 핵심 이유 중 하나였던 ‘조타장치 고장’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선원들의 초기 진술과 선체 인양 후 확인된 사실관계들로 미뤄볼 때 “오전 8시 48분경부터 초기 1분간 타기는 조타기 2번 펌프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으로 인하여 비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고 보는 세월호 선조위(내인설)의 견해가 타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 선조위 내인설 보고서의 ‘조타장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을 인정한 목포해심 재결서
반면 외력 가능성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선체 인양 후 여러 조사를 통해 선회를 발생시킨 외력의 결과로 단정할 흔적도, 외력의 실체에 대한 타당한 증거도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사고 원인으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기재했다.
결론적으로 목포해심 특별심판부는 “세월호의 급경사와 급선회는 기준을 준수하지 못한 복원성, 비정상적인 조타기의 작동, 그리고 화물의 쏠림이 함께 발생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한다”고 적시했다. 2018년 선조위 내인설 보고서와 동일한 설명이다.
목포해심 특별심판부는 이같은 결론에 따라 사고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도 확정했다. 이준석 선장(무기징역 복역 중)과 강원식 1등항해사, 김영호 2등 항해사, 박한결 3등항해사, 박기호 기관장에겐 면허 취소, 손지태 1등기관사와 이수진 3등기관사에겐 1년 업무정지, 신정훈 1등항해사에겐 6개월 업무정지를 각각 결정했다.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대해선 시정 명령을 내렸다.
‘해심 역사상 최장’ 10년 7개월 만에 1심 재결서…왜 오래 걸렸나
해양안전심판원은 해양사고에 대한 조사와 심판을 모두 수행하는 상설기관이다. 일반 사건의 수사를 검찰이 하고 판결은 법원이 내리는 것과 달리, 해심은 두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 해심 심판부가 공표하는 ‘재결서’는 일반 법원의 판결문에 해당한다.?
해심의 해양사고 심판은 2심제다. 관할 지방해심이 조사와 심판을 거쳐 재결서를 낸 뒤 사고관련자가 이에 불복하면 중앙해심에서 2심 심판이 이뤄진다. 하지만 중앙해심 재결에도 불복할 경우 고등법원으로 넘겨지고 대법원 판단까지도 구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는 4심제로 볼 수 있다.
이번 목포해심의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 재결서’는 사고 발생 10년 7개월 만에 공표됐다. 이는 지방해심의 1심 재결까지 걸린 역대 가장 긴 시간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세월호 침몰은 너무도 충격적인 참사였던 탓에 사고 발생 직후 관할인 목포해심이 아닌 중앙해심에서 특별조사부를 꾸려 조사를 진행했다. 사고 8개월여 만인 2014년 12월 29일 특별조사보고서가 발표됐다. 당시 결론은 ‘복원성 불량 상태에서 조타수의 조타 과실로 급선회가 발생’했다는 것으로, 앞선 검찰 수사 결과와 같았다. 당시 선체가 인양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침몰 원인을 섣불리 결론내린 데 대해 사회적 비판이 쏟아졌음에도 해심은 특별보고서를 토대로 심판 절차를 개시했다.
▲ 2017년 3월 23일 인양된 뒤 4월 11일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그러나 2017년 3월 23일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고 특별조사기구인 선조위가 출범해 침몰 원인 조사를 시작하면서 해심의 심판 절차는 중단됐다. 특별조사기구의 조사 결과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취지였지만, 선체를 직접 조사하지도 않은 채 서둘러 사고 원인을 발표했던 중앙해심 특별보고서의 부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었다.?
하지만 2018년 8월 선조위가 활동을 종료한 뒤로도 해심의 심판 절차는 재개되지 못했다. 선조위가 '내인설'과 '열린안'이라는 ‘두 개의 결론’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내놓은데다, 2018년 12월부터 또 다른 특별조사기구인 사참위가 출범해 세월호 침몰 원인을 추가 조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심의 심판 절차는 2022년 6월 사참위 활동이 종료된 후에야 다시 진행될 수 있었다.?
▲ 선조위의 내인설 보고서와 열린안 보고서, 사참위의 종합보고서 (왼쪽부터)?
하지만 재개된 해심 심판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앞서 선조위와 사참위 모두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수많은 조사를 벌이고도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해심으로선 두 조사위의 조사 원자료들까지 모두 검토해야만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우선 목포해심 조사부가 막대한 분량의 선조위·사참위 조사 자료를 모두 분석해 그 결과를 심판부에 진술했다. 목포해심은 통상 3명으로 구성되는 심판부에 외부 전문가 2명을 추가 투입해 모두 5명으로 ‘특별심판부’를 구성해 심판 절차를 이어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2년여 만에야 목포해심의 1심 재결서가 공표될 수 있었다.
특별조사부를 이끈 고준성 목포해심원장은 “앞선 2개 조사위원회가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사회적인 대립과 갈등도 극심했기 때문에, 특별심판부는 앞선 조사 자료들을 최대한 신중하고 치밀하게 검토해 사실관계와 일반적 상식에 부합하는 단일 결론을 내놓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청해진해운 "해심 결론 인정 못해"... 재심 청구
그러나 청해진해운은 목포해심 재결서에 승복하지 않고 즉각 중앙해심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준석 선장과 박한결 3등항해사도 “과실에 비해 징계(항해사 면허 취소)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중앙해심은 2심을 접수한 상태에서 심판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청해진해운은 현재 모든 사업을 중단한 채 서류상 법인 소재지만 제주도에 남아 있다.
청해진해운의 ‘불복’은 일찌감치 예견됐던 일이다. 청해진해운과 구원파 측은 참사 초기부터 복원성 불량 등 선체 자체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은 채 선조위와 사참위 등의 조사를 통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에 따라 청해진해운 측은 세월호 AIS 항적 조작설, 앵커 침몰설, 잠수함 충돌설 등 세월호 침몰이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여러 주장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거나 은연중 지지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청해진해운은 정부가 낸 1,800억 원대 구상권 청구 소송의 피청구인이기도 하다. 이 소송 역시 선조위와 사참위 등 국가조사기구가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공인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계속 지연돼 왔다. 만약 이번 목포해심 재결서의 결론대로 선체 자체의 결함이 사고 원인인 것으로 공식화될 경우 청해진해운의 패소는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청해진해운은 중앙해심의 2심 재결서가 나온 뒤에도 고등법원과 대법원 판단까지 요구하며 최대한 시간을 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는 평소 선원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배'라는 말이 오갈 정도로 복원성이 취약한 배였다. "화물이라도 덜 실어야 한다"는 선원들의 요청을 선사가 무시한 채 운항해 왔다는 사실도 참사 초기 검경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특별법에 따라 활동한 두 개의 조사위가 수 년에 걸쳐 선체를 직접 조사하고도 세월호 침몰 원인과 경위를 명확히 결론내리지 않은 탓에, 핵심 책임자 중 하나인 청해진해운은 법인 차원의 처벌을 10년 넘도록 피해왔다.
이번 목포해심 재결서의 결론이 청해진해운에 명확한 법적 책임을 지울 뿐만 아니라 대중들로 하여금 그간 난립해온 세월호 침몰 관련 각종 음모론들과도 결별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타파 김성수 sskim@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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