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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2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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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오후 2시 58분, 2025년 프랑스 칸영화제가 개최 중인 팔레 드 페스티벌 건물 뤼미에르 대극장에선 기립박수가 2분간 터져 나왔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기립박수는 흔한 풍경이지만 이날 기립박수는 꽤 특별했다. 영화 상영 후의 보편적인 기립박수가 아니라 상영 ‘직전’ 그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보내는 영화인들의 진심이 담긴 헌사였기 때문이다.
검정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벅찬STX조선해양분석
표정으로 칸 레드카펫을 지나 뤼미에르 대극장에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 이름은 이란의 영화 거장으로 불리는 자파르 파나히였다.
20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 그는 이란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감독으로 올해 칸영화제에 ‘단순한 사고’로 경쟁 부문에양귀비게임설명
진출했습니다. [AFP·연합뉴스]
그는 이란 정부와 수십년간 반목해 왔고, 그 결과 영화 촬영, 해외 출장, 외신 인터뷰를 금지당하는 역대급 수모를 겪었던 논쟁적 인물이다. 한때 자신의 여권까지 압수당하는 압제의 희생자였던 파니히가 이날 당국의 검열을 뚫고 뤼미에르 대극장에 상하이종합
입장하자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2500명의 팬이 거대한 박수로 환대한 것이었다.
칸 참석자들의 모든 이목이 파니히에 온통 집중된 가운데, 올해 제78회를 맞은 칸영화제 항해가 그야말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현시점(21일 오후 10시) 베일을 벗은 칸 경쟁 부문 진출작(황금종려상 후보)은 22점 중 이화공영 주식
16점. 올해 칸에선 파니히에 대한 경의와 함께, 유명 감독들의 작품에 최악의 평가가 내려지는 이변도 연출됐고, 그 빈 자리를 신예 감독들이 채우는 등 상당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화 관세’ 발언을 둘러싼 감독들의 날 선 분노가 드러나 이목을 끌기도 했고, 러·우전쟁과 가자지구 등 첨예한 국장기주식
제 이슈에 관한 성토도 쏟아졌다.
◇같은 트라우마 아래 모인 인간들
올해 황금종려상 후보작 가운데 파니히 감독의 신작 ‘단순한 사고’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주목을 요한다. ‘단순한 사고’가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에 전문가 12인이 평점을 매기는 글로벌 영화 전문 매체 스크린데일리 그리드에서 3.1점(4점 만점)을 받으며 1위를 달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엔진이 고장 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한 남성의 당혹스러운 표정으로부터 서사는 시작된다.
이 남성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바히드는 느닷없이 이 남성을 이튿날까지 미행하고는 삽으로 그를 내려친 뒤 납치·살해하려 한다. 돈을 노린 단순 범죄는 아니었다. 바히드는 남성의 발걸음 소리를 유심히 들었고, 저 남성이 오래 전 억울하게 감옥에 수감됐던 자신을 고문했던 부역자 ‘페그 레그(peg leg·의족이란 뜻)’라고 확신했다. 본인의 삶을 망쳤던 페그 레그의 발걸음 소리가 확실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극도의 두려움에 떨며 “내가 한쪽 다리를 잃은 건 작년이다. 나는 당신이 혐오하는 그자가 아니다”라고 울부짖으며 항변한다. 혼란스러워진 바히드는 저 의문의 남성을 밴 뒷좌석에 감금하고는 바히드 자신처럼 고문의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들을 한 명씩 찾아다닌다. “저 자가 페그 레그가 맞느냐”는 물음이었다. 바히드의 여정에 결혼식을 하루 앞둔 신혼부부, 웨딩촬영 기사 등 고문 희생자들이 바히드가 모는 밴에 한 명씩 탑승한다. ‘진실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단순한 사건’은 심각한 소재와 달리 기존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 ‘슬픔의 삼각형’ ‘아노라’를 떠올리게 할 만큼 서늘하고도 유쾌한 폭소가 장착돼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영화 자체로도 흥미로운데 깊은 의미까지 곁들여져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단순한 사고’가 올해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 영화사에 일대 사건으로 기록되리란 점이다. 파니히는 이미 세계 3대 영화제 중 베를린영화제(황금곰상), 베니스영화제(황금사자상)에서 1등상을 수상했는데, 이번에 칸 황금종려상까지 받을 경우 ‘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으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산후우울증, 광인을 만들다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두 명의 검사’도 스크린 데일리 공동 1위(3.1점)에 올라 이번 칸영화제 수상을 예감케 한다.
스탈린의 공포정치가 대륙을 냉각시켰던 1937년 소련의 한 감옥으로 카메라는 이동한다.
신임 검사 코르니예프는 “스탈린에게 내 사건을 다시 살펴보게 해달라”는 편지를 쓴 스테프니악과 대면한다. 코르니예프는 그의 이야기를 들은 뒤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교도소장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코르니예프는 확신에 차 이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영화 제목이 ‘두 명의 검사’인 이유는 스테프니악 역시 ‘전직 검사’였기 때문이다. 전체주의 시대의 억압이 생동감 있게 펼쳐지는 영화다.
클레버 멘돈샤 필류 감독의 ‘비밀 요원’도 올해 칸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 스크린 데일리 평점은 2.8점. 현재 3위다.
클레버 멘도샤 필류 감독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비밀 요원’의 한 장면. 독재국가에서의 감시와 처벌의 문제를 다룹니다. 오른쪽 두 번째 푸른 셔츠를 입은 남성이 주인공 마르셀로입니다. [IMDb]
주유소 앞마당에 심하게 부패한 시체 한 구가 눕혀져 있다. 시체 주변으로 파리가 날아다닌다. 그런데 주유소 직원은 노란색 비틀을 타고 도착한 주인공 마르셀로에게 “일요일에 살인이 벌어져 경찰에 이미 신고했는데, 경찰로부터 ‘지금은 올 수 없다. 도시 카니발(축제) 때문에 경비인력도 모자라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말한다.
카니발로 들뜬 도시 속에서 별다른 이유도 없이 죽어 나간 사망자만 100명이다. 그러나 치안은 붕괴했고 공권력은 힘없는 자들의 희생에 무심하다. 영화는 비밀요원 출신인 마르셀로의 과거를 심리적으로 펼쳐 놓으면서 마르셀로의 눈에 비친 마을 사람들의 죽음, 그리고 그 이면에 도사리는 독재의 서늘함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린 램지 감독의 ‘다이, 마이 러브’도 이번 칸영화제의 중심 작품이다.
산후우울증을 겪으면서 서서히 광인이 돼가는 여성 그레이스에 관한 이야기다. 그레이스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는 ‘분노 연기’로 정평이 난 할리우드 스타답게 신작에서도 광기에 가까운 미친 듯한 재능을 보여준다.
18일(현지시간) 칸영화제 기자들과 만난 ‘다이, 마이 러브’의 주인공 제니퍼 로렌스. [AFP·연합뉴스]
남편 잭슨과 함께 시골 농가로 이사한 그레이스는 출산과 육아, 또 남편과의 불화로 인해 서서히 미쳐간다. 육아로 지치는데 남편이 강아지를 데려오면서 갈등은 폭발할 지경이 된다. 그레이스는 시댁 주차장에서 카섹스를 하자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거절당한 뒤 손톱 10개가 죄다 부러질 정도로 시댁 화장실을 부수는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가 압권이다. 현대 여성이 겪는 심리적 불안이 심리극으로 상세히, 그리고 은유적으로 표현됐다.
21일 초연한 올리버 허머너스의 ‘소리의 역사’도 서정적 서사로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이 영화의 주인공 데이비드와 라이오넬은 첫눈에 반한 남성들로, 그들은 음악을 교류하며 서로의 영혼과 심연을 알아본다. 세계대전에 참전한 데이비드가 죽음을 견디고 살아 돌아온 뒤 음악, 즉 소리의 기원을 찾아 둘은 배낭 하나를 지고 여행을 떠난다.
“소리는 공기의 뒤섞임이다”라는 극중 라이오넬의 대사를 고려한다면, 사랑이란 본질적으로 ‘존재의 뒤섞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소리(음악)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단지 소리를 찾으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의 기원을 찾으려는 욕망의 행위에 가닿는다.
웨스 앤더슨의 ‘페니키안 스킴’은 미학적 연출로 유명한 감독의 노고가 여실히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몇 번의 비행기 추락과 수도 없는 암살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살아남은 재벌 사업가 자자 코르다가 주인공이다. 그는 9명의 아들 대신 수녀가 된 외동딸 리즐에게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다. 코르다는 리즐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대신 ‘페니키안’이라는 가상 국가에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맡기려 한다. 이 프로젝트는 겉으로는 자본을 통한 인간 삶의 개선을 주장하지만 실은 자본의 약탈에 가깝다. 자본주의를 향한 비판, 아울러 특유의 유머와 객석을 압도하는 미장센으로 훌륭한 영화다.
◇기대작에 쏟아진 악평들
거장들의 기대작이 줄줄이 악평받는 기현상도 이번 칸영화제에서 흔한 풍경이었다.
특히 2019년부터 작년까지 6년간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무려 5개나 배급한 네온의 영화인 줄리아 뒤쿠르노의 ‘알파’에 전 세계 영화 전문가들의 악평이 쏟아지는 이변이 벌어졌다(스크린데일리 평점 1.5점).
팔뚝에 문신하고 나타난 13세 소녀 알파와 그런 딸이 혹시 심각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을까를 고민하는 여성의 서사를 담은 영화다. 알파의 문신에서 피가 흐르자 학교에는 “알파가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돈다. 신체의 변화(문신)와 이에 따른 사회적 낙인을 고민하는 영화인데, 줄리아 뒤쿠르노의 연출에 외신들은 줄줄이 악평을 쏟아냈다.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2021년 ‘티탄’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전력이 있음을 살핀다면 이는 뜻밖의 평가가 아닐 수 없다.
타릭 살레의 ‘공화국의 독수리’는 이집트 국민 배우 조지 파흐미가 ‘정권을 찬양하는 대통령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라는 압력을 받은 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파흐미가 대통령 외모를 어떻게 표현할지, 또 어떤 장면은 꼭 필요하고 어떤 장면은 삭제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겪는 갈등이 ‘공화국의 독수리’ 중심 서사를 이룬다. 하지만 이 영화는 1.9점으로 높지 못한 평점을 받았다. 또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은 아리 에스터 감독의 ‘에딩턴’(1.5점), 마리오 마르토네의 ‘퓨오리’(1.0점)도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제조품 아닌데 관세라니?”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한국 영화가 단 한 작품도 선택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일본·중국 영화는 선택을 받았다. 일본 감독 하야카와 치에의 ‘르누아르’는 “우아하고 사려 깊은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고, 중국 감독 비 간의 ‘리저렉션’은 칸영화제 개막을 약 일주일 앞두고 경쟁 부문 진출작에 ‘추가 합격’하면서 레드 카펫을 밟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영화가 올해 프랑스 칸에서 아예 상영되지 않은 건 아니다.
허가영 감독의 단편 영화 ‘첫여름’은 ‘라 시네프’ 부문에 선정돼 22일 공개를 앞두고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도 시네마 부문에 진출해 22일 칸 알렉산더 극장에서 상영됐다. 이날 ‘보통의 가족’은 전석 매진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감독들의 ‘공개 비판’도 곳곳에서 터져 나와 눈길을 끌었다.
칸 명예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로버트 드니로는 외국산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이달 초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예술은 독재자에게 위협이 된다. 예술가들은 이러한 공격에 맞서야 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웨스 앤더슨은 ‘페니키안 스킴’ 기자회견에서 “영화는 그런 식으로 ‘배송’되는 게 아니다”라며 조롱에 가까운 발언을 퍼부었다. 영화 ‘누벨 바그’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도 기자회견을 통해 “그 사람(트럼프)은 하루에도 50번씩 생각을 바꾼다”고 비판했다.
러·우전쟁에 참전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이번 칸 레드 카펫에 등장해 외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보노’의 상영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었다.
이번 칸영화제 수상 결과는 24일 저녁에 발표된다. 한국시간으로는 25일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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