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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노동조합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가 결국 노동자들의 삶을 규정하거든요. 그래서 노조가 훨씬 더 많은 정치적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8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민주노총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총파업을 결의하고 광장으로 나갔다. 윤 전 무직자신용불량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을 조직해 함께 광장 투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양 위원장은 14일간 단식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민주노총이 시민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과 별개로 늘 따라오는 비판이 있다. 바로 너무 정치적이라는 점이다. 양 위원장은 "노동조합은 정치적일 수밖에 192.168.10.1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진사회라고 하는 미국이나 유럽은 노조가 다 정치활동을 굉장히 왕성하게 한다"고 했다.
"한 3년 전인가 국제노총 회의에 갔는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호주 총리가 축사를 하더라고요. 한국 사회는 현행 노동조합법에서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파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이를 적절하지 워크아웃제도 않다고 판단했고 정치활동을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그는 더 나아가 "노조가 훨씬 더 많은 정치적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는 결국 노동자들의 삶을 규정합니다. 노조법 2·3조가 개정되지 않으면 특수고용노동자들이나 하청 노동자들은 노조를 할 수 없고, 손해배상 가압류로 노동권이 제약되고요. 기업은행프로젝트파이낸싱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근로소득자들의 소득세 비중은 높아지고 법인세 비중은 낮아지거든요. 삶의 문제를 다 정치가 결정하는데 '당신들은 관심 갖지 말고 임금 협상만 하라'고요? 저는 누구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훨씬 더 발달된 민주주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혹자는 '종북세력', '빨갱 ibk저축은행 이'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한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대통령(윤 전 대통령)이 나서서 간첩이고 종북이고 반국가세력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시민들은 거리에서 민주노총에 박수를 보내주셨다"며 "80여년간 케케묵은 이념 논쟁으로 누군가에게 딱지를 붙이고 규정하는 정치 행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경사노위는 편향적…청년 일자리 축소, '정년연장'만의 결과는 아냐"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를 처음부터 맹렬하게 비판해왔다.
"기본적으로 노동자들과 노동정책을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자체가 되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전 정권들은 노동을 경제 부문의 한 주체로 인식해왔지만, 윤석열 정권은 조직노동, 특히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굉장히 적대적이었거든요. 윤석열 정권의 노동정책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존재했나 싶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 대상 '회계공시'를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제도 도입 당시에는 크게 반발했으나 결국 공시에 응했다.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노동단체가 정부의 회계공시 시스템에 전년도 회계결산을 공개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양 위원장은 "정권의 압박에 굴복했다기보다 일반 통념에 대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의 권익문제와도 연결돼 있는 문제였다"며 "그냥 홈페이지에 공개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미 방대한 자료를 언론에도, 조합원들에게도 다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계공시를 하지 않음으로 해서 불필요한 오해나 의혹을 살 필요는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출범한 '정년연장TF'에 참여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경사노위는 우리나라 유일의 법적, 제도적 사회적 대화 기구이지만 민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30여년간 불참하고 있다.
그는 "경사노위를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이유와 윤석열 정권 하에서 참여하는 것을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던 이유는 이미 기울어져 있는 것이 확인돼 있기 때문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년연장에 대해 어떻게 고민하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정년연장이 자칫 청년 일자리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나 정규직 일자리 같은 '질 좋은 일자리'에 청년 고용이 위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며 "1000명을 고용하는 좋은 일자리인데 정년을 연장하면 적어도 몇 년 간은 청년세대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과연 현재의 청년 고용 축소가 정년연장만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08. bluesoda@newsis.com
"제조업에서 제일 좋은 일자리라고 하는 현대자동차 일자리도 최근 7~8년 사이에 노동자 수가 1만명 가까이 줄었고, 기아차도 5000명 가까이 줄었어요. 이게 정년연장 때문일까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은 전체 고용폭을 줄이고 있고, 그 줄어든 폭을 간접고용이나 하청 일자리로 만드는 행태가 문제라고 봐요. 사용자는 양질의 일자리를 줄여가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청년 고용이 줄어든다고 하는 건 정년연장에 책임을 씌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와 함께 주목받는 것은 민주노총이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 기구 신설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 위원장은 "어쨌든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에서 을지로위원회를 만들고 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민주노총을 방문하는 등 나름 진정성 있게 임해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빌드업' 과정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아직 참여를 공식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실무 논의에 참여해 경제단체나 한국노총의 입장이 어떤지 판단을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경사노위 참여에 대해서는 "정권이 바뀌면 참여가 가능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것은 알 수 없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때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에둘러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 대화 추진의 목적은 노사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인데, 그건 협상 자리에서 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민주노총은 그 공감대 형성을 위해 광장과 거리에서의 활동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22일에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첫 전체회의가 예정돼있다.
양 위원장은 "그동안은 양대노총이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게 설정하고 수정안을 내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구조인데, 그런 방식의 교섭이 타당하느냐는 것에 대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그래서 최초 인상률 요구는 과거보다는 조금 낮게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근로자 문제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고 이야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우리 사회 갈 방향 설정해야…권력구조 개편해야 노동자 삶도 달라져"
우리 사회는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을 겪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도, 윤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도 시민사회 구심점 역할을 했다.
민주노총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판결 직후 "늦었지만 당연한 결과이며 123일 동안 끈질기게 싸워온 시민들의 승리"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이대로 끝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어쨌든 윤석열을 몰아낸 건 성과이기도 하고, 그 과정 자체는 굉장히 아름답고 위대했죠.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것이 반복된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불행한 일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기후위기, 인공지능(AI)으로 인한 노동의 위기 등 우리 사회에 공론화하고 논의할 게 많은 때잖아요.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지만 실패했어요. 12·3 이전에도 저희가 정권 퇴진 투쟁을 했지만, '대통령만 바뀐다고 달라지냐'는 말이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많이 나왔거든요."
그렇다면 민주노총이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은 뭘까.
양 위원장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개발 독재 시기에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따라가자고 하는 지향점이 명확했고,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에는 소위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이라고 하는 '쫓아가고 싶어 하는' 모델이 명확했단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쫓아갈 모델이 있나요. 어찌 보면 처음으로 우리가 새롭게 설계해야 될 사회상을 논의할 시점이에요. 저는 2010년대 초반부터 이 논의를 시작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울러 "노조할 권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 조직률이 50%까지 상승한다면 한국 사회의 다양한 근본 문제들을 다양한 자연스럽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여러 현안이 있고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본과 고용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데는 노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뉴시스는 양 위원장과 1시간 넘게 여러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를 끝내기 마지막에 그에게 "더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의 문제예요. 특히 권력기구 재편이나 선거제도 개편 문제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내란 세력에 대한 청산을 명확히 하고 시스템을 개혁해야 해요. 의사결정 구조가 달라져야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고, 노동자들의 삶의 문제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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