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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 돌며 재배기술 익혀 포도대학 설립·농가 교육도 둔덕 ‘포도맛제’ 브랜드화 앞장
“노력한 만큼 결실 맺는 농사 땅·흙 좋아해야 버틸 수 있어 소비자 알아주는 게 큰 보람”

“옛날 건어물 유통업을 계속했다면 돈은 더 벌었을지 몰라도 마음은 늘 불안했을 겁니다. 지금은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고 후회는 전혀 없어요.”
거제시 둔덕면 골짜기. 하우스 안에는 초록빛 샤인머스켓과 검붉은 루비로망, 거봉 포도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바닷바람이 미네랄을 실어 나르고 비가 쏟아져도 금세 물이 어린이집 창업 빠지는 지형 덕분에 당도 높은 포도가 자라는 천혜의 땅이다. 이곳에서 27년째 포도를 키우며 둔덕 포도농업을 이끌어온 사람이 바로 이재규(73)씨다.



이재규씨가 거제시 둔덕면 포도농원에서 출하를 앞둔 루비로망 포도를 살펴보고 있다./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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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어물 장사에서 농부로= 이 씨의 고향은 마산이다. 젊은 시절 그는 건어물 유통업에 뛰어들어 전국을 오가며 장사를 했다.
그러나 수입 물량에 따라 좌우되는 장사의 불안정성과 끊임없이 물건을 구해야 하는 압박 속에 점점 지쳐갔다. 그 무렵 우연히 싼값에 사둔 약 1653㎡ 밭에서 포도나무가 열매 맺는 모 금융생활의 지혜 습을 접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열흘 새 손톱만 하던 포도알이 눈에 띄게 불어나더니 한 달 만에 탐스럽게 익어가는 게 그렇게 신기했어요.” 그는 건어물 유통을 접고 농부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약 1653㎡에 불과했던 밭은 수확한 포도를 팔아 조금씩 넓혀갔다. 포도로 번 돈으로 또 땅을 사고 다시 농사를 지으며 지금은 약 82 청년대출 65㎡까지 불어났다. 이 가운데 약 6612㎡는 하우스 시설, 나머지 약 1653㎡는 비가림 재배지다.
◇어려움과 시련= 귀농 초기에는 쉽지 않았다. “수확만 바라보고 기다리는데 태풍이나 폭우가 오면 농부 마음은 무너집니다.” 실제로 2년 연속 폭우로 수확량이 거의 사라진 적도 있었다. 여름철 약제 방제 작업도 고통스러웠다. 방제복을 입고 즉시대출상품 분무기를 짊어진 채 수 시간 동안 고랑을 돌다 보면 숨이 막혀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는 “하루만 해도 농사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병해충 피해도 잦았다. 7월 무렵이면 탄저병, 잿빛곰팡이, 흰가루병이 발생해 골칫거리였다. 결국 그는 기술센터와 협의해 자동 방제 시설을 도입했다. 거제 둔덕·동부면 70% 농가가 참여한 공모사업이 선정되면서 큰 도움이 됐다. “이제는 스위치만 켜면 10분 만에 끝납니다.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되죠.”
◇배우고 나누는 농사= 농사 경험이 없던 그는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농업기술센터, 농촌진흥청, 선도 농가를 찾아다니며 재배 기술을 익혔다. 충북 천안, 경북 김천 등 포도 주산지를 돌며 대농들의 노하우를 직접 배웠다. 머릿속으로만 들으면 잊어버립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남지 않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나누기 위해 ‘포도대학’ 설립도 주도했다.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강사를 초빙하고, 둔덕 지역 농가를 교육했다.
그는 “처음에는 7~10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둔덕에만 60여 농가가 포도를 재배한다”며 달라진 환경을 설명했다. 현재는 공선출하회 회장으로서 브랜드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둔덕 포도의 공동 브랜드 ‘포도맛제’는 “포도 맛있제”라는 경상도 말투에서 따왔다.



이재규씨가 거제시 둔덕면에서 중량 조합식 선별기로 포도를 분류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정직한 농사의 철학= 이 씨의 농사 철학은 단순하다. “맛이 없으면 소비자는 다시 찾지 않습니다. 당도가 17브릭스 이상은 돼야 합니다.” 그래서 수확량을 줄여서라도 품질을 높인다. 단골 고객들은 부산, 울산 등지에서 일부러 찾아오고, 선물까지 건네며 신뢰를 보낸다.
그의 연 매출은 연간 1억원가량. “벌어들인 수익 중 일부는 다음 해 시설 보수에 돌리고, 남은 걸로 생활합니다.” 그는 돈보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서 더 큰 보람을 찾는다. “아침 4시 반에 밭에 나가서 자유롭게 일하고, 해 질 무렵까지 땀 흘린 뒤 막걸리 한잔 나누는 게 가장 큰 행복이죠.”
◇귀농 후배들에게= 이 씨는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처음부터 돈만 보고 들어오면 실패합니다. 땅과 흙을 좋아해야 버틸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무원 출신, 퇴직자들이 그의 농장을 찾아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포도밭에서 나오는 수익이 연금보다 많다”며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맹목적 도전은 경계한다. “무작정 시작하지 말고,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선도 농가에서 배워야 합니다. 요즘은 하우스 시설비도 보조가 많아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시 선택해도 농사”= 그는 다시 태어나도 농사를 택할 것이라 말한다. “건어물 유통업 할 때는 마음이 늘 불안했습니다. 지금은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자연과 함께하는 자유가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포도밭을 지키며 세월을 보낸 그는 이제 후배 귀농인들의 든든한 멘토로 자리 잡았다.
“포도 농사는 정직합니다. 노력한 만큼 결실이 맺히고, 소비자도 알아줍니다.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 거제시 귀농귀촌 지원책은
영농정착금 500만원인턴제·거주지 지원
거제시는 도시민의 안정적인 귀농·귀촌 정착을 돕기 위해 자금·교육·주거 전반에 걸친 맞춤형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을 통해 초기 자금 부담을 덜어준다. 농업 창업자금은 세대당 최대 3억원, 주택 구입 및 신축은 최대 7500만원까지 융자받을 수 있으며, 대출 금리는 연 2% 수준에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이다.
현금 지원 제도도 다양하다. 귀농세대에는 영농정착금 500만원을 지급해 농기계·농자재 구입을 돕고, 추가로 교육비·컨설팅비·농기계 임차료 등으로 활용 가능한 150만원을 지원한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은 거제시만의 강점이다. 시는 ‘귀농·귀촌인 영농대학’을 무료로 운영해 기초 영농기술을 전수하고, 선도농가에서 5개월간 실습하며 월 80만원을 받는 ‘농업인턴제’를 통해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
주거 문제 해소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돼 있다. 예비 귀농인은 ‘귀농인의 집’을 통해 월 5만~15만원의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하며 정착을 준비할 수 있고, 빈집을 매입하거나 임대할 경우에는 최대 500만원의 수리비를 지원받는다.
특히 청년층을 겨냥한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은 독립경영 1년 차 청년에게 월 110만원을 지급하고, 최대 3년간 단계별로 지원금을 제공해 젊은 귀농인의 도전을 응원한다.
거제시는 이 같은 입체적 정책을 통해 “돈보다 땅과 자연의 가치를 좇는 도시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며, 지역 농업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박준영 기자 bk604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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