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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등산 중봉?중봉 오르는 길. 파스텔화처럼 선명했다.


    ⓒ 김재근












    ▲ 장불재?저마 노숙 다의 모습으로 억새 물결에 몸을 담갔다.


    ⓒ 김재근




    가을 무등산이 초대장을 보냈다. 지난 9일, 단풍이 물들기 전 가을의 전령사 억새를 만나기 위해 증심사 입구에 들어선다. 파스텔화처럼 시크릿뉴욕 하늘은 선명하다. 높고 푸른 하늘에 솜사탕 같은 구름이 두둥실. 아직은 초록빛이 더 익숙한 숲이지만, 공기 속에선 가을 냄새가 난다.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걷는 초입의 숲길은 아직 여름의 흔적을 품고 있다. 하지만 한 걸음씩 고도를 높일수록 뺨을 스치는 바람의 감촉이 달라진다. 넉넉한 품으로 등산객을 맞아주는 당산나 만기일시 무를 지나 중머리재로 향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눈앞의 풍경이 달라진다. 광주 시내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비로소 산의 심장부로 들어섰음을 실감한다.

    억새길의 진짜 시작은 장불재에 이르러서다. 해발 900m 고지에 펼쳐진 드넓은 평원. 마침내 기다리던 은빛 물결이 넘실댄다. 햇살을 머금은 억새 군락이 바람 국민은행 대학생 대출 에 따라 살랑이는 잔잔한 파도를 닮았다. 사각 사각, 억새들이 서로 몸을 부비며 내는 소리는 평화로운 교향곡이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억새의 물결에 몸을 담그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풍경을 눈에 담기도 하고, 스치는 바람을 마음에 새기기도 한다. 쨍한 햇살 아래, 모두가 가을에 흠뻑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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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등산 억새?억새와 하늘과 구름이 조화롭다.


    ⓒ 김재근












    ▲ 중봉?중봉 오르는 오솔길.


    ⓒ 김재근




    중봉 정상에서 바라본 억새의 군무

    억새의 바다를 가로질러 낙타의 등을 닮았다는 낙타봉을 지나면, 무등산 억새 여행의 별미라 불리는 백마능선이 이어진다. 안양산까지 이어지는 은빛 능선길을 걷는다. 하늘과 맞닿은 능선을 따라 펼쳐진 억새밭은 몽환적이다. 구름 위를 산책하는 착각에 빠진다. 오직 나와 바람과 억새만이 존재한다는 듯이.
    다시 장불재로 돌아와 군부대 옆길을 따라 중봉으로 향한다. 정상 개방 행사로 천왕봉을 오를 수 있지만 억새 감상이 목적이라, 억새와 더불어 바라보는 맛을 즐기기로 한다. 억새밭 사이로 난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가을이 보내는 감미로운 속삭임처럼, 억새들이 바람결에 흔들리며 바스락 바스락 수군댄다.
    중봉 정상, 억새의 황홀한 군무가 눈앞에 펼쳐진다. 드넓게 펼쳐진 능선을 뒤덮은 억새는 차원이 다른 밀도와 높이를 자랑한다. 바람이 지휘하는 대로 수백만 개의 은빛 이삭들이 일제히 몸을 숙였다가 펴는 모습은, 거대한 흰 파도가 산등성이를 들이치는 듯하다.

    해를 등지면 짙은 황금빛으로 쓸쓸한 가을의 정취를 머금고, 해를 마주하면 눈부신 은빛 너울을 만들어내며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게 한다. 멀리 서석대와 입석대의 웅장한 주상절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만 년의 세월이 빚어낸 거대한 돌기둥과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의 조화는 아주 멋지다. 가을 무등산의 감칠맛 나는 풍광이다.










    ▲ 무등산 임도?정상개방 행사가 있었다. 레이더 기지가 있어 출입통제 구역이다. 천왕봉 오르는 길.


    ⓒ 김재근












    ▲ 서석대?중봉에서 본 무등산 정상. 가을 햇살 아래 서석대가 산뜻하다. 구름으로 그늘진 부분에 레이다 기지가 보인다.


    ⓒ 김재근




    돌아가야 할 시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중머리재를 거쳐 증심사로 발길을 돌린다. 올라올 때와 같은 길이지만, 해가 기울며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는 전혀 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마음 속에는 은빛 억새의 잔상이 가득하다.

    산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화려한 단풍도, 눈 덮인 설경도 저마다 매력이 있지만, 가을 초입 무등산의 억새는 소박하면서도 정겹다. 화려하게 뽐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본질에 가까운 아름다움이다. 가을 바람에 실어 보낸 억새의 속삭임이 오래도록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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