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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어차피 했던 두려움마저 많이 싶은 냇물을지난 15일 오전 8시 백발의 노인들은 느린 걸음으로 탑골공원의 중심에 위치한 정자를 향했다. 노인 20여명은 마치 군인이 사주경계를 하듯 원 형태로 정자를 둘러앉았다. 이들은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가깝게 앉았지만 딱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에헴!" 노인 한두명이 적막 속에서 헛기침만 할 뿐이었다. 정자에 오르지 못한 노인들은 주변 벤치에 앉아 허공만 쳐다보거나 꾸벅 졸았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탑골공원은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근대식 공원이다. 서울 도심에서 이만한 공원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에 1980년대까지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약속 장소로 기능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노인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종로구청이 7월 말 "탑골공원은 3·1 독립정신이 한국토지주택공사www.lh.or.kr매입임대주택공고 깃든 국가유산 사적입니다. 공원내 관람 분위기를 저해하는 바둑, 장기 등 오락행위, 흡연, 음주가무, 상거래 행위 등은 모두 금지합니다" 문구가 적힌 안내판을 설치한지 약 2개월이 지난 시점에 탑골공원을 찾아가봤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새마을금고 주택담보대출 서 만난 윤경호씨(75,남)는 갈색 정장과 광을 낸 구두 등으로 멋을 내고 다녔다. 윤씨는 스스로를 '서울 놈'이라고 칭했다. 공병선 기자


낡은 등산복 차림은 탑골공원에 모인 노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다. 그 사이에서 한껏 넘긴 머리, 깔끔한 갈색 정장, 광을 낸 검은 구두까지 신은 노인이 할인이벤트 눈에 띄었다. 윤경호씨(75·남)는 스스로를 '서울 놈'이라고 소개했다. 서울 놈은 '지방 놈'과 달리 어디를 가도 깔끔하게 입고 다녀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다. "제가 경복중학교, 경복고등학교까지 나온 서울 토박이예요. 오래전부터 자주 나오니까 탑골공원 관리인들도 나를 알아. 아무래도 여기 나올 사람이 아닌 것처럼 입고 다니니까 그렇겠죠."
인터넷당일대출 윤씨는 옷뿐만 아니라 행동도 '서울 놈'으로 불리게끔 처신한다. 그는 탑골공원 노인과 구별되기 위한 행동 수칙도 정했다. 탑골공원에서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그는 탑골공원에 오래 있었던 만큼 고주망태가 돼 쌈박질을 벌이는 노인을 자주 봤다. 이곳에서 단 한 번도 싸움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것 역시 윤씨가 내세우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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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의 정자에 모여 앉은 노인들. 이들 옆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다. 공병선 기자


최근 들어 탑골공원은 윤씨 표현대로라면 서울 놈처럼 변하기 위해 시도 중이다. 종로구청은 지난 7월말부터 탑골공원 내 질서 계도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음주 및 흡연뿐만 아니라 바둑과 장기 등 오락행위도 금지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탑골공원 일대가 우범지역이라는 우려도 나왔다"며 "탑골공원이 모든 시민에게 열려 있는 공간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개선사업에 힘쓰겠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윤씨는 종로구청의 조치가 과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윤씨도 과거 탑골공원에서 장기를 두면서 놀았다. "물론 술을 마시고 행패 부리는 건 잘못된 행동이죠. 그래도 장기나 바둑을 둔 사람을 쫓아내고 노인들 노는 것까지 단속하는 건 과해요. 장기 잘 두는 건 아니었어도 심심할 때마다 했는데, 갈 데 없는 노인을 너무 밀어냅니다."



종로구청의 조치 이후 2개월이 지났지만 탑골공원 안은 여전히 노인들로 가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탑골공원 앞에 위치한 지하철 종로3가역의 전체 무임승차 및 무임하차 인원은 각각 46만8648명, 45만6667명이었다. 지난 6월에는 각각 45만9525명, 44만5710명으로 종로구청의 조치 후에도 이곳을 찾는 노인 수는 줄지 않았다.
탑골공원에 장기판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음주가무, 흡연 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14일 오후 일부 노인들은 막걸리와 소주를 사 와서 탑골공원 담벼락에 모여 앉았다. 혹은 탑골공원 입구 바로 앞에 마련된 포장마차에서 맥주를 들이켜기 시작했다. 술이 들어가면서 고성방가와 폭력 등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이어 나왔다. 경찰차는 계속해서 탑골공원 인근을 돌면서 위험한 행동을 단속했다. 한 노인은 탑골공원 안에서 나무에 노상 방뇨를 하다가 노란 조끼를 입은 관리 직원에게 걸리기도 했다. 이를 발견한 관리 직원이 "아저씨! 뭐 하시는 거예요?"라고 소리 질렀다. 노인은 모른 체하며 도망가다가 결국 붙잡혔다. 탑골공원의 노인들은 이 모습을 보면서 "딱 걸렸네"라며 웃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담벼락에 노인들이 모여 앉아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공병선 기자



이곳 사람들은 종로구청의 조치가 별다른 효과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밥 먹을 쌀조차 없는 노인은 탑골공원에 모일 수밖에 없다는 것. 서울에 거주하는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정인수씨(76·남)는 이날 오전 지하철 1호선 첫차를 오전 5시11분에 타고 탑골공원으로 왔다. 그가 이렇게 빨리 탑골공원에 온 이유는 밥이다.

"아침에 오자마자 번호표를 뽑았지." 그는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하나 꺼냈다. 숫자 '75'가 적힌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번호표였다.
이곳 노인들에게 건강 관리 및 안전 관련 안내를 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 관계자도 탑골공원에서 사고 치는 노인들을 완전히 밀어내기란 불가능하다고 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관계자는 "밥을 해결하기 어려운 노인들 입장에서는 무료급식소가 많은 탑골공원만 한 곳이 없다"며 "무료급식소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지 않는 한, 노인은 계속 올 것이고 사고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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