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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한미 무역협상이 최종 합의되더라도 고민해야 할 게 한두개가 아니다. 이러든 저러든 49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미국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건 커다란 고민거리다. 490조원은 우리나라 한해 예산의 70%가 넘는 수준이다. 미국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투자 당하는' 거다. 이재명 정부는 국익과 실리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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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놓고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3개월 째 평행선을 달렸던 한미 무역협상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10일 내 무엇이 나올 것"이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타결 바로바론 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7월 30일 한미 무역 대표단이 합의한 무역협상의 골자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부과한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고, 우리나라는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90조원)를 투자하는 거였다. 예민한 이슈였던 쌀과 소고기 개방을 막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공적인 협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천중고차 하지만 후속 협상을 두고 양국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3500억 달러의 투자처와 방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 하면서다.[※참고: 대통령실은 당시 "직접적인 투자·구매 대신 펀드 방식을 원용해 대미 투자금액 3500억 달러를 결정·합의했다"면서 "직접 투자는 5%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發 선불 요구 = 무엇보다 미국은 3500 시약대 억 달러를 선불 형식으로 직접 투자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에서는 3500억 달러를 받는다"며 "이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사실상 우리나라에 일본식 '백지수표 투자'를 요구한 셈이다.
미국이 원하는 곳,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3500 매출채권담보대출 억 달러를 받아서 쓰겠다는 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일본은 6500억 달러에 합의했다"며 또 다시 선불 지급을 언급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느냐다. 불가능에 가깝다. 3500억 달러는 한화로 490조원 규모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 673조3000억원의 72.7%에 달한다. 트럼프의 요구대로 3500억 달러를 선불 형태로 제공하는 건 더 힘들다. 3500억 달러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4220억2000만 달러·9월 기준)의 82.9%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사진|뉴시스]
외환보유액이 갑작스럽게 줄면 환율 급등,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국가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22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화스와프 논쟁 = 이런 배경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미국이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는 일본·유로존·스위스·영국·캐나다 등과 같은 기축통과국밖에 없다. 게다가 통화스와프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은 '대안'을 두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재무부 통화스와프다.
미 재무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안정기금(Exchange Stabilization Fund·ESF)을 활용해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는 거다. 방법은 이렇다. 한국 정부가 투자금을 보내면 미 재무부가 ESF에 있는 달러로 사들여 투자에 활용한다. 다만, ESF가 한국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하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8월 기준 미 재부무가 보유한 ESF의 규모가 2200억 달러에 불과해서다. 미 재무부가 보유한 ESF를 모두 한국에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당초 5% 수준으로 밝혔던 직접 투자 비중을 높이고, 대미 투자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나라가 한해 동안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주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 달러 규모(200억~300억 달러)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역시 미 정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 전에 최대한 많은 투자금을 받아내려고 할 게 뻔하다.
■관세 협상 본질의 문제 = 더 큰 문제는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든, 재무부 ESF를 활용하든, 투자기간을 늘리든 49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미국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차라리 25%의 관세를 내고, 3500억 달러를 기업을 지원하는 데 쓰는 게 낫다고 주장이 나온다.
대외경제연구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한미 관세 협의의 경제적 타당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할 때 줄어드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0.3~0.4%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GDP가 2292조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연간 7조~9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거다.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를 '국내 지원'으로 돌려 실질 GDP 감소분을 장기적으로 상쇄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무역협상 파기를 빌미로 미국이 더 큰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쉬운 선택이 아니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 명예교수는 "직접 투자 비중을 20~30% 수준으로 늘려 외환시장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어렵다면 2020년 팬데믹 국면에서 맺었던 600억 달러 통화스와프(2021년 만기)보다 좀 더 많은 수준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일 무역협상을 통해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돈은 일본이 대지만, 투자처는 미국 정부가 결정한다. 관련 투자위원회의 의장은 미 상무부 장관이고, 최종 결정권은 트럼프에게 있다. 투자 이익 배분 방식도 미국에 유리하다.
원리금 변제 전엔 이익을 미국과 일본이 절반씩 나눠 갖지만, 변제 후엔 미국이 이익의 90%를 가져간다. 일본의 몫은 나머지 10%다. 우리나라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투자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투자당하는' 거다. 이재명 정부는 국익과 실리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