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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25-10-24 08:51)
 조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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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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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성수동 2호선 성수역 4번 출구 앞.
귀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한국어가 아니었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 베트남어 등이 뒤섞인 대화 소리가 역 앞을 가득 채웠다. 여행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휴대폰 지도를 들여다보며 동선을 의논했고, 길모퉁이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성수'를 빼놓지 않고 방문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현장이었다.
성수역 3번과 4번 출구 사이, 연무장길 일대는 디올 성수, 올리브영N, 탬버린즈 등 글로벌 브랜드 매장이 밀집한 거리다. 매달 새로운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고, 주중 낮에도 골목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3번 출구 방향의 '카페 거리'는 사진 촬영 장소로 유명해, 커피를 손에 든 여행객들이 카메라를 번갈아들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끊이지 않는다. 인기 매장 앞은 굳이 주소를 검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한 베이커리 앞에 서 있던 일본인 미나(25)씨는 "성수엔 트렌디한 상점이 많아서 좋다. 한 건물 안에 다양 대구한국주택공사 한 브랜드가 들어 있고, 직접 발라보거나 체험할 수도 있다. 사진 찍기도 좋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쉬에(24)씨는 "성수는 한국에서 최신 유행을 볼 수 있는 곳 같다. 더우인(중국 틱톡)에서도 '한국 오면 꼭 가야 할 곳'으로 자주 언급돼서, 한국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성수를 찾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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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한 베이커리 앞 줄 서있는 관광객들/사진=유지희 기자
이날 성수 거리는 그 말 그대로였다. 외국인 무리가 끊이지 않았고, 길게 늘어선 줄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점심 무렵, 40년째 자리를 지킨 감자탕집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만기일시지급식 낮 12시 40분 기준 대기 인원만 80명가량. 줄 선 사람 중 80% 이상이 외국인으로 보였다.
가게 관계자는 "정확히 세진 않지만, 줄만 봐도 감이 오지 않냐. 외국인과 한국인 비율이 8대2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근처 직장인 김은정(41) 씨도 "예전엔 외국인 하면 '이태원'이었는데, 요즘은 성수 쪽이 훨씬 많다. 거리에서 여신금융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자주 들린다"고 말했다.
성수 필수 코스로 꼽히는 한 베이커리 직원은 "이 빵이 처음 유행할 땐 한국 손님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외국인과 한국인 비율이 반반쯤 된다"며 "빵이 구워지는 시간마다 이 정도 줄은 이제 당연하다"고 말했다. 인근 팝업스토어 직원도 "외국인이 70% 정도 된다. 요즘은 '줄이 있으면 일단 서 본다'는 분위기라, 줄이 줄을 부른다. 일본과 말레이시아 손님이 특히 많다"고 전했다.
◇성수동, 외국인 방문객 5년 만에 6만→300만 '폭증'
성수역/사진=유지희 기자
성동구가 지난 8월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데이터랩'을 분석한 결과, 성수동을 찾은 내국인 방문객은 2018년 1993만 명에서 지난해 2620만 명으로 31%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방문객은 6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폭증했다. 소비 역시 함께 뛰었다. 성수 지역 카드 매출액은 2014년 637억 원에서 지난해 2384억 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한국관광공사 빅데이터에서도 성수의 상승세는 분명하다. 외국인 관광객의 성수 방문율은 전년 1분기 대비 863.5% 급증했다. 전통적 관광지였던 명동(13.1%)이나 서교동(27.7%) 대신, '현지인처럼 걷는 일상형 동네'를 찾는 자유여행객이 급격히 늘었다.
명동이 여전히 대형 매장과 환전소 중심의 '원스톱 쇼핑 허브'라면, 성수는 카페·편집숍·로컬 베이커리·팝업·식당이 얽혀 만들어내는 '생활형 동선'이 강점이다.
대로변 팝업에서 신상품을 만지고, 골목 카페에서 사진을 찍고, 감자탕집이나 비빔밥집에서 식사한 뒤 맞은편 화장품 매장에서 테스트하는 식이다. 한국 MZ세대의 일상을 그대로 따라가는 여정이 여행의 본체가 된 셈이다.
멕시코에서 친구와 함께 여행하러 온 셰인(35)씨는 "이번 여행은 성수를 중심으로 카페, 베이커리, 팝업스토어 등을 돌며 한국인들의 휴일을 경험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명동에도 가봤지만, 쇼핑 중심지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태원은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일정에 넣지 않았다. 요즘 SNS에서 자주 언급되는 현지인 감성 동네 위주로 여행 계획을 짰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8000명 방문"…K뷰티샵에 줄 서는 외국인 관광객들
올리브영N 성수/사진=유지희 기자
성수의 인기를 견인하는 또 하나의 축은 K뷰티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올리브영N 성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8000명으로 전국에서 명동타운 다음으로 많다. 외국인 매출 비중은 70%에 달한다.
실제로 현장을 찾은 이날, 올리브영N 성수와 성수연방점 등 주요 코스메틱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여행객들은 손등에 여러 제품을 바르고 서로 비교했으며, 스킨케어 존 앞에는 예약 대기 줄이 형성돼 있었다. '성수 올리브영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았다'는 온라인 후기들이 이어지는 이유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매장은 '글로벌관광상권'으로 분류돼 별도로 관리된다. 전자라벨에는 상품명이 영어로 병기되고, 매장 곳곳에 영어 안내문이 붙는다. 인기 제품은 'K뷰티 나우', '글로벌 핫이슈' 코너에 따로 진열되고, 대량 구매 고객을 위한 캐리어 보관 서비스도 운영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긍정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새로운 K뷰티 브랜드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글로벌 K뷰티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고 있다"며 "K뷰티가 K팝, K푸드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명동은 쇼핑, 성수는 일상… '경험 소비'로 바뀐 여행 트렌드"
출처=틱톡
이처럼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로는 SNS의 영향이 꼽힌다. 성동구 성수관광안내도 관계자는 "SNS를 통해 성수를 알고 찾아오는 분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틱톡과 더우인(중국판 틱톡)에서는 '성수에서 해야 할 10가지', '성수에서 먹어야 할 음식' 같은 짧은 영상이 매일 업로드된다. 성수의 빵집, 떡집, 로컬 식당 후기 영상의 조회수는 수십만~수백만 회에 달한다. '미나리 식당' 같은 특정 업장 방문 영상이 바이럴 되고, 댓글에는 '나도 다음 주에 간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중국 SNS 샤오홍슈에서도 '성수'는 '서울' 검색 결과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지역 중 하나다. 샤오홍슈 이용자들은 명동보다 성수의 매력을 '한국 젊은 세대의 진짜 라이프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표현한다.
명동이 전통적인 관광 코스인 '쇼핑의 중심'이라면, 성수는 '한국의 일상'을 체험하는 무대로 자리 잡았다. 대형 쇼핑몰 대신 카페와 편집숍, 베이커리, 식당, 코스메틱 매장, 팝업스토어 등이 이어지는 '생활형 동선'이 외국인 여행자의 하루를 채우며 소비를 이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파리에 가면 에펠탑, 미국에 가면 자유의 여신상을 보는 식으로 관광이 천편일률적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며 "K-팝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인스타그램 등에서 한국의 일상과 감각적인 '핫함'을 접한 외국인들이 이제는 한국인의 실제 생활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커졌다. 한국의 생활과 문화를 경험하려는 '경험소비'가 관광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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