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항 전망대 오르면사천대교·석양길 한눈에선상지·사천만 조망도
청널공원 언덕 위 ‘풍차’발 아래 죽방렴·등대바다 이야기 들려주는 듯
우수(雨水) 무렵부터 비가 간헐적으로 땅을 적셨다. 그리고 비 내리는 주기가 짧아지다가 길어지며 언덕을 드문드문 연초록으로 채색한다. 봄의 전령 냉이와 쑥을 몇 개 뜯어 향기를 맡는다. 흠~ 특유의 봄 향기가 영혼을 뒤흔든다. 봄이다!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 봄꽃 개화가 빨라질 것이란다. 봄은 바람과 함께 온다. 그래서 ‘봄바람’이라고 하지 않는가. 대지의 봄바람도 좋다. 그렇지만 짭조름한 내음 몰아오는 바다의 봄바
야마토무료게임 람은 또 어떤가. 올봄은 상쾌한 바닷바람으로 시작하고 싶다. 눈앞에 대포항 너른 바다가 떠오른다. 간다. 사천 바닷가로!
청널문화오름에서 본 사천 바다 풍경.
바다이야기부활 청널문화오름에서 본 사천 바다 풍경.
릴게임손오공 ◇가시나무와 먼나무 사이 대포항 가는 길= 사천IC 지나 사천대로. 며칠 비바람이 회색의 겨울 먼지를 열심히 닦아내더니 시야가 한결 맑다. 해안가 가로수
황금성사이트 는 대부분 상록활엽수로 이름이 독특하다. 가시나무와 먼나무. 도심지 하천 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상록활엽수임에도 가지 끝이 유난히 밝은 빛을 띠며 봄이 걸렸다. 나무 전문가는 아니지만, 해안가 강풍과 염분에 강한 수종이라는 걸 안다. 가시나무는 가시가 없지만, 잎 가장자리 톱니가 가시처럼 보이며 도토리가 열린다. 먼나무는 둥글고 두툼한 잎을 가
황금성슬롯 졌다. 이제 봄이지만 늦은 가을에서 겨울까지 루비처럼 붉은 열매가 가득 열려 익어가며 오가는 이들의 시각을 유혹할 것이다.
사천대로는 도로 상황에 따라 3~5차로로 유동적이다. 3차로 노면 ‘우주항공수도’ 표기는 사천이 우주항공 브랜드임을 넌지시 각인시킨다. 사천공항을 지난다. 활주로와 차로를 차단하는 높다란 벽면의 물결무늬가 멋지다. 근처 육교까지 3~4㎞ 구간엔 바다 도시이자 항공 도시인 사천시의 특성을 담은 ‘역동적인 파도’의 상징인데, 나그네 눈엔 전투기의 고난도 편대비행 자국처럼 보인다.
사주교차로에서 직진 신호 대기 중 오른쪽 조형물에 눈을 뗄 수 없다. 청색·녹색·은색·황색·적색의 ‘은빛 날개’ 5대의 비상이다. 사천에서 태동한 우주 도시의 이미지와 더불어 사천시가 비상하고 있다. 우리의 기술로 만든 대한민국의 자랑 4.5세대 전투기 KF21의 꼬리날개에 그려진 무늬다. 최근 우리나라는 최신형 전투기 기술력을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내비게이션 안내 따라가는 길. 일방적으로 다가왔다 지나가는 풍경에 나그네도 여과 없이 보이는 대로 본다. 농지와 주거지역이 가까운 사천대로 가로수는 상록활엽수 사이사이 벚나무가 개화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곧 풍성한 연분홍빛으로 도로를 물들일 것이다. 사천대로 ‘대포항’ 분기점에서 우측으로 진입한다. 편도 1차로의 벚나무 가지들은 전봇대에서 이어지는 전깃줄을 오선지 삼아 봄의 악보를 그리고 있다. 주문리 사거리에서 비보호 좌회전이다.
낮 기온이 오르면서 차 실내 온도도 오른다. 살짝 덥다. 뒷좌석의 차창을 내린다. 조용한 마을을 지나는데 구르는 타이어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반면, 목을 축인 들녘엔 흙먼지 대신 흙의 단내가 바람에 실려 온다. 익숙한 옛 고향 향기다.
어딜 가나 도시 외곽의 대단지 비닐하우스는 낯설지 않다. 밭작물 성장과 향기로 농심은 이미 봄꽃보다 먼저 피고 있을 것이다. 사천의 해안도로 중 ‘석양길’은 이순신바닷길 2코스로 최초 거북선길이다. 바다와 도로의 무지갯빛 경계석이 주의를 당부한다.
대포항 보도교에서 보이는 선상지.
대포항 보도교에서 보이는 선상지.
◇대포항만의 시그니처, 2층 전망대와 ‘선상지’= 대포항은 어촌계에서 관리하며 바다를 면한 주차장은 넓고 전망이 시원하다. 주변엔 입맛대로 골라 먹는 맛집과 편의점 카페까지 있다. 2층 전망대에 오르면 시선이 드넓은 수면을 달릴 것 같다. 방파제 안쪽으로 파도를 막아주는 사각 형태의 선착장엔 어선과 쾌속정 몇 척이 수면 위에서 어깨를 맞대고 조용히 일렁인다. 때마침 대포항은 간조다. 물이 빠져나간 개펄엔 독특한 석화(굴) 양식장이 말갛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20㎝ 남짓 높이의 대나무 통발 테두리가 이어진 모습이 시골 논두렁과 닮았다. 2층 전망대까지 2㎞ 정도의 해상보도교를 걷는다. 사천만을 가로질러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와 용현면 주문리를 연결하는 사천대교(2.145㎞)와 석양길 무지갯빛 경계석들이 주변을 밝혀준다. 해안답게 봄바람 치고는 꽤 드센 바람이다. 주변을 걷는 방문객들의 머리칼이 바다보다 사납게 파도치고 있다. 파도 끝에 끓어오른 포말이 해변으로 달려들다가 스러진다. 휴일이었다면 젊은 연인들이 ‘나 잡아 봐라!’ 하기 딱 좋은 해변이다.
전망대 가까이 갈수록 보도교는 해안가와 멀어지고 있다. 특이한 모습의 풍경이 나그네 시각을 자극한다. 좌우가 구릉지처럼 암반을 중심으로 도드라진 데다 꽤 넓은 모래밭이 환하게 드러난 바다 한가운데의 형상. 섬이 아니다. 육지에서 2㎞ 정도 떨어진 바다의 수면을 뚫고 나온 비경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2층 전망대에 올라섰어야 어느 정도 의문이 풀렸다. 안내판에 이곳이 ‘바다를 접한 교과서적인 선상지’이며 일대의 서사가 일목요연하게 기록돼 있었다. 선상지(扇狀地)는 부채 모양의 땅이다. 하천의 유속 완급이 낳은 퇴적작용으로 형성된 지질학적 지형으로서 삼각주와는 다르다고 한다.
대포항 어촌계 노양원 계장과 전화 인터뷰에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유년 시절부터 늘 봐왔던 바다여서 간조마다 드러나는 풍경에 ‘원래’ 그러려니 했다고 한다. 다만, 만조에도 ‘선상지’ 쪽으로 드나들던 선박들은 여러 차례 사고를 겪었다고. 반면, 간조 땐 전망대까지 바닷길이 열려 해루질로 바지락·굴·낙지 등을 넉넉하게 채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20년 고고학자들이 드나들며 일대를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분석해 2021년 ‘선상지’가 세상의 수면 위에 드러났다고 한다.
사천 대포항은 국내 몇 안 되는 선상지 중 학술 측면의 가치와 경관이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이에 발맞추어 사천시는 지난 2월 26일 사천대교 아래 쉼터에 선상지와 사천만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65m(아파트 20층 높이) 전망 타워를 주축으로 ‘사천 선상지 테마관광 명소 조성사업’ 착공식을 했으며 2028년 2월 말 준공 예정이다. 사천시의 가치 창조에 일익을 담당하며 국내 독보적인 전망 타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전망대 주변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돔 형식의 해상펜션은 오래전 해상 지원사업으로 시작했으나 요즘은 주간에만 낚시꾼들의 주요 공간이라고 했다. 얼른 보면 북극 이누이트족들의 얼음집 이글루가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또 하나의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대포항 방파제 끝에 서면 문득 아련한 그리움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움이 물들면…’ 최병수 작품으로 원 라인 페이스(One Line Face: 금속제로 이음새 없이 얼굴 옆선을 표현한 미니멀리즘 작품)가 묘한 그리움을 은근히 끌어당긴다. 방파제와 전망대는 야경으로도 손색이 없다.
청널공원 입구.
청널공원 입구.
◇청널공원 풍차 아래서= 나뭇가지들은 연겨자 빛으로 또는 약간 불그스름한 빛으로 하늘을 두드리며 설레발이다. 생강나무꽃인지 산수유인지 연노랑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둘은 이맘때 꽃이 피는 데다 빛깔과 모양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혹자는 생강나무꽃은 산에서 볼 수 있으며 산수유는 도시의 화단에서 볼 수 있다고. 그런데 나그네는 오래된 마을의 귀퉁이를 지나며 봤던 터라 딱 부러지게 단정할 수 없다. 벚나무들은 나이테 밑그림을 그려가며 개화 순서를 기다리는 듯하다. 삼천포대로 중앙분리대 화단의 먼나무 조경은 우산 모양으로 철모 쓴 군인을 연상케 한다.
청널공원 주차장에 들어서자 4개의 날개를 갖춘 하얀 풍차가 한눈에 들어온다. 유럽형 도시공원으로 조경이 단아하여 어디든 포토존이다. 풍차 3층엔 전망대가 있어 바다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옆 건물 ‘카페청널’은 풍차 전망대와 앙상블을 이룬다. 공원 산책로 한쪽엔 사천 동서동 출신으로 작고한 소설가 김인배(1948~2019) 선생의 소박한 문학 공간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동판엔 그의 프로필과 고향 이야기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풍차 날개들과 꽃 찾아 날아든 나비 형상의 포토존엔 바람뿐이다. 바람 곁에 나그네가 잠시 앉아 무인도들을 바라본다. 발아래 보이는 죽방렴과 등대가 사천의 이야기를 파도에 담아 소곤소곤 들려준다.
지척엔 ‘청널문화오름’이 있다. 일종의 전망대로, 오른쪽으로는 삼천포대교와 해안가의 테트라포드, 선착장, 죽방렴을 굽어볼 수 있다. 왼쪽으로는 멀리 하동 화력발전소와 사천의 주요 시가지는 물론이며 가까운 황금 측백나무와 입체적인 계단 덱도 한 장의 그림처럼 볼 수 있다.
고 김인배 소설가 문학공간.
고 김인배 소설가 문학공간.
체증 같은 답답함이 뻥 뚫린다. 우리는 왜 사소한 일에 혈안이 되는지 모르겠다. 오만가지 걱정에 사로잡혀 있으나, 실상 10%만 쓸모 있고 나머지 90% 이상은 부정적인 사고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바다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끓어오르던 파도의 포말이 사그라지듯 걱정도 고요히 가라앉는다. 부정적인 생각은 모두 바다에 던지고 일어난다. 그 사이 풍차의 날개는 또 위치를 달리하고 있다.
-여행 TIP-
1. 청널공원: 사천시 청널길 38-35. 과거엔 지역민에게 동서공원 또는 청널산, 청널굼터(청널굼티: 골짜기나 움푹 파인 땅)로 불린 나지막한 동산이었다. 1996년 사천시에서 도시환경정비 사업으로 사유지와 국유지를 매입해 조경수 식재와 풍차 전망대 설치 및 편의시설을 갖추고 2011년 지역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 청널공원으로 거듭났다.
2. 청널문화오름: 사천시 수남길 88(신수도 선착장 옆). 창선대교와 삼천포대교, 사천케이블카, 한려해상국립공원 전경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25.2m)가 있으며 스카이브리지(46.2m) 입구는 근처 초양도 앞바다에서 서식하는 상괭이 이미지다. 청널공원 풍차 앞 계단과도 연결된다.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