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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24-12-09 03:26)
 조회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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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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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뉴시스] 변근아 기자 =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숨진 것처럼 위장해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 낸 50대 남편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이 범행을 강하게 부인하고,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여러 정황과 간접증거에 의해 충분히 살인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송중호)는 지난 7일 살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등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살인 등 이 사건 주요 혐의에 대해 징역 35년을,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5년 등 합계 징역 40 국고채금리 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6월2일 경기 화성시의 한 산길도로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의 아내 B씨를 차량에 태워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B씨의 코와 입을 강제로 막아 질식시킨 뒤 119에 지연 신고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후 "아내가 운전했는데 동물이 튀어나와 교통사고가 났다"고 허위 상여 진술하는 등 교통사고를 위장해 사망 보험금 등 명목으로 5억2300만원을 타내고, 여행보험의 사망보험금 3억원을 더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 쟁점은 A씨가 계획적으로 B씨를 죽이려 한 점이 인정되는지였다. A씨는 범행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었고, 범행을 뒷받침할 만한 목격자의 진술 등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상황이었기 임대차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간접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 사실의 증명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봤다.
우선 재판부는 이 사건 발생 당시 오랜 내연 문제로 A씨와 B씨의 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있었고, A씨가 오피스텔 임차인들에게 전세 보증금을 반환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은깜자 6000만원의 대출을 받는 등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이었던 점을 주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씨가 범행 전 B씨 명의로 사망보험금을 3억원으로 하는 국내여행보험에 추가로 가입하고, 범행 하루 전날 만기를 연장한 데다 실제 B씨의 사망 이후 보험금을 받아 전세 보증금 반환 등에 사용한 점 등을 보면 A씨가 보험금 수령 목적으로 B씨를 살해 공인인증서소액대출 할 동기가 충분히 있었단 것이다.
아울러 사고 당일 B씨의 상태를 확인했던 의사와 부검의는 법정에 나와 '심정지를 일으킬만한 명확한 외상이나 손상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일관된 진술을 밝혔다.
이 사건 부검감정결과 등을 검토한 여러 법의학 교수도 "B씨의 신체에서 심정지를 야기할 만한 외상 등은 보이지 않았다"며 "심정지는 A씨의 주장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질식과 같은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진술했는데, 이러한 의견들은 재판부가 교통사고로 인해 B씨가 사망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배척하는 주요 근거가 됐다.
사고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점도 지적됐다. 당시 교통사고보고를 작성한 경찰과 보험사 직원 등에 따르면 사고 현장 도로에는 급정거할 때 나타나는 바퀴자국인 스키드마크나 핸들을 90도 이상 꺾을 때 나타나는 스커프마크 등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현장에 나간 견인기사도 "사고 지점은 콘크리트 경계석이 있어 비탈로 차가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차량 정차 지점은 경계석과 나무 기둥 사이의 폭 2m 정도 되는 공간으로 들어가 90도 가까이 꺾어서 들어가야 하는 위치라 차량이 달리다가 들어가기 굉장히 어려운 자리"라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 등을 토대로 "산짐승이 나타나 갑자기 방향을 틀어 차량이 추락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엔 차량이 발견된 위치 등에 부자연스러운 점이 상당히 많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B씨의 동생과 딸은 "B씨가 운전을 무서워 해 딸의 학원 라이딩을 위해서만 본인 소유 차량을 몰았다"고 증언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A씨는 사고 시점 갑자기 운전자가 B씨로 바뀐 경위에 대해 진술을 번복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A씨가 B씨를 질식으로 인한 심정지에 이르게 해놓곤 B씨가 차량을 운전하다가 교통사고가 나 사망에 이른 것처럼 위장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은 치밀한 준비와 계획하에 법률상 배우자를 살해하고 이를 우연히 발생한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편취하거나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쳐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그럼에도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을 뿐"이라고 A씨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한편 이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로 마무리될 뻔했으나, 검찰이 사건 발생 3주 전 B씨가 동생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A씨가 나를 죽이고 보험금을 받으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취지로 대화한 전화 녹취록이 있는 등 살인 의심 정황을 토대로 보완 수사에 나서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공감언론 뉴시스 gaga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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