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 독자위원회 ◆



매일경제 독자위원회 정례회의가 지난달 28일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김익중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과 이승진 무신사 S&C 본부장이 새 독자위원으로 참석했다. 또 대학생 강희원 씨와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양희동 한국경영학회 회장(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등 3명의 독자위원(가나다순)이 함께했다. 조성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왔다. 독자위원들은 7~8월 매일경제신문의 보도와 매경이코노미, 매경럭스멘 기사에 대해 평가했다.
양희동 위원
최근 경영계의 화두는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반(反)기업법 확대와 대미(對美) 투자 리스크 증가다 농협역모기지 . 이 가운데 반기업법에 대한 매경의 보도는 기업들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현장의 우려를 지면에 보다 생생히 반영해야 한다. 한미 관세협상 이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확대 반영하길 바란다. 다양한 채널로 들어오는 이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표면적인 기사로는 전할 수 없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중국 관련 보도는 리스크(위험성) 전세자금대출상품 만 부각하는 차원을 넘어 해결책을 제시할 때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노출을 매우 꺼리고 있다. 한국 경제가 중국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물론 중국의 혁신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에 있는 중국 첨단 기술 기업들을 집중 조명하는 기획 기사를 포함해 '차이나 오퍼튜니티(기회)'를 보여주는 지면을 기대한다.
미국 모기지이미경 위원
매경이 원전 산업을 옹호하는 입장에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그럴수록 팩트를 충실히 전달할 의무가 있다. 과장됐거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수치의 인용은 자제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2050년까지 자국의 원전 설비용량 규모를 100GW(기가와트)에서 400GW 수준까지 4배 확대한다는 목표를 수량 목표로 농협예금특판 환산하는 식의 보도는 독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에너지 전환 논의에서 균형 있는 접근이 아쉬웠다. 인공지능(AI)의 전기 사용량을 다룬 보도가 대표적이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2%가 안 된다. 그것도 AI 데이터센터 같은 직접적인 인프라스트럭처 외에 웹 서핑 등 부수적인 항목을 포함하고 농협새희망대출 있다. 오히려 냉방 가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수준으로, 2050년까지 3배 증가할 전망이다.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조기 대응을 준비해야 하지만 사안을 더 큰 시각에서 봐주길 바란다.



강희원 위원
평가 기간 중 미국의 관세 정책이 국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기사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생큐 트럼프" 뜨거운 유럽 정크본드 시장'(7월 4일자 A10면) 기사가 대표적이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관세 정책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망하면서도 글로벌한 시각에서 명암을 다룬 접근법을 다른 이슈에도 적용하기를 바란다. 이 사안에 대한 매경의 보도는 기업 입장에 편중돼 있는데, 물가 등 서민 생활에 와닿는 분석도 필요하다.
6·27 부동산 대책 후폭풍을 분석한 보도는 지나치게 강남 중심적이었다. 사례로 든 아파트 모두 강남과 서초, 송파 지역이 대부분이었고, 기사의 방향도 서울 편향적이었다. 서울 집값 상승세는 둔화한 가운데 일부 재건축 아파트가 신고가를 경신한 점을 바탕으로 대책의 성패를 너무 일찍 판단한 점도 아쉬웠다. 파급력이 큰 이슈인 만큼 넓은 시각에서 다뤄주면 좋겠다.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 관련 보도 중에서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본 점이 아쉬웠다. 정책의 효과와 의의를 데이터를 근거로 분석했다면 중립성이 갖춰졌을 것이다. 기획 기사 중에서는 '사이버 안보 경고음'과 '보이스피싱 20년 잔혹사'가 특히 인상 깊었다.
이승진 위원
6·27 부동산 대책 후폭풍을 다룬 지면은 독자들의 관심을 살 만한 내용이 많았다. '돈줄 막으니…송파 아파트 5억 뚝'(7월 11일자 A1·2·3면) 보도 등 대책 발표 후 시장 반응을 추적한 기사들은 시의적절하고 유익했다. 다만 가격의 등락에 대해 자극적으로 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 매경이라면 이 시점에 공급은 어떻게 가져갈 수 있는지와 같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시리즈 기획 중 '보이스피싱 20년 잔혹사'는 AI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되짚어볼 만한 주제였다. 이미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등은 공공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국가 차원에서 범죄를 적극 차단하겠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 점은 유의미했지만 환기를 위해 일반 시민의 자극적 피해 사실을 지나치게 부각한 점은 다소 부담스러웠다.
매경이코노미 보도 중 '노인의 나라 일본, 한국의 미래다' 지면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 많은 점을 시사했다. 특히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돌봄을 단순한 복지가 아닌 공생의 방식으로 풀어간다는 해법 제시는 한국 사회도 수용해야 할 지향점으로 다가왔다.



김익중 위원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지한다는 뜻) 기조가 격변기에 있다지만 평가 기간 중 미국과 중국을 대하는 제목의 온도가 확연히 달랐다. 중국과 관련한 보도에서는 '차이나 공습' '中 엑소더스' 같은 자극적인 단어들이 자주 사용됐지만, 한미 관세협상 국면에서는 담담하고 드라이한 제목이 많았다.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경제 파트너인데, 반중정서를 자극하는 제목은 바람직하지 않다.
6·27 부동산 대책 후폭풍을 다룬 기사들이 서울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전 국민이 강남에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집값의 바로미터를 서울 강남에 두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강남 집값 동향을 중계하는 방식의 보도는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할 수 있다. 매경이 대표 경제지로서 중심을 잡아야 할 지점이다.
평가 기간 중 10회 이상 보도한 '보이스피싱 20년 잔혹사' 시리즈 기획은 독자에게 강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단순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구조적 문제로 접근해 제도 보완과 금융권 대응의 필요성을 제시한 점도 의미 있었다.
황철주 위원장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00여 일간 추진된 경제 정책 전반을 추적하며 내수 진작과 기업 정책의 양면성을 균형 있게 다뤘다는 점이 돋보였다. '정책 발표→시행→사회적 파급효과'의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독자들이 정책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구성한 점을 높게 평가할 만하다. 다만 정책의 중장기적 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더했다면 한층 깊이 있는 보도가 됐을 것이다. 상법 개정안은 주요국 제도와의 비교 등이 아쉬웠다.
한미 관세협상 관련 보도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 전략에 대한 해설이 부족했다. 협상 과정과 관세 조정 가능성 언급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나 주요 기업의 공식 반응, 대응 전략에 대한 보도는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또 미국의 관세 정책이 유럽, 아시아 등 지정학적으로 어떤 조정과 전략 변화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한국이 이 같은 맥락에서 어떤 협상 프레임을 구축해야 할지에 대한 해설적 접근을 보강하기를 바란다.
조성진 위원
한미 관세협상이 15%의 관세와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비관세 장벽을 둘러싼 협상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지나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온플법 문제는 전 정부 때 정리됐어야 했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와 이기주의적 태도로 무산됐다. 매경이 이 사안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까지 제시한다면 향후 관련 이슈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6·27 부동산 대책은 서울 강남3구와 인근 지역의 주택 가격 폭등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전국적으로 개인 대출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의 정책 기조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잘못된 정책 기조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올 기업대출 1% 확대…그마저도 대기업만'(8월 30일자 A8면) 기사는 현시점 한국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를 정확히 짚은 시의적절한 보도다.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금융 규제 개선과 정책금융의 적극적 투입, 세제·보증 지원 확대 등이 이어질 수 있도록 매경이 언론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진한 기자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