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차 안에서 물끄러미 창밖을 보고 있다.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여자가 차에 틀어 놓은 음악의 설정인지, 영화 자체의 사운드트랙인지 확실치 않다. 평온한 피아노 소리와는 반대로 여자의 표정엔 불안함이 가득하다. 여자는 밖에서 통화 중인 남자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다. 불안한 탐색은 계속되고, 음악이 멈춘다. 곧 이어 남자가 들어온다. 이제 여자가 남자를 추궁할 차례다.

스틸컷 / 사진제공. ㈜모쿠슈라"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24/ked/2 모바일야마토 0251124104951131kjfc.jpg" data-org-width="1000" dmcf-mid="47H6aoB3l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4/ked/2 바다이야기5만 0251124104951131kjfc.jpg" width="658">

영화 <최초의 기억> 스틸컷 / 사진제공. ㈜모쿠슈라


<최초의 기억>은 세 개의 챕터가 독특한 방식으로 합체된 영화다. 첫 번째 챕터 ＜1. 최초의 기억＞에는 두 커플(과 한 친구)의 여 사이다쿨 정을 보여주는 하나의 영화가, 두 번째 챕터 ＜2. 연기 워크숍＞에는 앞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연기 워크숍을 보여주는 또 다른 극영화가, 세 번째 챕터 ＜3. 모방 독백＞에는 연기 선생님인 송문(박종환)이 이들에게 부여한 ‘모방 독백’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이 역시 극영화의 형태로 보여진다. 따라서 첫 번째 챕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배우들의 연기 워 게임몰릴게임 크숍 과정이 극화된 형식으로 재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배우들이 자신이 아닌, 오롯이 영화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첫 번째 챕터는 두 개의 일상을 병치한다. 한 커플, 금주(이금주)와 동근(서동근)은 이들의 오랜 친구, 민주(강민주)가 있는 무주로 여행을 떠난다. 금주는 민주에게 한없이 친절한 동근이 못마땅하다. 민주는 금주의 불안 백경게임랜드 감을 읽지 못한 듯, 이들과의 재회가 즐겁기만 하다. 그러나 여정의 끝자락에서 이들은 자신을 옭아매는 존재와 사건들을 처음으로 서로 앞에 꺼내 놓는다. 또 다른 한 커플은 같은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요선(백요선)과 은경(조은경)이다. 이들은 비밀 연애 중이며 회사에서, 혹은 서로의 공간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문제는 요선에게 고질적인 우울증이 있다는 점이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이 즐거운 은경은 요선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품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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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초의 기억> 스틸컷 / 사진제공. ㈜모쿠슈라


어쩌면 첫 번째 챕터 속 영화는 <최초의 기억>의 본격적인 이야기의 프릴루드(prelude), 즉 전제 혹은 부제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초의 기억’의 등장 배우들은 영화를 본 후 각자의 연기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따라서 앞에 보여진 영화는 그들이 앞으로 되거나 만들어 나갈 것의 기반에 불과하다. 이들은 함께 워크숍에서 연기를 배우고, 서로의 것들을 흡수하면서 연기와 삶의 방식을 배운다. 그것은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가, 혹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가의 답이 아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살아 볼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시도하는 것에 대한 발견에 가깝다.
두 번째 챕터인 ‘연기 워크숍’에서 7명의 배우들에게 주어진 과제, ‘모방 독백’은 바로 그러한 퀘스트에 도달하기 위한 탐험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파트너가 가지고 있는 ‘최초의 기억’을 유추해서 연기하는 이 ‘난제’는 배우에게 적지 않은 부담과 당혹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과제를 위해 서서히 서로를 관찰하고 위로하면서 이들은 삶과도, 연기와도 더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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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초의 기억> 스틸컷 / 사진제공. ㈜모쿠슈라


마침내 서로의 등에 기대어 파트너의 ‘최초의 기억’을 더듬는 시간이 당도했을 때, 참여 배우들은 몹시도 상기된 얼굴로 각자의 ‘연기’를 꺼내놓는다. 누군가는 담담한 얼굴로,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그러나 과연 이것을 연기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삶에 나를 중첩시키는 일. 혹은 나의 삶에 누군가의 기억을 흩뿌려 보는 일. 그렇다면 연기는 궁극적으로 ‘나’와 무언가가 맺어지는 관계의 결과가 아닐런지.
<최초의 기억>은 7명의 신인배우, 그리고 그들의 자취를 통해 ‘연기’라는 행위, 혹은 예술매체에 대한 다른 이해와 접근을 구하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이후로 이제껏 생각해 왔던 연기와 배우라는 직업의 정체성은 완전히 다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141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은 그렇기에 ‘워크숍’ 수업만큼이나 귀하고, 당위적이다. 결론적으로 <최초의 기억>은 공동연출자, 장건재, 안선경 감독이 집요하고 섬세하게 재현한 ‘연기 워크숍’임과 동시에 연기 예술의 예찬이다. 카메라가 바라보는 배우들의 얼굴에 애정이 넘쳐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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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초의 기억> 스틸컷 / 사진제공. ㈜모쿠슈라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영화 <최초의 기억> 공식 예고편] 기자 admin@seastorygame.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