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포해전 위치 ‘이견’
1592년 5월 거제서 왜군 추격 웅천땅 합포서 5척 격침 발생지 ‘임진장초’ 기록 근거 ‘진해’ 정설로 제시됐지만 마산만 일대 가능성 제기도
직접 걸어보니
진해만 품는 진해루 ‘핵심구간’ 대죽도 거북선 위용 한눈에 행암항·철길 등 이색풍경 ‘덤’ 안내판 없어 앱 지도에 의존 일부 계단·의자 파손돼 눈살
어떻게 조성되나
해군사관학교 노선 포함됐지만 보안 문제로 대체길 검토 중 도 “이견 구간도 콘텐츠 활용” 차도 보행 안전 대책 마련 절실
골드몽 창원은 합포해전과 안골포해전, 웅포해전 등 임진왜란 승전지 3곳을 품은 지역이다. 이 중 합포해전은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서 발생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다. 경상남도는 ‘이순신 승전길’을 조성하면서 합포해전 발생지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고 이견이 남아있는 진해·마산 2개 구간을 모두 노선에 포함했다. 먼저 진해 수
릴게임사이트추천 치마을에서 속천항까지 이어지는 합포해전 진해구간을 직접 걸었다.
창원 합포해전 진해구간의 출발점인 진해구 원포동 수치마을에서는 바닷길을 따라
바다이야기디시 걸을 수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 합포해전 진해구간의 출발점인 진해구 원포동 수치마을에서는 바닷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김승권 기자/
백경게임랜드 ◇‘마산이냐 진해냐’ 발생지 두고 논쟁= 합포해전은 1592년 5월 7일(음력) 이순신 장군이 이끈 수군이 영등포(거제시 장목면 구영리)에서 왜군을 추격해 ‘웅천땅 합포’에서 왜선 5척을 격침한 전투다. 이순신 장군이 쓴 ‘임진장초’에는 합포해전지가 ‘웅천땅 합포 앞바다(熊川地合浦前洋)’라 명시돼 있는데, 지난 2008년 ‘이순신연구회’
바다이야기룰 의 토론 끝에 오늘날 창원시 진해구 원포동 합계(학개) 일대가 정설로 자리 잡았다. 창원시도 지난 2014년 합계마을 일대에 합포해전지 관광안내판 및 둘레길을 마련하고 이후 2016년 진해바다 70리길 중 ‘합포승전길’도 만들었다.
반면 합포해전지가 진해가 아닌 마산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봉수 이순신전략연구소장은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가 발행한 문화역사지리 제33권 제2호에 실린 ‘합포해전지 위치 비정(比定)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임진장초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 실측 검증을 통해 합포해전지가 현재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 성산구 사이의 마산만 일대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순신 승전길 노선 설계를 맡은 한국관광개발연구원의 전미숙 실장은 “이순신승전길은 역사학자들의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특정 학설을 옹호하고 결론을 따른 길이 아니다”며 “승전지와 관련해 다소 이견이 있는 구간의 경우, 그 이견 역시 관광콘텐츠 혹은 관광 스토리로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해당 구간을 배제하지 않고 핵심 구간 내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창원 합포해전 진해구간의 출발점인 진해구 원포동 수치마을에서는 바닷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창원 합포해전 진해구간의 출발점인 진해구 원포동 수치마을에서는 바닷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합포해전 승전비부터 항만 배경 포토존까지= 진해구간 출발점은 진해구 원포동 수치마을이다. 아직 이순신 승전길 안내판이 설치되지 않아 기존 ‘진해바다 70리길’ 팻말과 포털사이트 지도에 의존해 수치해변을 따라 걸었다. 어선 30여 척이 정박한 작은 어항을 지나면 차도가 이어진다. 차량 통행이 많지는 않았지만, 갓길이 없어 보행자를 위한 안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차도를 따라 30분가량 걸으면 ‘임진왜란 합포해전 승전길’ 표지가 세워진 나무 데크 계단이 나온다. 데크로드에는 ‘충무공 이순신 연보’와 ‘합포해전 상황도’ 같은 안내물이 설치돼 있다. 안내물 넘어 펼치진 비경은 덤이다. 시민들이 계단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일부 계단은 기울거나 파손돼 정비가 시급해 보였다. 데크로드 끝에는 과거 해안을 경비하던 군인들이 생활하고 근무하던 ‘해안경비 막사와 초소’가 남아있다.
테크로드를 되돌아와 차도를 걷다 보면 도로변에 비석 하나가 눈에 띈다. ‘합포해전 승전 기념 비석’이다. 이 비석은 합포해전을 ‘임진왜란 시기 조선 수군의 두 번째 해전으로 1592년 5월 7일(음력) 저녁 무렵 현재의 경남 창원시 진해구 풍호동 행암 학개마을 앞바다에서 벌어진 해전’으로 설명하고 있다. 비석 옆에 쉼터로 마련된 나무 의자는 이가 빠진 듯 훼손돼 관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창원시 진해구 행암항 구간은 해안선 옆 기차 폐선로를 따라 걸을 수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진해구 행암항 구간은 해안선 옆 기차 폐선로를 따라 걸을 수 있다./김승권 기자/
행암동 경로당 인근에 다다르면 행암항과 녹슨 철길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다. 항구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도 곳곳에 자리해 발길을 붙잡는다. 행암마을로 접어드니 인도가 비교적 잘 조성돼 걷기가 한결 수월했다. 햇살이 수면 위로 쏟아지며 반짝이는 윤슬도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밀려온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도 길을 따라 이어진다.
먼발치서 흰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23년 창원시가 행암전망대를 리모델링한 문화예술 창작공간 ‘행암문예마루’다.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창작실과 입주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창작실로 구성됐다. 승전길을 걷다 잠시 쉬어가도 좋을 공간이다.
창원시 진해구 합계마을에서 행암항까지는 인도가 없어 보행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김승권/
창원시 진해구 합계마을에서 행암항까지는 인도가 없어 보행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김승권/
진해항 제1부두를 지나 장천동마을회관 방향으로 이동하면 이순신리더십국제센터 앞마당에 전시된 거북선 모형이 위용을 드러낸다.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배우고 싶다면 이순신리더십국제센터에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센터에는 이순신 리더십 전시 체험관이 배치돼 있으며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진해항 제2부두에 닿으면 항만 풍경이 시야를 채운다. 소죽도공원으로 이동해 나무 계단을 오르면 팔각정 전망대가 있다. 사방을 둘러싼 나무가 시야를 가려 바다 풍경을 볼 순 없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끽하기엔 충분하다.
창원시 진해구 진해루 일대에는 해안 산책로가 펼쳐져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진해구 진해루 일대에는 해안 산책로가 펼쳐져 있다./김승권 기자/
◇경남도가 꼽은 ‘핵심 구간’= 경남도가 핵심 구간으로 꼽는 ‘진해루’ 일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해만을 한눈에 담는 진해루는 해군 부대 해변공원 산책길에 세워진 망루다. 자전거를 타거나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민들로 붐빈다. 진해루 옆엔 거북선 모형의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진해만 너머로는 대죽도가 눈길을 끈다. 거북선의 머리와 꼬리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해 거북선이 진해 앞바다를 지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해루 건너편 대죽도에는 거북선의 머리와 꼬리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진해루 건너편 대죽도에는 거북선의 머리와 꼬리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창원시 진해구 진해루 일대에는 거북선 모형 어린이 놀이터와 카페가 들어선 해안 산책로가 펼쳐진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진해구 진해루 일대에는 거북선 모형 어린이 놀이터와 카페가 들어선 해안 산책로가 펼쳐진다./김승권 기자/
고(故) 한주호 준위 동상도 눈에 들어온다. 한 준위는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실종자 수색 작전에 참여하다 순직했다. 진해구는 매년 3월 26일 한 준위 동상 앞에서 참배행사를 열어 그의 헌신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
노선은 속천항까지 이어진다. 경남도는 당초 속천항을 지나 해군사관학교로 연결되는 동선을 구상했지만, 군사시설 보안 문제로 해군과의 협의가 성사되지 않아 대체 노선을 검토 중이다.
합포해전 진해구간은 진해루와 같은 명소와 수려한 바다 경관을 끼고 있는 여행길로, 일부 노후 데크를 정비하고 차도 구간 보행 안전 대책만 보완된다면 충분히 걷기에 좋은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해루 일원은 이순신 장군을 기념하는 제례를 원형으로 하는 진해군항제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올해도 3월 2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4월 5일까지 만개한 벚꽃이 전국 각지의 상춘객을 맞이한다. 벚꽃으로 물든 진해에서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는 건 어떨까.
글= 김태형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