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용 스마트브루어리 대표. 대기업 임원으로 은퇴 후 8년째 술을 빚고 있다. 사진=박종혁 기자
한때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을 진두지휘했던 대기업 임원이 은퇴 후 양조장을 차렸다. 이는 통상적인 ‘제2의 인생’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술빚기를 취향이나 개인활동의 차원을 넘어 쌀과 과일 같은 농산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하는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케이(K)-술도 ‘농업의 반도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로 8년째 충북 청주 스마트브루어리에서 술을 빚는 오세용 대표(72)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반도체산업에
황금성사이트 종사하다가 양조장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외국 손님들과 미팅할 때마다 늘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술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삼성전자에서 부사장으로 은퇴하면서 우리술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교육기관에서 술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SK하이닉스에서 제조부문 사장으로 3년간 근무하는 동안에도 직접 만든
오징어릴게임 막걸리를 항상 들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과 나눴다. 퇴임 이후엔 막연한 관심을 넘어 ‘이걸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져 지금의 양조장을 꾸리게 됐다.
- 어떤 술을 만들고 있나.
▶증류식 소주인 ‘마한’을 도수별(17·24·36·48도)로 내놨다. 감압식 증류를 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맛이 특징이다. 오크통에
릴게임꽁머니 숙성한 ‘마한오크46(46도)’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 원재료는 대부분 청주에서 나는 농산물을 쓴다. 청주 오창농협에서 연간 5∼6t의 쌀을 사오고 있으며 올해 생산확대에 맞춰 15t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색을 담은 차별화된 술을 만들기 위해 사과나 허브 등을 활용한 증류주인 진(Gin) 제품도 만들고 있다. 5월엔 인삼을
바다이야기 활용한 ‘마한오크홍삼’을 선보일 예정이며 복분자주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하반기엔 막걸리와 맑은술도 출시할 계획이다.
스마트브루어리가 도수별로 출시한 증류식 소주 ‘마한’. 사진=박종혁 기자
- ‘마한오크46’이
바다이야기디시 ‘2024 K-라이스페스타’에서 상을 받기도 했는데.
▶‘마한오크46’은 쌀로 만든 증류식 소주를 오크통에서 2년간 숙성한 ‘라이스 위스키(rice whisky)’다. 출시 초기엔 굳이 소주를 오크통에 숙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도 컸다. 우리나라 주류시장은 이른바 ‘초록병 소주(희석식 소주)’ 중심의 소비가 이어지며 증류식 소주의 소비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기존의 틀 안에서 경쟁하기보다 쌀로 만든 증류주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 이 점이 수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 현재 오크통 100개를 사용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200개 수준으로 확대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 많은 전문가가 술을 ‘농업의 반도체’로 비유한다.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표현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는 의약품이 가장 먼저 언급되지만 술은 의약품보다 비교적 생산이 쉽고 활용 범위도 넓어 산업적 확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까지 술을 단순한 기호품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술이 진정한 ‘농업의 반도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부가가치 창출을 넘어 경쟁력 있는 수출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나.
▶ 정부가 전통주산업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선 담당 공무원조차 관련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술을 빚는 일보다 오히려 담당자에게 인허가를 받는 과정이 더 어렵게 느껴질 정도였다. 예컨대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려면 농업경영체 등록이 필요한데 현장에선 가공업체인 양조장도 등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어려움이 개선돼야 전통주산업 지원도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 최근 K-열풍 속에서도 아직 K-술의 세계적 확산은 제한적이다.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K-술 열풍이 불기를 기대한다. 다만 현재와 같은 전략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해외에서 알려진 우리술은 저가 막걸리와 희석식 소주 정도다. 이런 이미지가 고착된 상황에선 이들보다 비싼 증류식 소주는 쉽게 자리 잡기 어렵다. 단순히 ‘K-술’이라는 이름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와의 결합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이 사케를 세계화하는 과정에서도 일식과의 정교한 페어링이 핵심 역할을 했다. K-술 역시 먼저 K-푸드가 확고히 자리 잡고 이후 술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컨설팅 회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K-술 산업에 조언한다면.
▶대형 양조장 육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농업과 결합한 산업을 규모화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현재 1000여개에 달하는 양조장은 대부분 영세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문제가 발생해도 각자도생하는 형태로 흘러간다. 지방에 있는 양조장에 해외 관광객이 선뜻 찾아올 수 있을 만큼 규모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또 증류주 세금은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종가세 체계에서 생산량 기준의 종량세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오세용 대표는 좋은 품질의 소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박종혁 기자
- 스마트브루어리의 목표는.
▶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품질의 소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농협 역할도 중요하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하나로마트는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만큼 전통주 유통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반도체산업에서 일하며 불가능해 보이던 과제를 해결해온 경험이 많다. 우리술 역시 그러한 과정을 통해 충분히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믿는다. 나아가 스마트브루어리의 술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로 성장해 세계 다양한 주류와 당당히 경쟁하는 것이 목표다.
오세용 대표는…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재료공학 석사,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에서 임원을 지냈으며 퇴임 후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위원과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2013년 SK하이닉스 제조부문 사장을 맡았고, 2015년 컨설팅 회사인 스마트팩토리시스템즈를 창업했다. 2019년 청주에 스마트브루어리를 설립해 우리술 산업에 뛰어들어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청주=박준하(전통주 소믈리에), 사진=박종혁 기자 jun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