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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랑라래 (25-08-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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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빼앗기고 억압당한 것도 모자라 동네 씨름판에서까지 멸시당하고 때려 맞자 보복에 나섰다. 단순히 당했단 이유가 아니었다. 응축된 분노가 때맞춰 터져 나온 항일 의거였다.
그러나 일제는 소요와 상해치사 사건으로 규정하고 조선인들만 잡아들여 징역형을 선고했다. 역설적으로 의거 주도자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미를 깎아내린 일제의 노림수로 평가된다. [관련 기사=씨름이 불러온 항일 의거 "우릴 못살게 하는 왜놈·추종자 끝까지 추격하라"]?
이 사건은 1927년 5월 1 애니론 6일 제주도 정의면(성산면) 고성리?씨름대회다. '소금막'이라 불리는 씨름장에서 벌어진 사건은 제주지역 항일 운동사(史)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과 양홍식 제주도의원(비례대표)이 '성산면 씨름대회 항일 운동의 상징적 의미 재조명와 과제' 토론회를 열어 관심이 싹튼 정도다.
새마을금고 대출 "여름 4월, 운동단에서 고은삼 등이 일본 어부가 침범하여 어지럽히는 것을 응징했다. 당시 일본 어부 수백 명이 연해에 출몰해 인가에서 약탈함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관에서는 심상히 여겨 이를 막지 않았다. 이에 해안 촌락이 이 때문에 삭막해지니 사람들이 앙심을 품은 지 오래됐다. 마침 운동회가 열렸는데 일본 어부 백여 명이 난입해 멋대로 행패를 우리은행 수익형모기지론 부리고 주민을 모멸하여 거리낌이 없었다. 이에 대중이 격노해 간부 고은삼 등이 몽둥이를 들고 몰아내다가 잘못해 2명이 죽었다." - 1952년 탐라기년 부록 中 -
일제의 억압과 멸시를 견뎌 온 성산면 청년들은 조선 고유 체육인 씨름 경기에서조차 만행을 저지르는 일본 어부들과 동조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몽둥이를 들었다. 그러나 이들의 의거는 대출금이자계산기 일제가 만든 '소요'와 '상해' 사건 프레임에 아직도 갇혀 있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인 박찬식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일본 어민들에 대한 습격은 계속된 침탈과 당일 씨름대회 중단 후 이어질 수 있는 일본인들의 폭거에 대한 정당한 방어적 저항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우연한 싸움이 아니라 예전부터 이어져 온 일본 어 파산면책제도 민들의 침략과 폭행에 대한 정당한 저항으로 성산면 청년들의 일으킨 의거를 '항일투쟁'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성산면 각 마을 청년회가 참여한 조직적 투쟁으로 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과거 왜구 또는 왜적이 제주의 3대 황금어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성산포 일대에서 불법 어업을 자행하고 자주 연안에 침입, 주민들을 괴롭혀 왔다는 역사적 배경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중외일보 1927. 11. 14. 광주지방법원에서 공판을 진행 중인 모습이 흑백사진으로 담겼다. ⓒ제주의소리
# 침탈 대상이 된 바다, 삶 '겁탈' 당한 제주 어민들?
박 관장에 따르면 1876년 개항 이후 조선 정부가 일본과 맺은 어로 협정에 따라 일본 어민들은 우리나라 어장을 쓸어갔다. 잠수기선을 몰고 와 바다 밑바닥을 훑어 수산자원을 모조리 긁어가는 등 제주의 피해는 심각했다.?
심지어 일본 어민들은 뭍으로 올라와 재물을 약탈하고 부녀자들을 겁탈하기도 했다. 1987년 모슬포에서는 닭과 돼지를 약탈한 뒤 주민을 죽였고, 1981년에는 조천, 함덕, 동복 등 마을에 난입해 여성들을 겁간하고 곡식과 가축을 약탈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1892년 2월에는 일본 어민 140여명이 어선 십수 척을 타고 성산포에 상륙, 어막을 짓고 살다가 쫓겨난 뒤 총과 칼로 무장한 채 돌아와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이 가운데 주민 오동표가 일본 어민이 발사한 총에 맞아 즉사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들어서는 일본인들이 성산포 근처에 몰려 살면서 1919년에는 일본인 초등학교인 성산포 공립심상소학교가 문을 열었다. 이들이 자행한 제주인에 대한 천대와 민족적 차별에 따른 분노는 성산 청년들 마음에 쌓여가고 있었다.?
'제주 정의 소요범'이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1927년 9월 6일자 보도에는 의거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성산 청년 다수가 한꺼번에 들고 일어난 의거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략) 성성산진청년회장 송세훈(40)은 연전(年前)에도 어부가 대거(大擧)하여 성산진 리민을 습격한 사실이 있고, 또 간혹 어부들이 작당하여 리민에게 작폐를 하는 일이 많았으므로 이번도 그런 폭거가 있을 것을 위구(危懼)하여 송세훈 고은삼 양인은 이 기회에 차라리 리민에게 기선(機先)을 주어 성산진에 있는 어부들을 습격하여 어쩔 수 없게 하는 것이 득책(得策)이라 하여 이에 리민 약 5백여명을 대거하여 성산진에 있는 어부들을 습격한 바 (하략)
항소심인 대구복심법원 판결문 중 일부. ⓒ제주의소리
# 판결 뒤집힌 고은삼과 송세훈, 일본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사실상 이 의거를 주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청년연합회장 고은삼과 청년회장 송세훈은 정작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각 징역 3년 실형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무죄로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일제 논리대로 소요 사태를 일으킨 핵심 인물인데 무죄가 된 것이다.?
특히 씨름대회를 주최하기도 한 고은삼은 정의현감을 지난 고계정의 손자로 온평리에서 태어나 온평 청년회를 조직, 민족계몽운동에 앞장선 인물이다. 이어 성산면 연합청년회를 구성, 회장을 맡아 활동했고 일제의 요시찰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는 씨름대회가 중단되고 청년들이 부상한 데 분개, 송세훈과 의논해 성산 청년들에게 보복을 지시했다. 그런데 일제는 우두머리 격인 고은삼과 송세훈에 대한 원심 판결을 뒤엎었다.?
당시 판결문에는 "고은삼, 송세훈은 이에 가담하고 이들이 우두머리가 되어 주장 책동하였다고 한 공소사실은 그 증명할 것이 없으므로 무죄를 언도한다"라고 나온다. 항소심 판결은?일본인 부장판사(長谷部光雄)와 평판사(村田左文), 조선인 판사 장기상(張基相)이 맡았다.
일본인 판사는 둘째치고 장기상 판사는 대구복심법원 판사 재직 당시 독립운동 관련 재판을 많이 맡았고 퇴직 이후에는 조선총독부로부터 국방보안법 및 치안유지법 지정변호사로도 임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행적에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도 수록됐다.
박 관장은 "일제 의도에 따라 짜인 심문조서를 대본으로 진행된 재판의 문맥과 행간 속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한다"며 "일본 검찰과 법원이 단순폭행 사건으로 규정한 이유와 고은삼과 송세훈의 무죄 선고를 통한 항일 의미를 은폐한 것 아닌지 등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판결문과 신문기사를 비롯한 1차 사료는 충분하니 사건의 항일투쟁 성격을 명확히 할 수 있는 학술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또 개별 인물과 단체의 항일행적을 추적하고 씨름대회 전후 맥락 속 사건의 항일성을 정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씨름대회 관련자에 대한 지속적인 독립유공자 선정 노력과 함께 성산읍 주민들을 중심으로 기념행사를 열거나 민간 차원 기념사업법인을 조직하는 것도 필요하겠다"며 "제주도정과 의회는 관련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행·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지방법원 판결문 중 일부. ⓒ제주의소리
조선일보 1927. 11. 14. 중외일보와 마찬가지로 사진을 붙이고 공판 내용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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