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데스노트’. 오디컴퍼니 제공


“법은 사회가 합의한 절차이고, 정의는 인간이 스스로에게 묻는 가치다.”
지난달 14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네번째 시즌 막을 올린 뮤지컬 ‘데스노트’(내년 5월10일까지)는 이 단순한 명제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이름을 적으면 죽음이 실현되는 초자연적 공책 ‘데스노트’를 손에 쥔 천재 고등학생 라이토(조형균·김민석·임규형)는 ‘신의 심판’을 자처하며 범죄자를 처단하기 시작한다. 그를 추적하는 천재 탐정 엘(김성규·산들·탕준상)은 절차와 증거를 중시하는 냉철한 이성으로 맞선다. 메이저릴게임사이트 두 사람의 대결은 법과 정의, 질서와 신념의 경계를 흔드는 철학적 게임으로 번져간다. 2004년부터 큰 인기를 끈 동명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일본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무대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작품 자체의 매력 덕분이다. 우선 빠른 무대 전환이 눈을 사로잡는다. 천장에 닿을 듯 치솟은 대형 스크린과 엘이디(LED)가 시공간을 순식간 바다이야기고래 에 전환시키며, 장면은 영화 편집처럼 휙휙 넘어간다. 범죄 추적의 머리싸움은 일부 덜어냈지만, 긴장과 속도, 그리고 두 주인공의 신념 충돌이 무대에서 고스란히 재연된다.



뮤지컬 ‘데스노트’. 오디컴퍼니 제공


음악도 바다이야기사이트 갈등의 서사를 고조시킨다. 각 인물은 독백을 노래로 바꿔 자신의 논리를 관객에게 또렷이 전달한다. 절차를 중시하는 엘의 고독은 규칙의 박자와 호흡으로, 응징의 쾌감을 합리화하는 라이토의 확신은 클라이맥스의 고조로 구현된다. 두 사람의 성토가 맞부딪칠 때 앙상블은 일종의 논쟁극처럼 들린다. 관객은 마치 토론장의 방청객이 된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릴게임온라인 미사(최서연·케이)와 렘(이영미·장은아)의 서사는 대결의 한가운데서 또 다른 윤리의 축을 만든다. 미사는 라이토를 향한 맹목적 사랑으로, 렘은 그런 미사를 지키려는 비이성의 헌신으로 움직인다. 이 비극의 선이 교차하는 순간, 작품은 이성의 언어에서 감정의 언어로 이동한다. 사랑 역시 신의 영역을 침범할 때 얼마나 위험해지는가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바다이야기고래 김동연 연출은 스릴러의 박자를 영리하게 유지한다. 세트의 물리적 이동을 최소화하고, 영상·조명으로 동선과 시점을 재배치하면서 클라이맥스를 끊임없이 앞으로 당긴다. 그만큼 인물 내부의 미세한 변화나 추리의 토막들은 스쳐 지나간다. 머리로 푸는 추리보다, 심장으로 맞부딪치는 가치의 충돌이 더 크게 들린다.



뮤지컬 ‘데스노트’. 오디컴퍼니 제공


작품은 허무와 무의미의 감각을 남긴 채 가파르게 퇴장한다. 논쟁의 잔향을 한박자만 더 늘렸다면 관객의 몰입도가 훨씬 깊어졌을 듯하다. 결말은 사유의 문을 열어두지만, 정서의 매듭은 다소 헐겁다.
그럼에도 작품이 건네는 질문은 유효하다. 법과 정의는 같은 것인가? 정의는 무엇인가? 죽음의 신 류크(양승리·임정모)가 던지는 사과 하나가 상징처럼 남는다. 인간이 신의 권한을 흉내 낸 세계의 결말은 허무로 귀결된다. 그 허무의 자리가 건네는 말은 결국 ‘정의란 무엇인가’다. 만화 원작의 판타지 뮤지컬이지만, 현대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꽤 곱씹을 만하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