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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2020년 21대 총선과 2024년 22대 총선, 지난 6월 대선 결과를 두고 제기된 선거무효·당선무효 소송 167건의 판결문과 소송 정보를 전수조사해 보니, 21대 총선 직후 제기된 소송 1건이 보름여 만에 100건 넘는 동일 소송으로 복제·증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확산 이유와 배경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12·3 내란 세력이 행동의 명분으로 공유했던 부온라인 릴게임 정보
정선거 음모론은 22일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에서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당대표 유력 후보 2명(김문수·장동혁), 최고위원 후보 4명(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이 전한길씨 등 부정선거 음모론을 추종하는 극우 유튜버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부정선거 음모론, 21대 총선 뒤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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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이 본격적으로 ‘창궐’한 계기는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참패하면서다. 선거무효·당선무효 소송이 무더기로 진행됐는데, 소송 청구 이유와 취지를 ‘복사해서 붙여넣은’ 소송들이었다. 소장 하나를 작성한 뒤 지역구와 원고만 바꿔 소송을 내는 방식으로, 동일한 변호인들이 하루 30건의 선거무효 소송을 내는 등 말 그대로 소장을 찍어냈다. 그x1
결과 전국 253개 지역구의 40%가 넘는 100여개 지역구가 부정선거 소송판이 됐다. 이는 전국에서 동시다발 부정선거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만들었다.
이런 소송 방식은 22대 총선 직후에도 반복되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수십건의 소송으로 이어졌다. ‘총선 부정’을 주장했던 변호사들은 지난 6월 대선 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개미들
인정할 수 없다며 부정선거 기획 소송을 또 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소송 대응을 위해 선임한 최길림 변호사(법무법인 시완)는 지난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합리적 의심 수준을 넘은 음모론이 난무하며 국가 행정력을 낭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21·22대 총선 부정선거 주장 소송을 전담한 최 변호사는 “선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보험상담
관리 실수, 선거 실무와 판례로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해결된 부분까지 어떤 의도를 가진 음모론으로 본다. 일반 상식에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문수(오른쪽) 후보와 장동혁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강용석·박주현·도태우…소송의 기획자들
2020년 미래통합당이 참패한 21대 총선 결과를 두고 제기된 선거무효 소송은 126건(당선무효 2건, 선거·당선무효 2건 포함)이다. 이 가운데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반을 둔 소송이 122건, 음모론과 무관한 소송이 4건이었다.
복사해서 붙여넣은 ‘복붙 소송’은 21대 총선 2주 뒤인 2020년 4월29일 경남 양산을, 부산 사하갑·남구을에서 낙선자 3명이 각각 선거무효 소송을 내며 시작됐다. 이를 시작으로 선거무효 소송 제기 기한(30일)인 5월15일까지 소송 찍어내기가 이어졌다.
5월1일 4건→5월4일 13건→5월6일 4건→5월7일 7건→5월8일 30건→5월9일 7건→5월11일 11건→5월12일 2건→5월13일 13건→5월14일 9건→5월15일 9건 등 불과 17일 사이에 동일한 내용의 소송 112건이 103개 지역구에 쏟아졌다. 강용석·박주현·도태우·현성삼·윤용진·이명규·유승수·김병철·김학민·이지언 변호사 등이 사실상 기획한 소송이었다. 윤석열 탄핵심판 변호를 맡았던 석동현 변호사도 여러 소송에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길림 변호사는 “컨트롤 시(Ctrl+C), 컨트롤 브이(Ctrl+V)였다. 대부분 소송이 지역구만 다를 뿐 청구 취지가 동일했다”고 말했다.
‘복붙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이는 모두 5345명이다. 이름이 확인된 최소 18명의 낙선자가 직접 소송을 냈다. 윤석열 탄핵심판 변호인이었던 윤갑근 변호사는 충북 청주상당에서 낙선한 뒤 소송을 냈다. 음모론에 동조하는 이가 따로 낸 소송을 더하면 전국 109개 지역구가 부정선거 소송판이 됐다. 비례대표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 8건도 제기됐는데, 이 가운데 2건은 전국 253개 지역구 선거까지 싸잡아 무효라고 했다. 나머지 2건은 ‘어둠의 유권자(부정 투표자) 250만명’ ‘부정선거 관련자 사형’을 주장했다.
지역구·원고만 다를뿐 4가지 주장 ‘복붙’
‘만들어진 소송’은 지역구와 원고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 4가지 주장을 반복한다. ①사전투표용지에 큐알(QR)코드 사용(선거 무효) ②사전투표 통계 수치 조작 ③투표지 분류기 집계 조작 ④기타(투표수가 투표지보다 과다, 붙어있는 투표지, 여백·색상이 다른 투표지, 접히지 않은 투표지, 사전투표함 봉인 비정상, 개표 참관 방해, 사전투표지 빵상자 보관, 투표지 중복 발급, 선거관계서류 고물상 발견 등) 사유다.
대법원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8개 지역구에서 재검표를 진행했다. △인천 연수을(낙선자 민경욱) △경남 양산을(나동연) △서울 영등포을(박용찬) △경기 오산(최윤희) △경기 파주을(박용호) △경기 남양주을(김용식) △인천 서을(박종진) △부산 사하갑(김척수)이다. 모두 낙선자가 직접 소송을 낸 지역구다. 최길 변호사는 “대법원 3개 소부에서 모두 재판을 진행했는데, 후보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했거나 표 차이가 적었던 지역구 사건을 대법원이 관심을 가지고 봤다. 특히 인천 연수을 사건이 대법원 심리의 ‘리딩 케이스’(선례가 되는 판결례)가 됐다”고 했다.
선거소송은 대법원이 1심을 맡는 단심제다. ‘성명불상의 누군가가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제기된 부정선거 소송은 ‘리딩 케이스’ 인천 연수을, ‘숙주’ 경남 양산을 선고(각각 2022년 7월28일)를 시작으로 2023년 8월31일에야 모두 끝이 났다. 대법관들은 진보·보수 성향과 무관하게 “아무 증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기각 선고(일부 소취하·각하·소장각하)했다.
대법원서 속속 패소 뒤 소송 급감
중앙선관위는 “더는 소모적 의혹 제기가 없어지길 기대한다”고 했지만 공염불이었다. 2020년에 이어 2024년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기록적 참패를 당하자, 기다렸다는 듯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소송 36건(재심 청구 1건 포함)이 제기됐다. 총선 9일 만에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다’ 등의 이유로 비례대표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후보로 6·3 대선에 출마했던 구주와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했다. 소송 제기 기한이 임박한 5월9일에는 하루 23건의 소송이 쏟아졌다. ‘사전투표와 본투표 득표율에 차이가 있다’ ‘투표수·투표율·선거인수가 조작됐다’ 등 이미 대법원에서 기각된 주장을 지역구·원고만 바꿔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이 부정선거를 은폐했다고 주장하는 책 ‘스톱 더 스틸’을 쓴 박주현·윤용진 변호사 등이 소송 대리인이다.
부정선거 소송은 대법원에서 패소가 속속 확정된 결과, 22대 총선 뒤 소송 건수는 21대에 견줘 30%(122→36건), 원고 규모는 15%(5345→819명)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22대에 소송이 제기된 28개 지역구 가운데 24곳은 21대에 이어 다시 소송이 제기됐다.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음모론이 악성화한 것이다. 22대 총선 부정선거 소송은 현재 6건이 소취하·각하됐고 30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전직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씨 등과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움츠러든 음모론, 다시 살려낸 윤석열
움츠러든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시 창궐하게 한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가정보원까지 동원해 부정선거를 ‘입증’하려 했고, 이마저 실패하자 군을 동원해 고문 등으로 부정선거를 ‘자백’하게 하려 했다. 12·3 비상계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선거로 선출된 최고권력이 부정선거를 신봉하고, 이를 이유로 계엄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음모론에 불을 질렀다. 국민의힘 의원 45명도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음모론 세력과 결합했다. 전광훈 목사 세력과의 ‘정치공동체화’를 경계했던 당의 방화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는 ‘대선 불복’이었다. 근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은 덩치를 키웠다. 이재명 대통령이 압도적 표 차이로 승리한 6·3 대선 결과를 두고 3건의 선거무효, 2건의 당선무효 소송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4건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반을 뒀다. 특히 ‘스톱 더 스틸’을 쓴 도태우·박주현·윤용진 변호사는 중국의 선거 개입 등을 주장하는 부정선거 기획 소송 1건을 위해 원고 1만1040명을 모집했다.
부정선거 소송 전수조사 방법
사법정보공개포털에 21대 총선 무효를 주장한 부정선거 소송 판결문을 신청해, 소 취하 등을 제외한 111건의 판결문 사본(비실명화)을 받아 분석했다. 대법원 사건검색 시스템을 이용해 원고 규모와 변호인, 소송 제기 날짜를 확인했다. 22대 총선과 6·3 대선 관련 소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소송 현황 및 대법원 사건검색 시스템을 이용해 정보를 확인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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