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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25-09-0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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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막을 수는 없어도 늦출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치매의 가장 큰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서 처방되기 시작한 것이다. 완치는 아니지만 기억력과 사고력 감퇴를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은 환자와 가족에게 큰 희망이 된다. 1906년 알츠하이머병을 최초로 보고한 이후 100여 년 만에 가능해진 일이다.?
첫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등장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신속 승인(약 개발이 시급해 우선 승인)한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2건의 3상 임상시험 중 하나에서만 효과가 확인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공동 개발사인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 한국장학재단 이자감면 오젠은 지난해 상업적 판매를 중단하며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등장한 치료제가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이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레카네맙은 2023년 FDA 정식 승인을 받으며 첫 '효과 입증' 치료제로 자리매김했다. 그 배경에는 뚜렷한 임상시험 성과가 있 취업후학자금대출신청 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일본, 중국, 미국, 유럽의 235개 의료기관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50~90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레카네맙 투여군(898명)은 위약군(897명)에 비해 병의 진행 속도가 평균 27% 늦춰지는 결과를 나타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심각한 치매 증상은 없지만 뇌 검사에 오늘이나내일 서 아밀로이드-베타가 확인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였다. 아밀로이드-베타는 뇌에 비정상적으로 쌓여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이다. 이들은 18개월 동안 2주 간격으로 레카네맙 정맥 주사를 맞았다. 그 결과 투여군 환자의 68%에서 아밀로이드-베타가 제거됐고, 알츠하이머병 진행 속도도 억제됐다.?
그렇다고 레카네맙이 아밀로이드-베타 자체를 직접 취업준비자금대출 없애는 것은 아니다. 이 약은 인간의 면역체계가 아밀로이드-베타를 스스로 청소하도록 유도한다. 항체는 특정 분자에만 맞는 열쇠처럼 작용하는데,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베타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다. 이 항체가 단백질에 붙으면, 뇌 속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이를 인식해 항체와 아밀로이드-베타를 함께 포식해 제거한다.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항체가 만들어 개인일수대출 져 병원균을 제거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기초과학연구원 관계자가 2020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과산화수소에 의한 산화스트레스가 치매 발병 원인임을 밝히며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밀로이드-베타+초기 치매'가 대상
이 임상시험 결과는 2022년 세계적인 의학지(NEJM)에 보고됐다. 리처드 오클리 알츠하이머협회 연구부국장은 "레카네맙이 치매를 완전히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잃어버린 기억이나 인지 기능을 되돌린다는 증거도 없다. 그러나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의미 있게 늦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종말의 시작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레카네맙은 투여 기간이 길수록 효과가 커지는 경향도 보였다. 12개월보다 18개월간 사용했을 때 인지 기능 저하 억제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 36개월간 약물을 투여한 추적 연구에서도 인지 기능 저하가 꾸준히 억제됐다. 현재는 최대 5년까지 장기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미국에 이어 일본, 중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레카네맙이 승인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아 12월부터 일부 병원에서 처방이 시작됐다. 레카네맙의 투여 대상은 경도 인지장애나 초기 치매 환자다. 이미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로 진행된 치매 환자에게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투여 전에 반드시 PET-CT(양전자 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통해 아밀로이드-베타 축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약은 아밀로이드-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이므로, 해당 단백질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효과가 없다. 미국 FDA 역시 투여 대상을 '아밀로이드-베타 수치가 높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치료 대상자는 18개월 동안 2주 간격으로 정맥 주사를 통해 레카네맙을 투여받는다. 1회 주사에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공식 약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1회 투여 비용은 100만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레카네맙은 아무 병원에서나 투여할 수 있는 약이 아니다. 영상 이상 부작용을 판별할 수 있는 영상의학과·신경과 협진 체계, 2주마다 정맥 주사가 가능한 시설, 약물 이상 반응을 모니터링할 전문인력이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기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는 주로 대학병원과 지역 거점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레카네맙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대한치매학회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투여가 시작된 지 약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약 700건의 레카네맙 치료가 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4분의 1가량 늦추는 약이다. 다시 말해 18개월간 치료했을 때 실제로는 4~5개월 정도 진행이 지연되는 수준이어서, 환자가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경우에는 억제 효과가 뚜렷해 체감될 수 있다. 실제로 진행이 빠른 초로기 치매(원인 질환에 상관없이 65세 이전에 발생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경과가 비교적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병원을 방문하는 시기가 비슷해 서로 마주칠 때가 많다. 이 과정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서로를 지켜보며, 치료로 인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자이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한국에자이 제공
치매 유전자·항응고제 복용 환자, 부작용 위험
이 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뇌 영상 이상'(ARIA)이다. 임상시험 결과, 투여군의 약 21%에서 ARIA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대부분은 무증상으로, 뇌 영상에서 뇌부종이나 미세 출혈이 관찰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소실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환자에게서는 두통, 어지럼증, 시각장애, 혼동, 경련 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런 부작용은 특히 치매 위험 유전자(ApoE ε4)를 가진 환자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서 잘 발생한다. 따라서 치료 전에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위험군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환자에게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투여를 중단하거나 필요하면 치료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유럽연합이 이 치료제를 '조건부 승인'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치매 위험 유전자가 없거나 하나만 보유한 환자에 한해 레카네맙 사용을 허용한 것이다. 호주는 안전성 문제 등을 이유로 아예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김기웅 교수는 "국내에서 치매 위험 유전자가 있거나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라고 해서 레카네맙 투여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고위험군에서는 부작용 발생 확률이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의사가 이를 충분히 설명하면 환자 대다수는 스스로 치료받지 않겠다고 결정한다. 의료진 또한 부작용 위험에 비해 기대되는 효과가 압도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에서,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적극적으로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일라이 릴리의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 ⓒ일라이 릴리 제공
레카네맙에 이어 도나네맙도 승인받아
레카네맙에 이어 지난해에는 또 다른 신약 도나네맙(제품명 키순라)이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개발사인 미국 일라이 릴리는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에게 도나네맙을 투여했을 때, 투약 후 6개월 시점부터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의 양이 의미 있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임상시험은 8개국에서 60~85세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36명을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진행됐다. 그 결과, 투여군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위약군보다 약 35% 억제됐다. 레카네맙과 마찬가지로 아밀로이드-베타 제거 효과가 확인됐는데, 투여군의 약 절반은 12개월 만에, 18개월 차에는 72%에서 아밀로이드-베타가 사라졌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또 다른 원인 물질인 타우 단백질 수치가 낮거나 중간인 환자군(1182명)에서는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 가운데 47%는 1년이 지나도록 병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미국 FDA 승인 직후 일본, 중국, 영국 등은 도나네맙 사용을 허가했다. 호주는 2025년 5월 공식 승인했으며, 유럽연합은 같은 해 7월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현재 제조사인 일라이 릴리는 한국을 포함한 6개국에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각국은 자국 환자 데이터를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허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식약처가 승인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도나네맙은 레카네맙과 마찬가지로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속도를 늦춘다. 다만 아밀로이드-베타가 쌓인 정도나 신경세포 형태에 따라 투약 시기와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약은 18개월 동안 4주 간격으로 정맥 주사를 통해 투여된다. 또 치매 위험 유전자 보유자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 부작용 발생 위험이 더 크다는 점도 레카네맙과 동일하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은 질병 경과를 바꾸는 '질병 진행 억제제'다. 쉽게 말해, 4년 만에 악화할 과정을 5년으로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치매 치료가 증상 완화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이 자체만으로도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경구용 치료제, 투여 횟수를 줄인 제형, 부작용 고위험군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제, 정신병적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한 치료제 등이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 한층 더 진보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등장이 기대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은 다양한 요인이 얽혀 발병하는 복합 질환이기 때문에, 단일 치료제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암처럼 한 가지 원인으로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단백질, 신경 염증 등 여러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일 약제로는 한계가 있다. 최근 치료제 개발은 서로 다른 표적을 동시에 겨냥하는 '칵테일 치료 요법'과 환자의 면역체계나 특성을 고려한 '맞춤 치료 요법'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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