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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에 놓여있는 인질들의 사진. 593일째 실종 상태가 이어지면서 한 인질의 사진 아래 적힌 나이는 19세에서 20세, 21세로 수정됐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이타이 첸의 사진에는 실종 당시 나이인 19세가 그대로 적혀있다. 김희진 기자


위이이잉. 23일(현지시간) 오전 4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고요한 밤을 가르는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시내 한 호텔에선 잠옷 차림 투숙객들이 하나둘 비상계단으로 모였다. 큰 건물에선 계단도 방공호 역할을 한다. 멍하니 눈을 비비거나 휴대전화로 기사를 찾아보던 이들은 10분 정도 지나 방으로 돌아갔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예멘 반군 후티가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으로 발사한 탄도GPS관련주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텔아비브에 도착한 후 세 번째로 울린 사이렌이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이 1년 반 넘게 이어지는 동안 이스라엘은 날마다 울리는 공습경보가 익숙해졌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전사한 장병을 추모하는 스티커들이 곳곳을 뒤덮은 도시에서 아침엔 해변을 따라 달리기를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하고, 밤이면 번화가에 모이는 등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최근 가자지구 공세가 한층 심화하면서 이스라엘 내에서도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들 생사조차 모른 채 보낸 593일…“살아있다고 믿어”




캔들전투
22일(현지시간) 텔아비브 인질실종자 가족포럼 사무실에서 미국계 이스라엘인 루비 첸이 실종된 아들 이타이 첸의 사진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이타이 첸은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가자지구 접경지에서 군 복무 중 실종됐다. 김희진 기자


하마스에 아들이 납치된 바다이야기예시종료
미국계 이스라엘인 루비 첸은 지난 22일 텔아비브 인질 실종자 가족포럼 사무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더는 동정은 바라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행동”이라며 이스라엘 정부와 국제사회에 인질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첸의 아들 이타이는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가자지구 접경지에서 군 복무 중 실종돼 600일 케이씨피드 주식
가까이 돌아오지 못했다. 첸은 아들이 미국프로농구(NBA)를 좋아했다고 회상하면서 실종 당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살아있는지 알 수 없는 고통 속에 놓여있다고 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첸은 지난 600여일간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을 만나고,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하는 등 아들이 풀려나는 데 보탬이 될 만한 모든 활동에 매달렸다. 첸 부부는 “명확한 물증이 없는 한 이타이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믿는다”며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이타이가 사망했다고 추정한다.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인질광장에 인질들이 돌아오지 못한 시간을 세는 전광판이 설치돼있다. 김희진 기자


첸은 “우리는 마지막 인질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 600일 가까이 갇혀있다”라며 “하마스가 기습 당일 우리에게 안긴 고통만큼 극악한 심리전을 이스라엘 정부가 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마저도 하마스 절멸을 1순위로 두고, 인질 귀환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첸은 “이는 대다수 이스라엘인의 바람과 배치된다”라며 “인질 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아닌, 인도주의적 이슈인 만큼 국제사회의 도움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줄어드는 생존 인질…정부 여론전에도 반전·협상 목소리 커져

이스라엘 당국은 현재 가자지구에 약 58명이 인질로 잡혀 있으며, 이 중 약 21명이 생존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날 텔아비브 미술관 앞 인질 광장에는 풀려나지 못한 인질 58명의 사진과 함께 이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과 깃발이 매달려 있었다. 큰 전광판엔 인질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시간이 ‘593(일):09(시):28(분):47(초)’를 지나고 있었다. 그사이 한 인질의 사진에 적힌 나이는 처음 19세에서 20세, 21세로 두 번 고쳐졌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좌)와 예루살렘(우) 곳곳에 붙어있는 전사자 추모 스티커. 김희진 기자


전쟁 발발 이후 찬반이 팽팽했던 여론도 최근 들어 달라지는 분위기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스라엘 국민의 61%는 전쟁을 끝내고 인질을 송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25%만 전쟁 확대 및 가자지구 점령을 지지했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스탠딩투게더’ 창립자 알론 리그린은 BBC에 “이스라엘 시민들 사이 각성이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스텐딩투게더의 주도로 500여명의 시민들은 지난 18일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 지역에서 “가자지구의 공포를 멈추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가자지구 국경까지 행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기자단이 찾은 스데로트의 한 전망대에선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가자지구에서 크고 작은 포성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앳된 외모의 이스라엘 예비군은 당시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것을 우리도 원하지 않는다. 이는 불행하게도 전쟁의 비극적 일부”라며 30여 분간 공세 확대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뒤에선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가자지구에 피어오른 검은 연기가 바람에 번졌다. 망원경으로 들여다본 철책 너머 가자지구에는 무너지다 못해 녹아내린 것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뒤엉켜 있었다.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 가바트 코비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자지구 모습. 대부분 건물이 폐허가 돼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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