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만화책을 보며 요리하는 출연자로 소개된 ‘만찢남’ 조광효(37) 셰프는 민소매를 입지 않는다. 어깨 문신에 대형 오타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면왕(麵王)’을 새기려 했다. 면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뿔싸, 타투이스트 친구가 한자 검색을 잘못해 ‘얼굴 면(面)’을 새겼다. 예기치 못하게 국수의 왕이 아닌 얼굴의 왕이 돼버린 것. “젊을 땐 그냥 뒀는데, 이제 아들이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문신을 지우고 있어요. 얼마해동선 나 아픈지 몰라요. 하하하.” 에세이 ‘만찢남의 인생 정식’(책깃)과 요리책 ‘만찢남의 오타쿠 레시피’(세미콜론)를 동시에 낸 조광효를 그의 식당인 ‘조광201′에서 최근 만났다.
에세이 '만찢남의 인생 정식'에 들어간 만화/책깃
바다이야기릴게임 “중학교 때부터 일을 쉰 적이 없어요. KFC에서 닭도 한참 튀겼고 전단도 열심히 돌렸죠.” 어머니가 혼자 조광효와 누나를 키웠다. 기초생활수급자일 때도 있었다. 그 경험이 어떤 도움이 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단어는 ‘눈치’였다. 주변 사람의 기분을 신경 쓰게 됐다는 것. 셰프로서는 장점이기도 하다. 손님들의 반응을 예민하게 감각할 수 있게 실시간양음차트주식방송 됐다. “식사하시는 표정과 속도만 봐도 평점을 4.5점 주시겠다 5점 주시겠다 바로 느낌이 옵니다.” 어린 시절 그의 장기는 라면이었다. 어머니가 일하러 간 사이 누나와, 친구와 자주 먹은 음식. 요리사가 될 떡잎이 있었는지 레시피가 달랐다. 면과 국물을 따로 끓였다. 면에 식초를 살짝 넣고 공기와 마찰시키며 탄력을 높였다. 스마트폰도 없주식투자교육 던 시절 TV나 어깨너머로 들은 요리 비법들이다. 친구들은 “왜 그렇게까지 라면을 끓이냐”며 놀랐다.
서울 송파구 '조광201'에서 만난 '만찢남' 요리사 조광효/김지호 기자
그는 평생 만화에 빠져 살았다. 평화시장바다이야기게임다운 헌책방 귀퉁이에서 ‘소년탐정 김전일’ ‘드래곤볼’ 같은 만화를 읽으며 컸다. 만화방에서 책을 빌리는 500원이 세상에서 가장 기쁜 돈. 집안 사정상 만화가라는 꿈은 접었지만 미대를 졸업했다. 자전거 회사 디자이너로도 일했다. 2015년 장지동에 만화방을 열었는데 책 살 돈이 부족해 음식을 팔았다. 만화 ‘요리왕 비룡’에서 영감을 받은 ‘비룡 떡볶이’가 히트를 치며 맛집으로 소문나 버렸다. 볶음밥을 접시 한가운데에 두고 주변에 떡볶이를 두르는 요리인데 만화보다 떡볶이 먹으러 오는 손님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 덕에 가게는 북적댔고 책장도 꽉 찼다.
서울 송파구 '조광201'에서 만난 '만찢남' 요리사 조광효/김지호 기자
“요리하는 즐거움을 깨달았죠. 내 식당을 차려야겠다 결심했어요.” 혼자 요리를 익혔다. 자신의 요리 실험실에서 밤낮없이 연구하고 중국 현지를 돌아다니며 배워 오기도 했다. 쓰촨 요리 식당 등을 거쳐 2020년 중식당 ‘조광201′에서 요리 실력을 꽃피웠다. 각종 방송에도 나오며 이제 유명 요리사가 됐다. 가장 존경하는 요리사도 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생쥐 셰프 ‘레미’다. 재산, 학력, 종(種) 모든 것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요리를 사랑하고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 “레미는 결국 생쥐와 인간이 공존하는 레스토랑을 차려냈잖아요. 요즘도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봐요.” 에세이에는 그가 삶과 요리를 바라보는 태도가 담겼다. 요리책엔 ‘귀멸의 칼날’ ‘북두의 권’ 등 유명 만화에 나오는 요리의 레시피를 담았다. 자신이 만화책에서 어떤 과정으로 영감을 얻고 요리를 탄생시키는지 설명하는 책이기도 하다. “제 꿈은 미쉐린 빕구르망이에요. 짜장면집을 열어 도전하려고요. 요리 판타지 만화도 구상 중이에요. 책을 너무 찢어 벌 받는 내용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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