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자타 공인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입니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등 베스트셀러를 통해 잘 알려진 작가죠. 아사히신문은 지난 1000년간 일본 최고의 문인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꼽았습니다. 타임지 역시 2015년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 Icon 부문에 그를 선정 했습니다.
이때문일까요. 그는 발간한 거의 모든 작품이 서구권으로 번역된 몇 안되는 동양권 작가이기도 합니다. 문학 작품은 언어는 물론이고 정서 때문에라도 다른 문화권에서 인정받는 게 어렵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위대한 작가로 부르고, 그의 작품을 즐기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저마다 다양한
청약통장 이자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고요하고 평범한 그의 문체를 꼽습니다. 분명 평이한 문장이지만, 그 속에서 감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메시지를 발견한다는 겁니다. 곰곰히 생각해볼수록, 씹고 뜯고 맛보는 재미가 있다는 뜻인데요.
오늘 소개하는 지역의 와인들 역시 얼핏 보기엔 뻔한듯 짐작이 가지만 알면 알수록, 또 들여다보면 들여다 볼수록 그윽
비씨카드모집인 한 향과 깊은 맛을 자랑합니다. 바로 프랑스의 부르고뉴(Bourgogne) 지역의 와인입니다. 자세히 볼수록, 가까이 다가갈수록 다시 보게되는 부르고뉴 와인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이번주 와인프릭은 최근 열린 ‘Take a Closer Look’ 부르고뉴 와인 아뜰리에 세미나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중
카드한도조회 요한 건 언제나 그 안에 있어.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 <1Q84> 중에서
부르고뉴 포도밭 중 가장 유명한 그랑크뤼, 로마네 꽁띠의 전경.
너무 잘 알려진 부르고뉴
수원회생신청 와인
부르고뉴 와인은 와인 매니아들의 선택에서 빠지지 않는 와인입니다. 그중에서도 국제 품종으로 명성이 자자한 피노누아와 샤도네는 마치 부르고뉴 스타일이 전세계 와인의 정석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한 분야의 정석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영광이지만, 공교롭게도 부르고뉴 와인의 당면한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정석’으로 인식된다
통신연체신용카드 는 점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부르고뉴 와인이 너무 잘 알려져 있다보니 그 특유의 뉘앙스를 대부분 사람들이 티피컬(typical·전형적인, 일반적인)하다고 느낀다는 뜻입니다. 흡사 장미꽃과 같은 섬세한 향과 레드베리의 상큼하고 쥬시한 내음, 비 온 뒤 낙엽숲길의 느낌까지. 모두 고급 부르고뉴 와인을 즐기는 애호가들이라면 떠올릴법한 이미지 입니다. 그리고 왠만한 부르고뉴 루즈(Rogue·레드 와인)는 이런 이미지를 충족시켜줍니다.
마시지 않아도 그 맛과 향, 뉘앙스를 상상할 수 있다면, 대중이 굳이 그 와인을 찾아서 비싼 값을 치르고 마시게 될까요? 게다가 알만한 부르고뉴 와인의 가격은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아 그 가치를 아는 애호가라 하더라도 큰 마음을 먹고 구매하지 않으면 안되는 수준이죠. 와인 초보자이거나 큰 관심이 없는 일반 대중은 구매를 고민하다가도 가격을 보고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바로 여기에 부르고뉴 와인의 고민이 있습니다. 너무 멋진 와인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알지만,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과 그나마도 구하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경험 많은 와인 애호가가 아니라면 그 섬세한 차이들을 느끼고 즐기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은 깊이가 있고, 어떤 사람은 얇다. 그건 마치 와인 같아. 병에 담긴 양이 같아도, 안에 든 건 전혀 다르지.” - <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부르고뉴 지방 와인 지도. [출처=부르고뉴 와인협회(BIVB)]
쉽고 편한 와인의 시대
사실 이런 분위기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를 끝으로 보르도(Bourdeaux) 와인의 시대를 지나 2000년대 이후 부르고뉴 와인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은 앞서 말한대로 특유의 섬세함과 복합미, 순수함을 무기로 지난 20여년 간 드라마틱하게 단가를 끌어올리면서 세계 시장에서 군림했지만 최근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 즉흥적이고 직선적인 느낌, 쉽고 편하게 마시는 펑키한 와인의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열광해 마지 않던 부르고뉴 와인의 매력은 이제는 사라진 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르고뉴 와인의 매력은 더 깊어졌죠. 다만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어려워졌고, 접근성이 떨어졌을 뿐입니다.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처럼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봐야 사랑스러운” 와인이라는 뜻이 됩니다.
부르고뉴는 단순한 와인 산지가 아니라 시간과 땅, 인간의 손길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예술의 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들여다볼수록 미묘한 차이와 깊이가 드러나는 게 부르고뉴 와인의 매력이죠. 대표적으로 떼루아(terroir·포도 재배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영향들)가 그러합니다.
부르고뉴는 ‘떼루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같은 마을, 같은 포도 품종이라도 언덕의 방향, 흙의 성분, 배수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와인이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클로(Clos, 석벽으로 둘러싼 포도밭) 하나만 봐도 중세 수도원 시절부터 구획이 나뉘었고, 오늘날까지도 그 경계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그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야. 그건 마치 병 속에 담긴 와인 같은 거야.” - <노르웨이의 숲> 중에서
지난달 25일 부르고뉴와인협회(BIVB)가 주최한 부르고뉴 와인 아뜰리에 행사에서 BIVB 인증 강사인 이인순 이인순 와인랩 원장이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홉스코치 시즌 코리아]
천년 전부터 인정돼온 경험하는 와인
부르고뉴의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원산지 지리적 표시) 제도는 다른 지역보다 좀 더 독특한데요. 재배지의 단위가 좁아질수록 고급 와인이 됩니다.
예컨대 부르고뉴 AOC 중 가장 큰 단위는 아펠라시옹 부르고뉴 꽁뜨롤레(Appellation Bourgogne Controlee) 입니다. 부르고뉴 전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죠.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은 아펠라시옹 꼬뜨 드 뉘 꽁뜨롤레(Appellation Cote de Nuits Controlee)가 됩니다.
부르고뉴 지방에서도 ‘꼬뜨 드 뉘’라는 지역으로 생산지가 좁혀진 셈입니다. 다음은 마을 단위→프리미에크뤼(Premier Cru·1등급 밭)→그랑크뤼(Grand Cru·최고의 밭) 순으로 점점 더 생산지가 좁혀집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대한민국 막걸리→대한민국 경기도 막걸리→경기도 포천 막걸리→포천 이동 막걸리→이동 철수네 막걸리 순으로 와인 생산지가 좁아지고, 대체로 품질과 가격 역시 뛰게 되는 겁니다.
재밌는 것은 이 경계가 중세 시대 혹은 그 이전에 이미 수도사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유지돼 왔다는 점입니다. 1000년 전 과학이 자리잡기도 전 인류조차 개별 밭의 특성이 다름을 인지하고 그 경계를 갈라놓을 정도로 각자의 캐릭터가 분명히 구분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부르고뉴 지역의 날씨는 포도나무에 호의적이지도 않습니다. 봄에는 서리, 여름과 가을에는 우박을 조심해야 합니다. 심지어 주로 키우는 피노누아와 샤도네는 병충해에도 취약합니다. 이 모든 돌발 변수와 시련을 딛고 생산되는 와인인 셈입니다. 땅은 작은데, 날씨와 생장이 까다롭다보니 생산량은 당연히 적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부르고뉴 와인을 가리켜 “마시는 와인이 아니라 경험하는 와인”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이들은 부르고뉴 와인을 ‘소리 없는 이야기꾼’이라고 소개하기도 하죠. 누군가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한다’고 한다면, 그건 단지 맛있는 와인을 찾는 걸 넘어 복잡함 속의 질서와 섬세함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드러내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진짜 고요함은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상태다.”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중에서
부르고뉴 와인 등급표. 부르고뉴 와인은 엄격한 AOC(지리적 원산 표시) 제도의 통제를 받는다. [표=부르고뉴와인협회(BIVB)]
봄날에 어울리는 와인, 샤블리
다시 AOC로 돌아와서, 현대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 그랑크뤼는 오직 1%에 불과하고, 46%는 빌라쥬와 프리미에 크뤼 등급, 53%는 지역 AOC 와인으로 분류합니다. 그랑크뤼 와인은 구경조차 하기 어렵지만, 나머지 99%의 와인 중에는 여전히 덜 알려져서 저렴한 축에 속하는 와인도 있습니다. 아직 들여다보고 보물을 찾아낼 기회가 충분하다는 것 만으로도 부르고뉴 와인은 들여다보고 탐미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고작 부르고뉴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총 1800여개의 밭이 있고 토양과 배수, 일조량 등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끌리마의 특징은 생산자들에 의해 더욱 발전되며 독자성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부르고뉴를 좀 더 깊게 탐구하고 즐길만한 이유가 됩니다.
굳이 피노누아만 찾을 이유도 없습니다. 사실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품종은 샤도네 입니다. 이미 샤도네 재배 비율이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훌쩍 넘었죠. 이 중에도 부르고뉴 지방 북서단, 샤블리 지역에서 빚어내는 와인, 샤블리(Chablis)는 막 시작된 봄과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꼽힙니다. 부르고뉴 다른 지역의 샤도네와 달리 짭쪼름한 미네랄리티가 도드라지고, 순수하고 우아한 매력이 돋보이기 때문에 봄날 한강변 피크닉에 들고가서 치킨 등과 부담 없이 즐기기 좋습니다.
조심할 점이 있다면, 아무리 등급이 높고 비싼 게 맛있다 하더라도 그랑크뤼 샤블리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프리미에 크뤼 등급(그랑크뤼의 전 등급)까지의 샤블리와 달리 미네랄리티와 산도보다는 꿀과 같은 녹진한 느낌의 반전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에, 상큼하게 즐길 생각으로 큰 맘 먹고 구매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들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우리가 그것을 필요로 할 때, 조용히 얼굴을 내민다.” - <댄스 댄스 댄스> 중에서
샤블리 지역 포도밭 분포 지도. [출처=부르고뉴와인협회(BIVB)]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깊고, 더 애틋하다
오늘은 부르고뉴 와인의 가장 기본이자 뼈대가 되는 AOC 제도를 크게 둘러서 알아봤습니다. 사실 부르고뉴 와인에서 AOC는 알파이자 오메가이기도 하지만, 부르고뉴 와인의 매력을 설명하기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AOC가 오랜 기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굳어지면서 이를 탈피하는 변수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죠. 기회가 된다면, 그 변수들이 품은 재밌는 이야기들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작품 곳곳에서 술에 대한 애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간간이 와인도 등장합니다. 그가 쓴 ‘하루키의 여행법’이나 ‘하루키 잡문집’, 그리고 에세이 중 일부를 보면 유럽 여행 중 지역 와인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그는 소설에서도 “자극적인 것보다는 반복 가능한 것” “화려한 것보다는 깊이 있는 것” “쉽게 다가오는 것보다는 천천히 열리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드러냅니다.
이런 단서들을 종합해볼 때 아마도 그가 좋아하는 와인은 겉으로는 조용하고 섬세하지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대화해 나갈수록 진심을 드러내는, 복잡한 감정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와인이 아닐까요.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마치 그의 문장처럼 조용하고 투명하며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듯 담백한 와인. 그러나 그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겹겹이 쌓인 시간과 감정, 떼루아와 역사가 서서히 입안에 녹아드는 부르고뉴 와인을 이해하는 일은 곧 한 편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는 일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것은 좀 더 복잡하고, 더 깊고, 더 애틋하다.”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중에서
*‘Take a Closer Look’ 부르고뉴 와인 아뜰리에 행사를 주최하고 주관한 부르고뉴 와인 협회(BIVB)와 홉스코치시즌 코리아에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르고뉴 와인 협회는 오는 6월 3일 샤블리 와인 시음회와 부르고뉴 와인, 샤블리 와인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합니다.
와인은 시간이 빚어내는 술입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와인의 역사도 시작됐습니다. 그만큼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데요.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국제공인레벨을 보유한 기자가 재미있고 맛있는 와인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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