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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랑라래 (25-09-1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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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의대·캐나다 맥길대 공동연구팀이 '한국 아동청소년 패널조사'를 통해 전국에서 무작위로 선발한 중학교 1학년 학생 2,205명을 고등학교 3학년까지 추적 관찰했습니다.
연구팀은 "나는 가끔 자살 생각을 한다"는 설문 문항에 대해 중2(14세), 중3(15세), 고1(16세), 고3(18세) 시기 총 4차례에 걸쳐 답변한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자살 생각'은 자살 시도와 자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이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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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3 때 '정점'... 고등학교 올라가며 감소
연구 결과, 중2 때 14.6%였던 '자살 생각' 경험률이 중3 때 15.7%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고1(7.1%), 고3(7%) 때는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중3 학생 6명 중 1명이 자살 생각을 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60일선
서 그 비율은 크게 낮아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이 더 힘들 거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입니다.
기명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사춘기에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로 충동성과 위험 행동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시기"라며 "다양한 정신질환의 발생이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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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족이란 테두리 밖에서 또래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독립적인 자아가 성장하는 시기"라며 "혐오나 차별 등 문제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 교수는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학업 경쟁이 시작되면서 스트레스나 좌절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요구되는 발달 과제들을 달성하는지 여부가 '자살 생각'과 관꽁머니
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자살 생각이 준 것에 대해서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교우관계가 재정비되고 학업 등 스트레스 환경에 대처할 능력이 생기는 등 성장을 통해 자살 생각이 줄어든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 세 가지 마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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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청소년 마음 변화의 궤적을 분석한 결과 크게 3가지 패턴을 찾았습니다.
먼저, 중·고교 시절 내내 자살 생각이 거의 없는 부류로 전체의 83%를 차지했습니다.
다음은 '일시적으로 자살 생각'을 하는 부류가 12%로 중3 때 자살 생각이 급격히 늘지만,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점차 감소하는 패턴입니다. 말 그대로 특정 시기에만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은 '지속적으로 자살 생각'을 하는 부류입니다. 중3 시기가 지나도 자살 생각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데, 전체 청소년의 5%로 결코 적지 않은 비율입니다.
■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
연구팀은 청소년의 '자살 생각'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분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울증'이 자살 생각에 영향을 주는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이었습니다. 특히 지속적으로 자살 생각을 하는 청소년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낮은 자존감 역시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처럼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경우 자살 생각을 더 오래, 더 자주 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학대 경험도 자살 생각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휴대전화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도 자살 생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휴대전화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질투하며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할 뿐 아니라 사이버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휴대전화 과의존'은 충족되지 않는 욕망과 자신에 대한 책망이 연결돼 자살 생각과 가까워지게 만든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대로 마음 건강을 보호하는 요인들도 확인됐습니다. 충분한 수면은 '일시적 자살 생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또 높은 자존감도 자살 생각을 줄이는 강력한 보호 요인이었습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청소년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살 생각에 빠질 위험이 매우 낮았습니다.
■자살 예방 '골든타임'은 중학교 시기
이번 조사는 청소년들의 마음 건강이 중학생 때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시계열적 변화를 통해 확인한 연구입니다.
자살 생각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금세 회복되기도 하지만, 지속될 경우 자살 시도나 자살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자살 생각'을 구별하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중학생 시기에 우울증, 학대 경험, 낮은 자아존중감 같은 요인들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자살 생각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살 문제를 ‘우울증'으로 국한해 조기 발견과 치료에만 매달리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명 교수는 “우울증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 이유일 뿐,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 자체로는 한계가 있다”며 “여러 부정적 사건이 겹치면서 우울증이 두드러져 보일 뿐, 더 중요한 건 청소년을 우울로 내모는 배후 환경”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낮은 자아존중감이나 학대 경험처럼 복잡하게 얽힌 요인들이 작용하는 만큼, 가족을 비롯한 주변 환경과 연계해 폭넓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족·학교·사회의 역할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 심리상담교사를 확충하고 자살 예방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교과 과정과 학교생활 전반에 변화를 주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세계적으로도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부모뿐 아니라 교직원까지 참여하는 포괄적 교육과정 개편, 이른바 ‘범학교 정책(a whole of school policy)’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실제 덴마크의 '안녕을 위한 행동'(Move for Wellbeing) 프로그램은 초·중·고 공립학교의 교과 과정 전반에 휴식 보장, 수업 참여 활동, 체육 수업 강화를 도입했습니다. 학생들의 정신건강 악화를 막기 위해 자기효능감·역량·유대감을 높이는 요소를 교육과정에 체계적으로 통합한 사례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맥락에서 개별 요인만을 좁게 다루기보다는 개인과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대응하는 방식을 통해 다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
마음이 힘든 청소년은 혼자 버티려 하지 말고 반드시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학교 담임선생님이나 상담교사에게 상담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여건이 어렵다면 24시간 운영되는 청소년 상담 전화 1388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생명의 전화 1588-9191에서도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들의 관심이 큰 힘이 됩니다. "요즘 어때?"라는 짧은 질문과 따뜻한 대화가 누군가의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청소년 건강 분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Adolescent Health 최근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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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식 기자 (doct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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