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의 미국, 파운드리의 대만, 메모리의 한국, 장비의 유럽, 소재·부품의 일본. 반도체는 철저한 ‘글로벌 분업’ 체제로, 이 모두를 혼자 하는 나라는 지금까지 없었다. 중국이 ‘그 나라’가 되려고 한다. 중국은 긴 호흡으로 돈을 쏟아붓는 ‘빅 펀드’와 연관 기업을 밀집해 키우는 클러스터를 통해 반도체 생태계의 빈칸을 채워가고 있다.



차준홍 기자


중국 혁신의 심장은 화웨이가 있는 선전이지만, 혁신을 현실로 만드는 곳은 바다이야기온라인 실물 칩을 생산하는 양쯔(揚子)강 삼각주 클러스터다. 상하이-장쑤성-저장성-안후이성에 걸친 이곳은 중국 국토의 4%이지만,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다. 양쯔강 클러스터의 지난해 GDP(4조6700억 달러)는 일본 GDP(4조1000억 달러)를 제쳤다.
지난 9월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에서 열린 제13회 반도체설비연례회의(CSE 모바일야마토 AC)는 중국의 ‘국가 자본 투입’과 ‘집적화(集積化)’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인구 750만 명의 중소 도시 우시에는 SK하이닉스(메모리), 화훙반도체(파운드리), JCET(패키징)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설계·제조·공정·장비·재료 사슬이 형성됐다. 우시 GDP는 1조6300억 위안(약 337조원)으로 부산·인천·울산을 합한 것보다 많다.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회의 개막식에서 중국 1위 반도체 장비업체 나우라의 자오진룽 회장은 “국내(중국) 대형 장비 기업들의 매출은 지난 4년간(2021~2024) 연평균 45%씩 늘어났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9년 국가집적회로 투자펀드 2기를 조성하며, 장비·소재·소프트웨어 국산화를 집중 지원했다. 반도체 공장에 중국산 장비를 20~30% 의무적으로 넣게 했고, 직접 야마토통기계 보조금도 줬다. 그 덕에 중국 장비업체들은 SMIC·화훙·창신메모리 등에 장비를 납품하며 성장했다.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만드는 네덜란드 ASML 등 반도체 장비는 미국·유럽이 절대 우위다. 화웨이에서 특허·인력을 이전해 2021년 설립한 사이캐리어는 여기에 도전한다. 업체는 지난 3월 세미콘차이나 박람회에서 첨단 장비 5종을 릴게임예시 한꺼번에 공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사이캐리어 설립 때 선전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돈을 대 주요 주주가 됐다.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지방 정부 자본으로 해결한 거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공학부 교수는 지난달 중앙포럼 강연에서 “화웨이는 자체 팹이 없어도 중국 전역의 11개 ‘쉐도우 팹’에서 원하는 칩을 생산할 수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지난해 출범한 빅 펀드 3기는 수익 회수 시점이 2044년”이라고 했다. 20년을 기다려주는 중국 정부의 ‘인내 자본’ 덕에 이런 구조를 갖췄다는 거다.
중국은 한국의 강점 분야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도전하고 있다. CSEAC 2025 전시회 중 열린 대부분 세미나에서 HBM을 언급했고, SK하이닉스·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한국 HBM 장비 업체들에는 중국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그러나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내년 이후 한국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매출 증가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한국 메모리에 뒤처진 3년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거다. 그는 HBM을 전략물자로 관리하고, 퇴직 엔지니어를 대학 교수로 채용해 기술 유출을 방지하며, 한국 정부가 차세대 HBM과 파운드리에 직접 지원하자고 제언했다.
■ 중국의 혁신이 놀랍습니다. 세계 최첨단 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앞지릅니다. 그런데 그 혁신이 8살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더중앙플러스에서 그 생생한 혁신의 현장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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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중국)=심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