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수상자인 전혜은(왼쪽 사진) 인천대 인문학연구소 전임연구원과 제이 활동가. 두 사람은 각각 "곧 열다섯 살이고 매일 한 움큼 약을 먹는 와중에도 하루 네다섯 시간 산책을 고집하는 왓슨이 덕분에 만성질환자인 인간의 건강은 소진되고 있지만, 내가 지금껏 살아서 책을 낼 수 있는 것도 모두 왓슨이 덕분이다" "이 책을 번역하는 동안 제이의 발치에서, 등 뒤에서, 무릎 위에서 귀여운 소리를 내곤 했던 강아지 한율. 몇 달 전부터 항암치료를 받으며 약해진 몸과 세 다리로 사는 일상에 적응 중이다"라고 각자의 반려견이 책에 기여한 바를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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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수상작의 원제는 '돌봄노동: 장애정의를 꿈꾸다'이지만, 번역을 맡은 전혜은(46) 인천대 인문학연구소 전임연구원과 제이(39) 활동가는 편집자와 상의를 거쳐 '가장 느린 정의: 돌봄과 장애정의가 만드는 세계'로 옮겼다. 주류의 관점에 들지 않는 이들 모두가 함께 쟁취하는 정의란 뜻에서 "누구도 뒤에 릴게임가입머니 남겨두지 않겠다"는 저자의 신조와 부합한다는 판단이었다.
두 번역가의 인연은 2009년 시작됐다. 퀴어-장애-페미니즘의 교차점을 고민하기 위해 조직한 스터디 모임에서 이들은 국내에 들어온 문헌이 거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원서를 구해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언어 접근성 때문에 필요한 지식을 얻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책이 널리 읽혔 오리지널바다이야기 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커져갔고, 차츰 회원들이 번역자로 참여하는 책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가장 느린 정의'를 두 사람의 두 번째 공역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유색인 퀴어이자 만성질환자로 북미 '장애정의운동'의 주요 활동가 중 한 명인 리아 락슈미 피엡즈나-사마라신하는 비장애중심주의가 인종차별과 성차별, 퀴어혐오 등과 복 백경게임 잡하게 얽혀있다고 본다. 여성, 유색인과 같이 주변화된 이들이 주로 수행하는 돌봄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구조적 불평등도 비판한다.
연구활동과 여성인권운동을 각자 주업으로 하는 두 사람의 협업은, 한국에선 낯선 개념인 장애정의운동을 소개하고 복잡한 사회·역사적 맥락을 풀이하는 데에서 큰 빛을 발했다. 제이 활동가는 "전 연구원은 이론에 대한 바다신2릴게임 탄탄한 지식으로 번역의 정확도를 높였고, 난 운동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저자가 활동가로서 경험을 묘사한 대목들을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느린 정의·리아 락슈미 피엡즈나-사마라신하 지음·전혜은 제이 옮김·오월의봄 발행·512쪽·2만8,000원


책 곳곳에 등장하는 비속어는 저자의 통렬한 감정을 고스란히 살리기 위한 장치였다. 제이 활동가는 "피엡즈나-사마라신하는 독자들을 불편하게 할 생각들을 점잖게 가다듬기보다는 '매운 맛' 버전으로 글을 썼다"면서 "주변화된 공동체에 대한 존경과 사랑, 분노와 참담함, 희망까지 다 담은 '태풍' 같은 글이 번역 과정에서 에너지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매 장이 끝날 때마다 두툼한 분량의 역주를 단 것도 저자의 의도가 충실히 이해되지 못할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전 연구원은 "책 자체가 저자가 다양한 지면에서 써오거나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말한 것을 엮은 것이라, 어떻게 해야 독자들이 이 '보물상자'를 알아보기 쉽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결국 역주가 많아지고 옮긴이 해제가 길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정의로움을 지향하는 이들조차 '빠른 정의실현'을 재촉하는 현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번역본이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짬을 내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건강이 악화됐다고 한다. 인문사회계 이론서 번역으로는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고민도 커졌다. 전 연구원은 "어쩌면 마지막 공동 작업이 될 수도 있는 이 책이 귀한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