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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남미가 기자
“‘시리(Si 직무 ri)’야, 오늘 날씨 어때?” 잠에서 깬 아침에 바깥 상황이 궁금한데 커튼을 열러 가거나 손가락을 움직일 힘은 없는 아이폰 사용자라면 종종 해봤을 음성명령이다. 오늘의 날씨 정보 외에도 음악 재생이나 메시지 입력, 계산 등을 시리에게 요청하고 기다리면 잠시 후 시리는 사용자 대신 여러 일을 해서 결과를 알려준다. 애플은 이런 AI 비서 시리를 2011년 코발트스크랩 처음 공개한 이후 아이폰 신작마다 적용했다. 다만 눈에 띄는 성능 개선이 많지 않아 사용자 사이에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혹평도 많았다. 애플은 오픈AI와 손잡고 지난해 12월 챗GPT 기능을 탑재한 새 버전의 시리를 출시했지만, 역시 차별점 부족으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중국 지푸AI 미소금융대출조회 , 무료 서비스로 차별화
그래픽=남미가 기자
균등상환
그러자 애플은 대대적인 AI 비서 사업 강화에 나섰다. 이달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시리의 AI 성능을 대폭 개선하기 위한 전담조직인 ‘AKI 팀’을 신설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팀은 사용자의 단순 명령뿐 아니라 각종 지식 관련 복합적 질문에 시리가 답변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AI 개발에 소홀한 동안 챗GPT 같은 챗봇은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에게 사랑받고 있다”며 애플의 정책 실패를 꼬집었다. 애플은 내년 봄 출시를 목표로 시리에 새 음성제어 기능을 탑재하는 개발에도 나섰다.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손을 쓰지 않고도 아이폰을 제어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미국의 다른 빅테크도 AI 비서 차별화에 사활을 걸었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사람 감정을 인식해 음성으로 재현하는 AI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웨이브폼스AI를 최근 인수했다. 지난해 플레이AI 인수에 이은 두 번째 AI 음성기술 스타트업 인수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람과 음성으로 상시 대화하는 친구 같은 AI’를 구현해 다른 AI 비서와 차별점을 가진다는 계획에 따른 투자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실적 발표 때 “우리는 온종일 대화하는 AI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음성인식 AI 비서와의 소통은 짧은 질문과 짧은 답변으로 끝나는 한계가 뚜렷했다. 반면 챗GPT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기반으로 사람과 온종일 대화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음성대화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게 메타의 구상이다.
아마존은 생성형 AI 기반 AI 비서 ‘알렉사플러스(+)’의 가전 등 스마트홈 통합 기능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용자가 알렉사+한테 “너무 춥다”고 말하면 자동으로 실내 온도를 높여주는 등 알렉사+의 도움으로 편리하게 맞춤형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알렉사+는 쇼핑 기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5월 시범 도입한 기능은 제품 설명과 고객 리뷰 등을 AI가 분석해 핵심 내용을 요약·발췌한 뒤 이를 음성으로 제공한다. 오픈AI도 챗 GPT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AI 비서를 강화하고 있다. 오픈AI가 지난 2월 한국에도 출시한 ‘오퍼레이터’는 사용자 대신 웹사이트 접속과 예약부터 결제까지 쇼핑의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레스토랑 예약이나 티켓 예매, 출장비 정산 등도 가능하다.
오픈AI “지푸AI, 주목할 만한 진전” 경계 중국 정보기술(IT) 업계도 AI 성장세가 매섭다. 이들은 미국과의 글로벌 AI 패권 경쟁 최전선을 AI 비서 시장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특히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을 차별점으로 내세워, 올해 초 스타트업 딥시크의 생성형 AI ‘딥시크’가 비슷한 방식으로 시장에 일으킨 충격을 재현할지 주목된다. 중국 스타트업 지푸AI는 자체 개발한 ‘오토GLM 루미네이션’이라는 무료 AI 비서를 지난 4월 공개했다. 오토GLM 루미네이션은 심층 연구부터 여행 계획 수립, 연구 보고서 작성까지 까다로운 작업을 다양하게 처리할 수 있다. 오픈AI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지푸AI가 주목할 만한 진전을 보였다”며 이를 경계했다.
한국 IT 업계도 2라운드로 격화한 AI 비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는 연내에 사용자가 쇼핑 과정에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쇼핑용 AI 비서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8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소비자가 확신을 갖고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의 AI 비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을 뒤쫓고 있는 네이버로서는 쇼핑 부문과 AI 부문을 동시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오픈AI와의 협업으로 주목받는 AI 비서 ‘카나나’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AI가 사용자의 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맥락을 파악해 대화를 요약하고, 적절한 답변을 제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5월 카나나의 시범 서비스 버전을 출시했지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아닌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시돼 접근성이 떨어지고, 검색 정확도가 낮은 게 단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일 AI 비서 ‘에이닷’ 4.0 버전을 출시해 사용자 반응을 점검하고 있다. 구버전이 사용자의 요청을 단순 수행하는 데 그쳤다면, 새 버전에선 사용자의 과거 대화를 기억하고 숨은 의도를 파악해 작업을 순차적으로 계획·실행한다.
국내 AI 비서의 성능 개선 못지않은 관건은 해외에서 건너온 더 강력한 AI 비서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얼마만큼 차별화할 수 있느냐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토종 AI 비서가 해외의 비슷한 서비스보다 얼마나 활용도가 높은지, 차별화됐는지 (사용자가) 체감하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며 “기업이 국내 수요를 더 구체적으로 깊이 파악해 세분화한 서비스를 선보여야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기업이 지금껏 쌓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가 가진 고민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AI 비서로 차별화해야 한다”며 “서비스 기획의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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