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찾은 무안국제공항. 2층 출입국 탑승수속을 밟은 뒤 제주항공을 탑승하는 공간이 텅 비어 있는 모습.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사람들 발길이 끊긴 지 오래여, 이제는 기자들도 잘 안 와…."
19일 오전 10시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여객터미널 면적 국내 2만㎡·국제9천106㎡) 2층에서 만난 유가족 김영필(71)씨의 말이다.

공항 내부 게이트에 들어서자 번쩍이는 조명과 대리석 바닥, 등대처럼 불을 밝힌 화장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2007년 완공돼 비교적 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을씨년스러웠다. 관계자를 제외하고 인적을 찾기 어려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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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 활주로.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지난해 12·29 여객기참사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4명이 숨진 사고 이후, 공항은 한기와 적막만 감돌고 있었다. 총 3천2면(총 면적 9만4천890 릴박스 ㎡)에 달하는 주차장은 차량 10여 대만 군데군데 보이는 '공터'로 변했다. 유가족들은 텐트촌과 가까운 2층 입구로 차량을 옮긴 채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취재를 위해 공항 내부로 들어선 순간, 처음 마주친 사람은 보안팀 직원이었다. "방문 목적이 어떻게 되십니까,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해서요." 취재진의 걸음을 붙잡고 보안팀 직원이 꺼낸 바다이야기5만 말이다. 한 때 국제선을 타려는 이들로 붐볐던 로비지만, 무전기 너머 딱딱한 전자음이 들려오자 이 곳이 '참사 현장'이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공항 내부도 여느 공항과 달랐다. 출입국을 담당하는 직원은 창구에서 찾아볼 수 조차 없었다. 간간이 바닥을 쓸고 닦는 청소 인력만이 이곳 저곳을 오갔다. 그렇게 공항은 제 기능 릴박스 을 상실한 채 1년여 시간 방치되고 있었다.




공항 내부는 보안요원을 제외하고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워 을씨년스러웠다. 셔터를 내린 프렌차이즈 커피숍 앞을 지나는 보안요원.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바다이야기왁자지껄한 탑승객의 대화 대신 빈 공간을 가득 채운 건 건설 소음들이다. 인근 호남고속철도 2단계(4공구) 현장에 유독 많이 내걸린 '안전주의' 현수막을 내려다보며 한 유족은 수심에 잠겼다. 두 시간 공항에 머무는 동안 유족들의 흐느낌도 가끔 들려왔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합동분향소에 시민 발길이 줄어든 점은 아쉬웠다. 작년 헌화 행렬이 이어지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분향소 앞에 늘어서 있는 것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유가족의 피눈물을 생각하라'는 입간판들이었다.

상가도 대부분 철수했다. 1층 편의점 한 곳만이 불을 밝힌 채 시민과 유가족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람들로 붐볐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도 예외 없이 셔터를 내렸다. 바로 옆 '해외감염병신고센터'와 전남도 '남도투어 부스'도 모두 문을 닫았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아들 고(古) 김성호 씨를 잃은 김영필(71) 씨는 "326일 째 현장을 지키고 있다. 참사 이후 공항이 폐쇄된지 1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공항이 방치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유가족 텐트가 설치된 2층으로 향했다. "혹시 유튜버세요?" 명함을 건네기도 전에 쏟아진 질문이다. 고 김성호 씨가 참사로 세상을 떠난 뒤, 326일 째 공항을 지키고 있는 아버지 김영필씨다. 그는 "최근 유튜버 여섯 팀이 와서 유가족 텐트에서 행패를 부려 그 중 세 팀을 고소·고발 한 상황이다"며 "이슈몰이나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이들이 많아 종종 오해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 탓에 김 씨는 유가족들의 방한 대책도 걱정했다. 그는 "겨울이 다가오는데 방법이 없다"며 "유가족들이 사비를 들여 전기장판을 구매했지만 정작 2층에 배전반이 없어 찬 바닥에 (텐트를 치고)누워 있는 실정이다"고 하소연했다.




광주, 목포, 무안 등으로 향하는 공항 앞 버스터미널에 인적이 없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공항 외부에는 무안·목포터미널, 광주유스퀘어 등지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이 있었지만, 승객 한 명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고 현장인 활주로 주변으로 걸음을 옮겼다. 항공보안법 및 한국항공공사 보안관련 규정에 따라 출입이 금지돼 있어 내부로 진입할 수는 없었다.
활주로를 오가는 비행기는 볼 수 없었지만, 텅 빈 초소 위를 비행하는 경비행기와 철새들이 시선을 끌었다.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둔덕과 주황색 로컬라이저도 모습을 드러냈다. 철창 주변에 묶인 검고 푸른 수천 개 리본들이 당시 아픔을 가늠하게 했다.
글·사진=최류빈기자 rubi@mdilbo.com